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넷플릭스 화제작이었던 <트랩트>(Trapped)에 이어 두 번째 아이슬란드의 노르딕 누아르 <발할라 살인>(The Valhalla Murders) 8부작이 소개되었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그리고 아이슬란드까지 노르딕 5개국의 인구를 다 합쳐도 3,000 만이 되지 않지만, 노르딕 누아르는 출판물에 이어 미디어 시장까지 세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부터 영국 대형 서점의 한 코너에서 ‘스칸디나비아 누아르’로 세를 불리기 시작하여 BBC 다큐멘터리 <Nordic Noir: The Story of Scandinavian Crime Fiction>(2011)을 통해 ‘노르딕 누아르’로 이름을 바꾸었고, 이제 넷플릭스를 통해 지구 전체로 퍼졌다.

BBC Documentary <Nordic Noir: The Story of Scandinavian Crime>(2011)

불완전하고 불행한 형사, 춥고 황량한 자연 환경,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행, 남성 또는 여성 혐오, 부조리한 사회 등 일정한 방정식이 노르딕 누아르 장르의 특성으로 자주 언급된다. 올해 넷플릭스에 소개된 <발할라 살인> 역시 장르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아이슬란드의 아카데미 시상식인 에다 어워즈 2관왕을 안았고, 영국의 BBC 4와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 방영되었다. 1940년대 아이슬란드에서 정부에서 운영하던 청소년 수감시설에서 14세 이하 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제로 벌어졌던 충격적인 사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아이슬란드 형사 드라마 <발할라 살인> 예고편

 

복잡한 가정사의 불행한 형사들

<발할라 살인> 역시 다른 노르딕 누아르가 그렇듯이 두 명의 형사 ‘카타’와 ‘아르드나르’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그들의 시각을 통하여 사회상을 투영한다. 이들은 덴마크 원작으로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킬링>의 형사 듀오 ‘사라’와 ‘스테판’처럼 복잡한 가정사와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이들은 사적인 문제로 수사에 전념할 수 없으며 본인 역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지만, 특유의 집중력과 투철한 집념으로 범인을 추적한다. 이는 매력적이고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통상적인 형사물과 차별화되는 ‘노르딕 누아르’의 특징 중 하나다.

 

차갑고 황량한 풍경

드라마 내내 배경에는 폭설 수준의 흰 눈이 쌓여있고,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고 스산한 풍경 일색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적에 제주도 인구의 절반 정도인 36만 명이 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북유럽인들의 특성에 따라 비유나 은유없이 직설적인 화법으로 짧고 명료한 대화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북유럽 특유의 척박한 환경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기고 무슨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한다. 배경 음악은 악기나 음의 변동이 크지 않은 미니멀리즘 형태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아이슬란드의 영화작곡가 페투르 토르 베네딕트손(Petur Thor Benediktsson)의 음악은 극중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였다.

<발할라 살인>의 배경음악 중 ‘Arnar’s Wall’

 

사회의 부조리를 투영한 사건

북유럽 국가들은 1970년대 발트해에서 발견된 오일에 힘입어 인당 GDP 4~5만 달러 수준의 부국들이라 치안과 복지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이를 반영하듯 노르딕 누아르는 상류층의 부조리와 퇴폐에 기반한 엽기적이고 은밀한 강력 범죄가 주를 이루며, 여성혐오(misogyny), 남성혐오(misandry)을 포함한 성범죄(Sexism)과 인종차별(Racism)이 사건의 중심에 자주 등장한다. <발할라 살인> 역시 연쇄 살인사건을 파고 들어갈수록, 권력자들의 어두운 과거와 추악한 실상이 드러난다. 그들의 커넥션이 배후에서 수사를 방해하자, 이를 돌파하는 형사들의 정의감이 더욱 빛나게 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Brot>이란 제목으로 방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