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이든 노트북이든 전원을 켜고 가장 먼저 즐겨찾기 폴더를 연다. 폴더명은 ‘말랑말랑하게’. 이곳저곳에서 모은 볼거리가 가득한 사이트들을 뒤적거리며 재미있는 거 뭐 없나 찾아보는 것이다. 그 사이트들을 둘러본 나는 새로운 소식과 자극으로 한껏 말랑말랑해져 있다.

정보의 바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세계 곳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가 무엇을 먹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온라인 세상에선 아무런 경계 없이 별 희한한 소식을 다 들을 수 있다. 몇 군데 둘러보다 보면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에 나도 모르게 목을 쑥 빼서 모니터 가까이에 가져다 대고 있다. 거북목이 되지 않게 유의하며 아래의 사이트들을 하나씩 들락날락하는 것을 추천한다.

 

 

1. 신세계 villiv, 이것이야말로 라이프 스타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는 참 아리송하다. 단순히 먹고 사는 방식을 떠나서 어디서 사느냐, 어디로 놀러가느냐, 무슨 취미가 있느냐 등 삶의 방식 자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단어가 아닌가? 빌리브가 다루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다양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어 ‘아 내가 지금 남의 라이프스타일을 구경하고 있구나’ 새삼스레 깨닫는다.

신세계가 만든 라이프스타일 주거 브랜드 빌리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그 사람다운 집’을 제안한다는 철학이 있다. 주거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간혹 ‘우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면 이런 이야기도 흥미로워 할걸?’ 이라는 생각을 한 것처럼 폭넓은 소재도 다룬다.

추천 기사

1세부터 100세까지 나이에 관한 100명의 기록, 사진작가 JR <HOW OLD I AM?> 링크
휴양지에서의 환상적인 한때, 포토그래퍼 요시고 링크
당신의 공간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플레이리스트 가이드북 저자 박정용 에세이 링크

villiv 홈페이지

 

 

2. 흥미로운 소식지, 서브 컬쳐 대집합 VICE

‘서브 컬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나는 특히 그래피티, 원색 계열, 화려한 액세서리를 떠올린다. 더 나아가자면, 비주류, 그러나 눈을 뗄 수가 없는. VICE(바이스)가 전하는 소식이 이런 이미지다.

세상의 모든 중요한 뉴스를 독창적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 바이스의 소개 문구다. ‘세상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단 말야?’ 싶은 온갖 마이너한 뉴스를 볼 수 있다. 이런 소식들은 대체 어떻게 알아왔을까 상상해봤다. 후미진 골목에 있는 조금 낡은 레스토랑에서 식은 감자튀김을 먹으며 잠복해 있던 정보원이 옆테이블의 이야기를 몰래 주워듣고 적어온 소식 같다고 할까? 물론 그 정보원의 귀에는 노래를 재생하지 않은 상태로 이어폰이 꽂혀 있을 걸?

추천 기사

9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촬영한 쾌락주의 레즈비언 커뮤니티 링크
타투이스트들이 꼽은 손님들이 원하는 최악의 타투 링크
퇴근 후 상사 연락 무시할 수 있는 벨기에 공무원 링크

VICE 홈페이지

 

 

3. 메이저 패션의 흐름은 여기서 Style du monde

* 사진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대면 패션위크와 사진 속 모델에 대한 정보가 뜬다

아주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을 구경하고 싶을 때 찾아가는 사이트다. 사진작가 Acielle 가 운영하며, 유명인들의 패션위크 착장을 볼 수 있다. 김나영(Nayoung Keem), 최소라(Sora Choi)도 있다. 스트릿 패션이긴 한데, 하라주쿠나 예전 홍대의 특이한 스트릿 패션이 아니라 파리, 밀라노의 패션 위크의 팬시한 스트릿 패션이다.

패션계 유명인사들의 스트릿 패션을 보며 트렌드를 공부한다. 하물며 패션위크라니, 패션계의 최전선이다. 요즘엔 뭐가 유행인지, 옷을 어떤 조합으로 입는지 패셔니스타들이 각잡고 입은 옷들을 보며 요즘 패션을 알아가자.

Style du Monde 홈페이지

 

 

4. 헬싱키 사람들은 뭐 입어? Hel Looks

* 전신 사진 한 장과 옷 이야기를 하는 짧은 인터뷰 글을 볼 수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그 도시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을 지 심지어 무엇을 입을지 생각해본 적도 없다. 역시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헬싱키 사람들 만만치 않다.

‘아니, 누가 이렇게 입어?’ 헬싱키 사람들이 이렇게 입는다. “We document individual, unique looks and styles.”라는 소개 글만큼 독창적으로 입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입고 싶은 대로 입는 사람들의 멋은 예측할 수가 없어 재미가 있다. 단색 상의에 청바지의 무난한 스타일링이 아니라 눈길을 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다면 사람들은 슬쩍 곁눈으로 구경하다가, 완전히 지나치고 나서야 고개를 돌려 뒷모습을 한 번 더 눈에 담겠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고 대중적인 취향은 아니겠지만, 나에게 이들은 ‘멋쟁이’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Liisa Jokinen 은 사람들이 마음껏 입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길 바란다고 설명한다. 헬싱키의 멋쟁이들이 궁금하다면.

“We want to encourage people to dress individually and create their own styles.” – 출처 링크

Hel Looks 홈페이지

 

 

5. 내 귀에 고품격으로 엄선된 노래를 틀어줘 novvave record

“우리는 차트 랭킹과 특정 장르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선곡표를 제안합니다.”

“<플레이리스트 가이드북 Music for Inner peace>의 저자 박정용이 한 아티클에서 공간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보내왔다.”는 문구에서 음악을 찾아 듣고 신뢰가 생겨 책을 주문하고, 책을 출판한 곳을 찾아보다가 발굴한 사이트다.

‘21세기 큐레이션 형 레코드샵’으로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제안하는 레코드샵으로 주류 음악 플랫폼에 대안적인 시도를 한다’고 운영 취지를 밝히고 있다. 매월 노래를 선곡해 바이닐레코드를 보내는 구독 서비스를 중점으로 음악 관련 여러 프로젝트를 벌인다. 그 중 일환으로 공개된 플레이리스트를 즐길 수도 있고, lightzine 카테고리에서 선우정아, 스텔라 장 등 아티스트의 짧은 음악 이야기도 볼 수 있다.

누군가가 엄선한 좋은 노래들로 내 귀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싶다면? 또다른 음악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여기 노래 취향 믿을 만하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음악을 좋아합니다’라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Playlist’카테고리에서 확인해보자.

novvave 홈페이지

 

 

Writer

좋아하는 것들을 쓴다. 좋아하는 이유를 열렬히 말하며 함께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