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Soho)란 지명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그 원조는 대략 17세기의 런던이다. 원래 귀족들이 사냥할 때 하인을 부르던 용어였지만, 한참 지난 후 런던 웨스트엔드(West End) 지역의 번화가를 지칭하는 지명으로 다시 소환되었다.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퀸스 갬빗>의 주연으로 유명세를 탄 안야 테일러 조이(Anya Taylor-Joy)의 새 영화 <Last Night in Soho>(2021)는 ‘Swinging Sixties’의 자유분방 문화를 대변하던 1960년대 런던 소호(Soho)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호러 영화다. 소호 부근에서 자란 에드가 라이트(Edgar Wright) 감독은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던 부모에게서 영감을 받고, 당시 음반과 영화를 보면서 영화 <1917>의 작가 크리스티 윌슨-케언즈(Krysty Wilson-Cairns)와 함께 각본을 완성했다.

이 영화에는 당연히 1960년대 영국 런던 번화가에서 흘러나왔음 직한 많은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다. 약 20여곡의 수록곡 중 다섯 곡을 뽑아 보았다.

 

‘Late Night in Soho’(1968) Dave Dee, Dozy, Beaky, Mich & Tich

멤버들의 애칭을 모아 밴드 이름으로 만든 영국 5인조 팝 밴드로, 1961년부터 밴드를 구성하기 시작하여 ‘Zabadak!’, ‘The Legend of Xanadu’(1968) 등을 내며 스타급으로 부상했다. 1965년부터 1969년까지 영국 내에서는 비틀스보다 음악차트 성적이 더 좋았다. 최근까지 해체와 재결성을 반복하며 활동을 이어왔으나 데이브 디(Dave Dee) 등 핵심 멤버들이 사망하며 활동을 멈추었다. 당초 생각했던 영화 제목은 <Red Light Area>(홍등가)였으나, 영국 싱글 8위에 올랐던 ‘Late Night in Soho’을 듣고 영화 제목을 교체하게 되었다.

 

‘Don’t Throw Your Love Away’(1964), The Searchers

1959년 리버풀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로, 동향 출신인 비틀스에 이어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두 번째 기수가 되었다. ‘Sweets for My Sweet’(1961), ‘Needles and Pins’(1963)와 같은 히트곡으로 널리 알려졌고, 올론스(The Orlons)가 처음 녹음한 ‘Don’t Throw Your Love Away’을 이듬해 리바이벌하여 영국 싱글차트 1위에 올렸다. 최근까지 활동을 이어온 밴드는 2018년에야 은퇴를 선언하였고, 2019년 3월 마지막 콘서트를 열었다.

 

‘Wade in the Water’(1965), Graham Bond Organization

1963년에 결성해 활동한 지 4년 만에 공식 해체한 전설의 밴드로, 그레이엄 본드, 잭 브루스, 진저 베이커, 존 맥러플린 등으로 구성된 슈퍼 밴드였다.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고 내부 갈등이 격화되자 밴드는 단 세 장의 앨범을 끝으로 해체되고 말았다. 이 곡은 데뷔 앨범 <The Sound of ‘65>에 수록되었는데, 과거 미국 노예시대의 영가(Spiritual)을 영국 R&B 장르로 편곡한 것이다. 그레이엄 본드는 영국 R&B 음악의 선구자로 추앙되는 인물이며, 36세의 나이에 런던 지하철에서 요절하였다.

 

‘Got My Mind Set on You’(1962), James Ray

미국 워싱턴 DC 출신의 빈곤한 R&B 가수였던 제임스 레이는, 작곡가 루디 클락(Rudy Clark)과 함께 일하며 성공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첫 히트곡 ‘If You Gotta Make a Fool of Somebody’(1962)는 영국 차트에도 랭크되어 비틀스가 녹음하기도 했고, 두 번째 히트곡 ‘Got My Mind Set on You’(1962) 역시 루디 클락의 곡이다. 1963년의 미국 공연 중 이 음반을 구입했던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은 20여 년이 지난 1987년 리바이벌하여, 미국 빌보드 1위를 포함하여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부상했다.

 

‘A World Without Love’(1964), Peter and Gordon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작곡으로, 비틀스가 아닌 다른 뮤지션이 불러 미국과 영국 차트 수위에 올랐다. 이 곡은 폴 매카트니가 열 여섯의 이른 나이에 작곡하였는데, 런던으로 상경해 함께 지내던 여자 친구의 오빠가 바로 듀오 ‘피터 앤 고든’의 피터 애셔(Peter Asher)였다. 이 곡은 듀오의 데뷔 싱글로 100만 장 이상 판매되었으나,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 모두 이 곡이 비틀스의 음악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며 단 한 차례도 비틀스의 레퍼토리에 올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