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첫 선을 보인 호러 영화 <지퍼스 크리퍼스>(Jeepers Creepers)는 무시무시한 살인마로 등장하는 괴물의 정체에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며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했다. 곧이어 2년 만에 제작된 후속편 역시 박스오피스에서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프랜차이즈 호러 영화로 안착하는 듯했으나, 10년 이상 뜸을 들이고 제작한 세 번째 영화가 참담한 실패를 기록하며 3부작 영화로 막을 내렸다. 이제 원작자 빅터 살바 감독 대신 새로운 작가와 감독을 내세운 리부트 영화 <Jeepers Creepers: Reborn>이 2022년에 나올 예정이며, 이 역시 3부작 시리즈의 첫 영화가 될 것이다.

영화 <Jeepers Creepers: Reborn>(2022) 예고편

 

오래된 감탄사 “지퍼스 크리퍼스”

영화 제목으로 쓰인 ‘지퍼스 크리퍼스’(Jeepers Creepers)는 원래 미국에서 놀랐을 때 쓰던 감탄사의 일종으로,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게 된 말이다. 지금도 미국인들이 종종 쓰는 감탄사 ‘지저스 크라이스트’(Jesus Christ)는 신을 경시하는 것이라 생각되어, 비슷한 음절로 대신 쓰던 비속어였다. 이는 ‘Oh my God’ 대신 아무런 의미도 없이 ‘Oh my Gosh’라 고쳐 쓰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1930년대에는 루이 암스트롱의 히트곡 ‘Jeepers Creeper’(1939) 덕분에 널리 펴졌고, 당시 서부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 제목으로 쓰기도 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아 잊혔던 이 말이 60여 년이 지나 할리우드 공포 영화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옛 노래의 가사 “Jeepers, Creepers, Where did you get the eyes”을 듣고, 감독은 이 영화의 콘셉트에 관한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영화 <Jeepers Creepers>(2001)의 마지막 장면은 1930년대 동명의 노래 가사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데니스 드푸와 저지 데빌

각종 삽화로 소개된 ‘저지 데빌’

영화 <지퍼스 크리퍼스>(2001)의 첫 도입부 장면은 영화가 개봉되기 약 10년 전인 1990년,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던 살인범 데니스 드푸(Dennis DePue)의 범행 발각 장면과 아주 흡사하다. 그는 이혼 중이던 부인을 살해하여 시신을 유기하다가 차를 타고 지나던 남매에게 발각되어 범행 전모가 드러났는데, 당시 인기 다큐 시리즈 <Unsolved Mysteries>(1991)에서 이 장면이 자세히 묘사된 바 있다. 또한, <지퍼스 크리퍼스>에 등장한 살인 괴물은 뉴저지와 필라델피아 지역의 민담에 등장하는 ‘저지 데빌’(Jersey Devil)을 연상케 한다. ‘저지 데빌’은 1735년 13번째 아이를 낳게 된 친엄마의 저주를 받아 날개를 가진 악마 같은 흉측한 모습으로 태어났으며, 지금까지 그를 실제로 목격했다는 괴담의 주인공으로 남았다. 하지만 <지퍼스 크리퍼스>의 괴물을 처음 창작한 빅터 실바 감독은 데니스 드푸와 저지 데빌의 관련성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데니스 드푸 살인사건에 관해 묘사한 다큐 <Unsolved Mysteries>의 Season 2 Episode 20

 

빅터 살바 감독의 오리지널 3부작

공포영화 감독 빅터 실바(Victor Salva)는 젊은 시절 미성년 대상 성범죄 혐의로 기소되어 3년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출소 후 다시 영화감독으로 재기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자신이 창작한 <지퍼스 크리퍼스>(2001)의 성공으로 인기 감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퍼스 크리퍼스 3>의 흥행 실패와 함께 감독의 과거 흑역사가 알려지면서 영화의 일부 대사가 아동 성범죄를 암시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리부트 영화에서 ‘빅터 살바’라는 이름은 완전히 사라지고, 새로운 작가와 감독의 프랜차이즈 영화로 탈바꿈하였다. 핀란드 출신의 티모 브오렌솔라(Timo Vuorensola) 감독이 맡은 리부트 영화는 올해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해 2022년으로 연기되었다.

티모 브오렌솔라 감독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