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까지 유럽 변방의 공국 중 하나였던 러시아를 세계사 중심의 강국으로 끌어올린 예카테리나 2세는 동양의 측천무후와 비교되기도 하는 강력한 여성 황제였다. 그는 집권한지 6개월도 되지 않은 남편 표트르 3세를 무력으로 폐위하고, 제정 러시아의 황제로 등극하여 무려 34년 동안 러시아를 통치하였다. 그는 오스만 투르크와의 오랜 전쟁에서 승리하여 흑해로 진출하였고 크림반도를 병합하여 제국을 확장했지만, 궁정 내에서는 20여 명의 연인과 자유연애를 즐기며 무성한 소문을 낳은 여걸이었다. 근래 HBO와 훌루(Hulu)가 연이어 영국에서 제작한 시대극을 방영하여, 그의 업적 이면에 숨겨진 사생활을 자세히 묘사한바 있다.

 

미니시리즈 <캐서린 더 그레이트>(2019)

그리고리 포템킨 공작(오른쪽)과 그를 연기한 배우 제이슨 클락

HBO의 4부작 미니시리즈 <Catherine the Great>는 예카테리나 2세가 집권한 34년(1762~1796)을 배경으로 한다. 여제는 20여 명의 연인들과 자유로운 사생활을 즐겼지만, 그 중에서도 포템킨 공작(Grigory Potemkin)과의 염문은 가장 많이 알려졌으며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여제가 집권할 수 있도록 도운 군인이자 러시아 영토 확장 시기의 전쟁 영웅이었던 포템킨 공작은, 여제를 측근에서 보필한 충직한 신하였고 사생활 측면에서는 예식만 하지 않았을 뿐 거의 남편에 가까운 존재였다. 여제의 중장년을 연기한 배우는 트리플 크라운(아카데미상, 토미상, 에미상)을 달성한 70대 나이의 영국 국민배우 헬렌 미렌(Helen Mirren)이, 그보다 10년 연하였던 포템킨 공작은 50대의 호주 배우 제이슨 클락(Jason Clarke)이 맡았다.

HBO의 4부작 미니시리즈 <Catherine, the Great> 예고편

 

드라마 <더 그레이트>(2020~)

독일의 작은 공국 출신으로 러시아 황가로 시집온 16세의 어린 왕세자비 시절부터 시작하는 드라마 <더 그레이트>(2020~)는 이제 시즌 2를 끝내고 2022년에 시즌 3 방영을 앞두고 있다. 신세대 스타 엘르 패닝(Elle Fanning)과 니콜라스 홀트(Nicholas Hault)가 정상적인 부부관계와는 거리가 멀었던 표트르 3세와 예카테리나 2세의 막장 궁정 생활을 연기하였다. 하지만 드라마의 상당 부분이 역사적인 사실보다는 창작에 기반한 블랙 코미디로, <The Great: An Almost Entirely Untrue Story>(거의 대부분 사실이 아닌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영화 <더 페이버릿>(2018)을 쓴 극작가 토니 맥나마라(Tony McNamara)의 작품으로, 그가 2008년 연극으로 상연했던 동명 작품을 TV 드라마로 옮긴 것이다.

드라마 <더 그레이트>(2020~) 예고편

 

영화 <캐서린 더 그레이트>(1995)

예카테리나 2세 이야기는 할리우드 영화의 오랜 단골 소재였다. 무성영화 시절에 만든 <Forbidden Paradise>(1924)의 폴라 네그리(Pola Negri)로 시작하여, 그 다음 <진홍의 여제>(The Scarlet Empress, 1934)의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그리고 <Great Catherine>(1968)의 잔 모로(Jeanne Moreau)까지, 당대의 스타 배우가 그 배역을 맡았다. 근래에는 당시 떠오르는 신성이었던 캐서린 제타 존스(Catherine Zeta-Jones)가 영화 <Catherine the Great>(1995)에서 역대 일곱 번째의 예카테리나 2세를 연기하였다. 이 영화는 MBC 주말 방송용으로 들어와 2002년에 <예카테리나 대제>라는 제목으로 더빙 방송한바 있다.

TV 영화 <예카테리나 대제>(국내 더빙,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