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는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어준 프로듀서 노먼 그랜츠가 설립한 버브(Verve)로 이적한 1956년부터 음악적인 변화를 모색하였다. 미국의 작곡가 별로 송북(Songbook) 시리즈를 내기 시작하면서 재즈, 특히 비밥(Bebop) 중심의 레퍼토리에서 대중적인 팝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버브 레이블의 사상 첫 앨범이 된 <Ella Fitzgerald Sings Cole Porter Song Book>(1956)을 시작으로 10여 년 동안 모두 여덟 장의 송북 앨범을 내는데, 그 중에서도 거슈윈 형제의 송북 <Ella Fitzgerald Sings the George and Ira Gershwin Song Book>(1959)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많이 알려진 곡부터 덜 알려진 노래까지 59곡의 노래를 엄선하여 다섯 장의 LP에 담았으며, 엘라 피츠제럴드의 탄생 100주년이던 2017년에 다시 발매되어 재즈 애호가의 수집 대상으로 손꼽힌다.

앨범 <Ella Fitzgerald Sings the George and Ira Gershwin Song Book>(1959)

 

거슈윈 형제의 레퍼토리 엄선

작곡가 조지 거슈윈(왼쪽)과 작사가 아이라 거슈윈(오른쪽)

이 앨범에는 조지와 아이라 거슈윈(George & Ira Gershwin) 형제가 브로드웨이에서 작곡 콤비로 활동하던 시절인 1924년부터 1937년까지의 레퍼토리에서 59곡을 엄선하였다. 1937년에 39세의 나이에 요절한 동생 ‘조지’을 대신하여 작사가였던 아이라 거슈윈이 선곡을 도와주었으며, 가사의 일부를 새로운 맥락에 맞도록 개작하기도 했다. 그전부터 엘라 피츠제럴드와 친분이 있던 그는 “엘라의 노래를 듣기 전에는 우리 곡들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다”면서 기뻐했다. 59곡의 노래 중 유일하게 7인치 싱글로 발매된 ‘But Not for Me’는 이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재즈 보컬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그래미상(1960)을 받은 싱글 ‘But Not for Me’

 

넬슨 리들의 오케스트라 편성

이때 엘라 피츠제럴드의 나이는 42세, 그의 노래 해석과 가창력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였다. 노먼 그랜츠는 그의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더욱 섬세하고 확장된 오케스트라 편성을 원했다. 이를 위해 프랭크 시나트라 등 캐피틀 레코드 소속 가수들의 전속 어레인저로 활동하던 넬슨 리들(Nelson Riddle)를 초빙하여, 약 80여명의 연주자가 참여한 대형 오케스트라를 편성하여 약 8개월의 기간에 걸쳐서 녹음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협연에 담긴 엘라 피츠제럴드의 전성기 가창력을 담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 후에도 수시로 협력하여 5~6장의 앨범 작업을 함께 하였다. 넬슨 리들은 후일 영화음악에 진출하여 영화 <위대한 개츠비>(1974)로 아카데미를 수상하였다.

앨범 <Ella Fitzgerald Sings the George and Ira Gershwin Song Book>에 수록한 ‘Someone to Watch over Me’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 다섯

노먼 그랜츠는 이 앨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저명한 표현주의 화가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의 작품 다섯을 음반 표지로 각각 사용하였다. 다섯 장 중에는 그가 그린 엘라 피츠제럴드의 초상화도 포함하고 있다. 이 그림들은 LP 크기의 액자 프레임으로 만들 수 있어서 음반 수집가들을 더욱 들뜨게 했다. 베르나르 뷔페는 일찍이 화단의 주목을 받으며 앨범이 출반되기 직전인 1958년 이브 생 로랑, 프랑수아즈 사강 등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젊은 재능 5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