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구 1,500만의 시대다. 이중에 반려견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 가까이. 반려견을 위한 병원, 카페, 미용실은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 일부가 된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반려견과의 교감을 모티브로 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도 많아졌고, 연기를 전문적으로 하는 배우 견공들도 나왔다. 그 중에는 세월이 많이 흘러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친구들도 있다. 1970년대 천재 유기견 <벤지>를 필두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면서 시리즈나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반려견 영화 다섯을 알아보았다.

 

<벤지>(1974)

강아지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실패한다는 할리우드의 편견을 무너뜨린, 반려견 영화 융성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영화사들이 모두 거절하는 바람에 조 캠프(Joe Camp) 감독은 영화사를 차리고 직접 배급에 나섰는데, 제작비 50만 달러의 90배인 4,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흥행작이 되었다. 그 후 프랜차이즈로 발전하여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게임으로 제작되었다. 컨트리 가수 찰리 리치가 부른 영화 주제곡 ‘I Feel Love’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1대 ‘벤지’로 출연하여 천재 유기견을 연기한 ‘히긴즈’는 코커 스패니얼과 푸들의 잡종견으로, 14년 동안 150여 편에 출연한 전문 동물배우였다. 근래에는 조 캠프 감독의 아들 ‘브랜든’이 블룸하우스(Blumhouse) 프로덕션와 손잡고 리부트 영화 <돌아온 벤지>(2018)를 제작하여 넷플릭스에 공급하였다.

영화 <벤지>의 인기 OST ‘I Feel Love’(1974)

 

<터너와 후치>(1989)

1980년대 두 명의 상반된 형사 캐릭터를 내세운 버디캅(Buddy Cop) 영화의 인기를 틈타 형사와 경찰견을 콤비로 내세운 영화가 등장하였는데, 대표적으로 성공한 영화가 <Turner & Hooch>다. 깔끔 떠는 형사 ‘터너’ 역으로 톰 행크스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프랑스 견종인 도그 드 보르도(Dogue De Bordeaux)의 ‘후치’가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당시 1,3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7,1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렸고, 2021년에는 디즈니 플러스가 12편으로 구성된 동명의 후속 TV 시리즈를 제작한 바 있다. 오리지널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동물배우 비즐리(Beasley)는 1992년에 14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영화 <터너와 후치>(1989)의 한 장면

 

<베토벤>(1992)

강아지를 전문적으로 훔치는 강도로부터 도망쳐 나와 우연히 뉴튼 가족과 함께 살게 되는 세인트버나드 견종 ‘베토벤’(Beethoven)의 이야기로, 박스오피스 수입 1억 5,000만 달러를 거두어 들이며 프랜차이즈 영화로 발전했다. 모두 일곱 편의 후속 영화가 제작되었고, 1994년에느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제작되었다. 처음 두 편에 출연했던 세인트버나드 ‘크리스’는 칼 루이스 밀러(Karl Lewis Miller)라는 전문 사육사에게 배우 훈련을 받았는데, 그는 영화 <쿠조>(1983), <K-9>(1989), <Babe>(1995)에서 동물배우 훈련을 전담한 할리우드 최고 전문가였다. 오리지널 베토벤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이 영화에서 데뷔를 치른 배우 조셉 고든 래빗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베토벤> 예고편

 

<말리와 나>(2008)

미국 작가 존 그로건(John Grogan)의 베스트셀러가 된 자전적 소설을 영화로 옮겨, 박스오피스 2억 5,0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감동 실화다. 2008년 당시 크리스마스 개봉 영화로는 최고의 기록을 세운 영화였다. 오웬 윌슨과 제니퍼 애니스톤이 견주 ‘그로건’ 부부를 연기하였고, ‘레브라도 리트리버’ 견종 22마리를 동원하여 부부와 함께 살아간 말썽꾸러기 ‘말리’의 14년 생애를 연기하였다. 그로부터 3년 후에는 말리의 인기를 반영하여 프리퀄 <Marley & Me: The Puppy Years>(2011)가 제작되어 강아지 시절을 별도로 그렸다. 이 영화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서비스 중이며, 책으로는 <말리와 함께 한 4745년>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영화 <말리와 나> 예고편

 

<하치 이야기>(2009)

1923~1935년까지 살았던 실제 하치 사진

일본 동경의 시부야(渋谷)역 앞에 있는 하치코 동상의 ‘하치’는 1923년에 태어나 12년의 생을 살았던 충견으로, 10여 년 동안 매일 시부야 역에 나타나 심장마비로 사망한 주인 우에노 교수를 기다렸다는 아키타 견종이다. 1987년에 일본에서 제작된 하치의 영화 <八チ公物語>를 할리우드에서 현대의 미국 배경으로 리메이크한 영화가 <Hachi: A Dog’s Tale>(2009)로, 반려견을 길러본 사람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는 영화다. 교수 역의 리처드 기어(Richard Gere)와 함께 세 마리의 아키타견이 촬영에 나섰고, 제작비 1,600만 달러의 3배에 육박하는 4,700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올렸다. 2012년에는 영화를 촬영한 로드아일랜드 운소켓 디포(Woonsocket Depot)에도 일본과 비슷한 하치의 동상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오리지널 영화 <하치코 이야기>(1987) 예고편
리메이크 영화 <하치 이야기>(2009)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