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민간인 희생이 전세계 공분을 일으키는 가운데, 넷플릭스에 제2차 세계대전의 민간인 희생 사건을 다룬 전쟁영화 한 편이 올라왔다. 1945년 3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어린이 학교에 대한 오폭 사건을 다룬 영화 <폭격>(The Bombardment/The Shadow in My Eye)이다. 참상이 벌어졌던 덴마크에서 제작한 영화로 로튼토마토 관객들로부터 91%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덴마크 영화 <폭격>(2022) 예고편

1945년 3월 21일, 영국의 로열 에어 포스(Royal Air Force)에 소속된 폭격기들이 폭탄을 가득 싣고 출격하여,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쉘하우스 폭격을 감행했다. 이 건물에는 게슈타포 본부를 포함하여 나치 행정부가 위치하였고, 건물의 지붕 아래 상위층에는 레지스탕스 저항 단체 요원들이 인간 방패의 일환으로 수감되어 있었다. 하지만 폭격기 중 하나가 날개에 손상을 입고 인근 어린이 학교(Jeanne d’Arc School)에 추락했고,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자욱하게 되자 뒤따라오던 후발 폭격기들이 오인하여 그 건물에 폭탄을 투하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민간인 희생자 125명이 사망하였는데, 그 중 86명이 어린이들이었다. 덴마크는 얼마 지나지 않은 5월 4일 나치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심각한 대가를 치른 후였다.

오인 폭격으로 폐허가 된 학교 잔해

카르타고 작전(Operation Carthage)이라 불리는 연합군의 폭격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엄청난 비극을 낳았다. 연합군은 해당 건물에 대한 정밀 타격을 목표로 했으나 결과적으로 어린이들이 공부하고 있던 학교를 오폭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덴마크의 올레 보르네달 감독이 제작한 <폭격>(2021)의 원제인 ‘The Shadow in My Eye’는 ‘어린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당시 참상의 재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녀 ‘테레사‘나 친나치 조직 HIPO 요원 ‘프레데릭‘, 그리고 민간인 희생된 현장을 목격하고 벙어리가 된 ‘헨리’ 같은 인물은 전쟁의 비극적인 면을 그리기 위한 가공의 캐릭터지만, 마지막 엔드 크레딧에 차례로 등장하는 이름은 모두 실제 희생자들이다.

다큐멘터리 영상 <Operation Carthage: Destroy the Shellhouse>

참상이 벌어지고 8년 후인 1953년 학교는 다시 열리지 못하고 모두 철거되어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고, 그 자리에 희생자를 기리는 비석이 세워졌다. 지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역시 상대의 군사시설을 정밀하게 타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나,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실상 보도가 계속되고 있어 역사는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참사 현장에 세워진 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