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시절 찰리 파커(오른쪽), 빌리 홀리데이(가운데)과 함께 한 토니 스콧(왼쪽)

토니 스콧(Tony Scott)은 음악 명문 줄리아드(Juilliard)에서 수학한 정통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1950년대 뉴욕 맨해튼 52번가에서 사라 본, 빌리 홀리데이, 찰리 파커와 함께 무대에 섰으며, 1955년 그리고 1957년부터 3년 연속 ‘다운비트’ 선정 최고 클라리넷 연주자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비밥 무대에서 클라리넷의 인기가 점차 시들자 그는 1959년 짐을 꾸려 홀연히 뉴욕을 떠났다. 그는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현지의 음악을 받아들여 노매드 뮤지션의 삶을 살았다. 수시로 미국 재즈 신으로 돌아와 그가 경험한 세계 각지의 음악을 접목한 음반을 냈는데, 평론가들은 그를 가리켜 월드뮤직(World Music) 또는 뉴에이지(New Age) 음악의 선구자라 부르기도 했다.

토니 스콧 ‘Autumn Leaves’(체코슬로바키아, 1968)

그가 1960년대 이후에 낸 음반 중 세계 각지의 음악과 접목하여 낸 <Music for Zen Meditation>(1964), <Music for Yoga Meditation & Other Joys>(1972), <Music for Voodoo Meditation>(1973)을 명상 3부작(Meditation trilogy)라 부르는데, 이를 중심으로 그의 노매드 음악 인생에 대해 알아보았다.

 

<Music for Zen Meditation>(1964)

그가 해외로 관심을 돌린 계기는 1958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이다. 이때 일본에서 온 재즈 작가와 교류를 하게 되었고, 그의 주선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TV 출연과 재즈 연주를 하며 안정적인 수입을 얻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를 돌아다니며 현지의 종교와 음악을 연구했다. 이에 착안한 그는 일본의 전통 악기 ‘샤쿠하치’와 ‘코토’의 명장과 함께 선(Zen) 명상의 배경 음악을 만들었다. 버브(Verve)에서 출반한 <Music for Zen Meditation>에는 ‘The Murmuring Sound of the Mountain Stream’, ‘A Quivering Leaf Asks the Winds’와 같은 이색적인 음악 제목과 느린 미니멀리스트 음악으로 재즈 팬들의 관심을 받으며, 수년 만에 50만 장 넘게 판매하는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다.

앨범 <Music for Zen Meditation>에 수록한 ‘The Murmuring Sound of the Mountain Stream’

 

<Music for Yoga Meditation & Other Joys>(1968)

전작의 상업적인 성공으로 토니 스콧은 더욱 음악적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이제 그의 관심은 아시아의 다른 지역 인도로 향했다. 그는 인도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그곳의 전통 음악인 라가(Raga)에 대해 배우면서 현지의 라가 클라리넷 연주자와 교류하였다. 그의 새로운 음악의 성공에 고무된 버브(Verve) 레이블이 새로운 명상 음악을 출시할 것을 종용하자, 그는 인도의 전통 악기 ‘시타’(Sitar) 연주가 콜린 왈콧(Collin Walcott)과 함께 요가 음악을 출반했다. 이 음반에는 Prahna(Life Force), Samadhi(Ultimate Bliss) 등 아홉 가지 정신 상태에 적합한 그의 오리지널 음악이 수록되었다.

앨범 <Music for Yoga Meditation & Other Joys>에 수록한 ‘Prahna-Life Force’

 

<Music for Voodoo Meditation>(1973)

아시아 지역에서 5~6년을 살았던 그는 1960년대 후반부터는 독일에 머물면서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아프리카의 부두교 제식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 세번째 명상 음반 <Music for Voodoo Meditation>을 냈다. 이 음반은 프랑스와 독일에서만 발간되어, 지금까지 구하기 힘든 희귀 음반으로 분류된다. 그는 1970년대부터는 자신의 뿌리인 이탈리아에 거주하며 현지 재즈 뮤지션들과 함께 교류하며 노후를 보냈다. 그는 로마의 집에서 30여 년을 이탈리아에서 보내던 그는 2007년 85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가 남긴 세 장의 명상 음반들은 지금까지 월드뮤직(World Music) 또는 뉴에이지(New Age) 음악의 초기작으로 널리 인정된다.

토니 스콧의 <Music for Voodoo Medit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