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를리나 쇼(Marlena Shaw)라는 이름은 매우 낯설게 다가온다. 1960년대 활동하던 솔(soul), 디스코 가수였고,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활동하던 재즈 싱어이기도 했지만, 그가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어떤 앨범을 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힙합 프로듀서들이 경쟁적으로 그의 음악을 샘플링 하면서 뒤늦게 각광받고 재평가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수십 년 전에 녹음된 그의 그루브 넘치는 솔 음악들이 새롭게 편곡되어 클럽 무대에서 퍼져 나오고 있다. 1967년에 나왔던 히트곡 ‘California Soul’을 들어보면 캘리포니아의 건조한 기후를 담은 목소리와 그루브에 빠져들게 되며, 50여 년 전의 음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앨범 <The Spice of Life>(1969)의 ‘California Soul’

미국 뉴욕 출신인 그는 재즈 트럼펫 연주자였던 삼촌 지미 버지스(Jimmy Burgess)에 영향을 받아 재즈 음악을 듣고 곧이어 가수로 나섰다. 하지만 하워드 맥기(Howard McGhee)의 밴드의 보컬을 맡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서려고 했으나 그의 밴드 멤버와의 불화로 무산되었고, 저명한 재즈 프로듀서 존 하몬드의 오디션에서 너무 긴장하여 떨어지는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었다. 그러던 중 시카고의 플레이보이 클럽 무대에 선 1966년 음반회사 관계자에게 발견되면서 기회를 잡았다. 그가 두 번째로 발표한 앨범 <The Spice of Life>(1969)에 수록한 싱글 ‘California Soul’이 영국 레어 그루브 신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곧이어 KFC나 닷지(Dodge) 트럭의 광고에 삽입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최근 힙합이나 그루브 신에서 인기를 누리는 ‘Woman of the Ghetto’

그는 블루노트로 이적해 재즈와 솔/디스코 영역을 오가면서 가수 생활을 이어갔으나 그 이상의 성공은 찾아오지 않았다. 재즈 대신 팝 음악을 하기 위해 컬럼비아로 이적하면서 낸 여덟 번째 앨범 <Sweet Beginnings>(1977)이 음악 차트에서 오르기는 했으나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미국에서는 평범한 솔/댄스 가수 반열에 머물렀지만, 반면에 영국과 일본에서는 세련된 그루브 음악으로 높은 인기를 유지하였다.

앨범 <Sweet Beginnings>에 수록된 ‘Yu Ma/Go Away Little Boy’

그러다 스코틀랜드의 애시드 재즈 프로듀서인 블루 보이(Blue Boy)가 앨범 <The Spice of Life>에 수록되었던 ‘Woman of the Ghetto’를 샘플링한 곡 ‘Remember Me’(1996)가 히트하면서 재기의 순간이 찾아왔다. 이 곡은 영국 싱글차트에서 8위, 미국 댄스차트에서 2위에 올랐고, 유럽 전역에서 톱 10 이상의 높은 순위에 올랐다. 곧이어 사람들은 ‘마를리나 쇼’을 다시 검색했고, 이제 그의 음악에 대한 샘플링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블루 보이 ‘Remember Me’(1996)

그는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 가수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하나의 장르로 분류되기 어려워 과소평가되었다는 동정적인 의견도 있다. 최근에 힙합 신에서 그의 음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며 광고업계의 관심도 돌아왔다. ‘California Soul’이 네덜란드의 그롤쉬(Grolsch) 맥주나 미국 의류 브랜드 닥커스(Dockers)의 광고음악으로 채택되면서, 2004년에 다시 음악 차트에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나이 70대에 접어든 최근까지 음악 활동을 계속 하면서, 그의 옛 음악을 다시 살려내 새로운 인기와 수입을 가져다 준 힙합 프로듀서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마를리나 쇼 ‘Lovin’ You Was Like a Party’ 실황(2013,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