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으로 지난 3월 6일에 열린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Independent Spirit Awards)의 수상 결과는 아카데미 영화제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가 3월 28일 예정되어 있고 3월 중반이면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니,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는 통상 아카데미 영화제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오징어 게임>의 배우 이정재가 이 날 TV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가운데, 영화 부문에서 아래 세 편의 영화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수상하여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도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

배우 겸 브로드웨이 감독 매기 질런홀(Maggie Gyllenhaal)의 영화 연출 데뷔작으로, HBO 드라마로 제작된 <나의 눈부신 친구>의 익명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소설 중 하나 <잃어버린 사랑>을 영화로 옮겼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고 고담 어워즈에서 최우수 영화상 등 4관왕,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주연을 맡은 올리비아 콜맨(Olivia Coleman)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던 명배우로, 섬세한 모성애 연기를 보여주면서 이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제시 버클리(Jessie Buckley)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매기 질런홀 감독은 각색상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로스트 도터> 예고편

 

<썸머 오브 소울>(Summer of Soul)

1969년 여름, 무려 6주동안 뉴욕 할렘의 공원에서 열렸던 할렘 컬처 페스티벌(Harlem Culture Festival)에 관한 장편 다큐멘터리다. 당대 흑인 음악을 대표하던 스티비 원더, 마할리아 잭슨, 니나 시몬, B.B.킹 등의 공연이 열리며 약 40시간 분량의 영상이 촬영되었지만, 약 두 시간 분량이 편집되어 TV에 방송되고 나머지 풋티지는 지하실 창고에 보관되어 잊혔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후 힙합 뮤지션 퀘스트러브(Questlove)에 의해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어 올해 선댄스 영화제 2관왕,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다큐멘터리 부문을 포함하여 올해 모든 다큐멘터리 부문의 상을 휩쓸고 있다. 현재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로 올랐고, 그래미상 음악영화 부문 후보에도 올라가 있다. ‘혁명은 방송할 수 없던 시절’(When The Revolution Could Not Be Televised)라는 부제로 극적인 감동을 더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썸머 오브 소울> 예고편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몇 편을 바탕으로, 일본의 신예 거장으로 주목받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각색한 작품이다.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골든글러브와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각각 외국영화상을 받았다. 또한 미국의 3대 메이저 비평가상을 모두 받은 최초의 작품이 되었다. 아카데미 영화제에는 작품상, 감독상, 외국영화상, 각색상의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일본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 후보로 오른 작품이다. 전작 <해피아워>(2021)의 328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 작품 역시 상영시간이 거의 세 시간에 이르며,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완독한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