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조합의 연주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흑백 영상 안에는 영화배우 조니 뎁(Johnny Depp), 이제 70대 중반에 들어선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그리고 80대의 로이 게인즈(Roy Gaines) 같은 블루스 아티스트들이 둘러 앉아 잼 세션을 하고 있다. 영상 속 조니 뎁은 <캐리비언의 해적> 시리즈나, 그보다 과거의 필름 속에서 볼 수 있던 반항기 어린 모습 등 배우로서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프로페셔널한 블루스 기타 연주자의 모습이다.

조니뎁과 폴 매카트니의 에픽 블루스 연주 영상

조니 뎁은 원래 록 그룹의 기타리스트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12세 때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기타로 동네 펑크 밴드에서 연주하던 그는, 본격적으로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한다. 그러나 2주 후 여러가지 사정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교장 선생님이 만류하면서 “꿈을 좇아 뮤지션이 되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The Kids’, ‘Six Gun Method’, ‘Rock City Angels’ 등은 그가 참여했던 밴드 이름인데, 얼핏 봐도 하드록 밴드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다가 첫 번째 부인의 소개로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Nicholas Cage)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조니 뎁은 배우의 길을 걷게 된다.

공포 영화 <나이트메어>(1984)에세 데뷔한 22세 조니 뎁

배우로서 성공했음에도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고 틈틈이 직업적인 음악 활동을 해왔다. 그룹 오아시스(Oasis)의 레코딩 세션에 참여했고, 종종 영화 OST의 기타 연주를 했다. 톰 페티(Tom Petty)의 뮤직비디오에 카메오로 얼굴을 비추거나, 유명 록 밴드의 콘서트에 기타를 매고 불쑥 나오기도 한다. 당연히 에어로스미스(Aerosmith),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ZZ 톱, 앨리스 쿠퍼(Alice Cooper) 같은 하드 로커들과의 친분도 두텁다. 심야 파티나 록 콘서트에서 예상치 못하게 조니 뎁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게 된 팬들이 놀라서 그의 연주를 찍은 영상도 꽤 된다.

한 파티에서 키스 리처드와 함께 블루스를 연주하는 조니 뎁
에어로스미스의 록 공연에 나타나 협연하는 조니 뎁 

2015년에는 절친인 앨리스 쿠퍼, 에어로스미스 출신의 기타리스트 조 페리(Joe Perry)와 함께 할리우드 뱀파이어(Hollywood Vampire)라는 록 밴드를 결성하여 음반을 내기도 했다. 총 11곡 중 두 곡이 신곡인데 모두 조니 뎁이 작곡했다고 하니, 송라이터로서의 능력도 뛰어나 보인다.

록 페스티벌에서 레드 제플린의 ‘Whole Lotta Love’를 연주하는 할리우드 뱀파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