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매년 오스카 작품상에 오를 수 있는 힘있는 스토리의 영화를 선보인다. 2018년에 <로마>, 2019년에 <결혼 이야기>, 2020년에는 <힐빌리의 노래>가 그렇듯이 2021년 마지막 달에 내놓은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 역시 그렇다. 1993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영화 <피아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제인 캠피온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카우보이 복장으로 1920년대 배경의 목장주로 등장해 화제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으며 극찬을 받았고, 12월 1일부터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이다. 매체에서 2021년 최고의 영화로 부를 만하다는 찬사도 종종 들린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2021) 예고편

 

작가 토마스 세비지의 자전적 소설

영화는 작가 토마스 세비지(Thomas Savage)의 자전적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후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양아버지가 운영하던 몬타나(Montana)주의 목장에서 살았다. 세비지는 목장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였고 그의 어머니 역시 적막한 환경을 이기지 못해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목장에서 함께 살던 양아버지의 형제 중 ‘에드 브레너’라는 실존 인물에 영감을 받아 ‘필 버뱅크’(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의 캐릭터를 그렸다. 그는 실제로 나무의 가시에 베인 상처가 감염되어 탄저병에 목숨을 잃었는데, 이 모든 것이 소설의 배경과 비슷하게 설정되었다. 영화 속에서 ‘피터’는 바로 작가 자신을 투영한 것인데, 작가 토마스 세비지는 스스로 밝히지 않았지만 동성애자로 알려졌다.

컴필레이션 영상 <Phil & Peter>

 

영화로 돌아온 제인 캠피온 감독

영화 <피아노>(1993)로 여성 감독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제인 캠피온(Jane Campion) 감독은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페미니즘 시각의 영화로 유명하다. 그의 영화에서 여성은 억압적인 사회 내에서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을 찾아 나간다. 영화 <Bright Star>(2009) 제작 후 BBC 미니시리즈 <Top of the Lake>(2013~2017)에 푹 빠지면서 한동안 영화계에서 그를 보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독서광인 새엄마로부터 한권의 책을 받고 다시 영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영화 판권은 캐나다의 제작자가 이미 가져간 상태였고, 그를 만나 열심히 설득했지만 이미 마음에 둔 다른 감독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프로젝트를 거의 포기할 무렵, 그 제작자에게서 함께 제작하자는 요청 전화가 왔다. 12년 만에 영화계로 다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열연

그가 맡은 ‘필 버뱅크’란 캐릭터는 복잡하고 이중적이다. 예일대를 졸업한 인텔리지만 황량하고 거친 카우보이 일에 심취하였고, 주위 사람들에게 영웅과 악동의 면모를 모두 보여준다. 가해자인 동시에 최후의 피해자이며, 성적인 정체성은 끝까지 모호한 상태로 영화는 종료된다. 영화는 그를 중심으로, 처음에는 형제 관계인 ‘조지’(제시 플레먼스), 다음에는 조지와 결혼하게 되는 ‘로즈’(커스틴 던스트), 그리고 ‘로즈’의 대학생 아들 ‘피터’(코디 스밋-맥피)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국인으로서 생애 처음으로 서부 카우보이(목장주) 역할을 잘 하기 위해 실제 목장에 머물며 카우보이 일을 배웠고, ‘로즈’와 서먹서먹한 관계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장에서 서로 말을 섞지도 않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가 찬사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The Power of the Dog> 속 베네딕트 컴버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