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음악의 단위는 몇만 ‘장’에서 몇만 ‘뷰’가 되었다. 다종다양한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듣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고 썸네일이 좋아서 듣는 음악도 부지기수, 뮤직비디오 감독이 어떤 곡에 참여했는지도 척하면 척이다. 보기 좋은 음악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만든 뮤직비디오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추위는 싫지만 왠지 눈 내리는, 눈 덮인 풍경은 좋다. 추운 겨울을 견디며 언제 또 눈이 내릴지, 크리스마스엔 눈이 내릴지가 궁금해진다. 추우면서도 동시에 포근함이 느껴지는 눈 내리는 겨울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뮤직비디오 5편을 소개한다.

 

이예린 ‘하얀 밤’

포크 장르를 기반으로 언제나 따뜻한 음악을 선보이는 싱어송라이터 ‘이예린’(Lee Yerin)이다. 올해 초 발표한 곡 <하얀 밤>은 이예린의 첫 번째 정규앨범, 같은 제목의 이 노래는 그중에 마지막 순서를 차지한 트랙이다. 때때로 사랑에 대해 노래하며 완전하진 않지만 좀 더 따뜻한 말로 진심을 건네고 싶었다는 앨범은, 지금까지 발표해온 곡 중에서 가장 따뜻한 노래인 ‘하얀 밤’(White Christmas)으로 마무리된다. 뮤직비디오를 작업한 강나연 감독은 이예린과 다른 프로젝트로 연이 닿아, 그의 공식적인 첫 뮤직비디오도 함께 하게 되었다. 눈 덮인 산으로 시작해 눈 덮인 벌판으로 마무리되는 영상은 따뜻한 차와 장작, 일기장과 수많은 책, 흰 눈사람과 이예린의 하얀 목소리를 한 데 녹여낸다. 덧붙이는 말로 곡의 영문 제목은 ‘White Christmas’다, 또 덧붙이는 뮤지션의 한 마디는 “그럼에도 나는 이제 사랑을 믿어. 우리가 함께하는 매일이 크리스마스야!”(소개글 중)

이예린 인스타그램

 

ALEPH ‘파수꾼’

기타 사운드를 중심으로 포크, 팝, 재즈, R&B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 ‘알레프’(The Guardian). 매달 싱글을 발표하는 시리즈를 이어온 지도 벌써 10번째 곡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싱글 시리즈 직전에 발표했던 EP와 동명의 곡인 ‘파수꾼’이다. 가사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아끼는 곡이라는 이 노래는 나를 돌보는 것에 바빠 주변을 챙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책과 그런데도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고 있다. “미운 사람이 되는 건 고운 사람보다 되기 쉬운 걸요. 이런 나와 함께 해준 사람들이 좋아요.”(가사 중) 뮤직비디오는 OGG VISUAL 이영음 감독과 NOVV 김현재 감독이 공동 디렉터로 함께 했다. 곱게 접고 정성껏 꾸민 종이를 여기저기 붙이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마음을 곱게 접어 고마운 이에게 건네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두꺼운 니트와 목도리, 정체 모를 짐가방과 알록달록한 머리핀, 흩날리는 눈이 한 편의 겨울 동화를 연상시킨다.

알레프 인스타그램

 

이설아 ‘영혼의 코러스’

앞서 소개한 이예린의 앨범 <먼 마음 2/2>의 타이틀곡 ‘아침’은 이설아(Lee Seol Ah)의 편곡으로 완성되었다. 우연찮게도 두 뮤지션 모두 정규앨범을 Part 1, Part 2로 나누어 발매한 것이 인상적인데, 지금 소개되는 이설아의 ‘영혼의 코러스’(Chorus of soul)는 그의 첫 번째 정규앨범 <못다한 말들, Part. 1>의 수록곡이다. ‘영혼의 코러스’는 아버지가 군 복무 시절 연인에게 보낸 편지이자, 어머니가 서랍 속에서 꺼내든 편지를 읽고 만든 사랑 노래다. 편지마다 붙어 있던 제목이 바로 ‘못다한 말들’이었다. “세상에 뱉어지지 못하고 부유하는 말들은 얼마만큼일까. 그 말들은 쌓이고 쌓여 어디에서 자랄까.”(소개글 중) 뮤직비디오를 작업한 감독 조원준은 이설아의 또다른 곡 ‘성숙한 마음으로 무모하게’ ‘있지’ 등의 영상에도 함께 했다. 영상의 후반부부턴 펼쳐지는 넓게 트인 평야와 그 위로 한가득 쌓인 눈, 그 위를 마음껏 누비는 연인의 모습은 겨울이면 떠오르는 로맨스 영화들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이설아 인스타그램

 

사람또사람 ‘폭주하는 눈썰매의 고민’

듀오 사람또사람(4tto4)의 두 번째 캐롤 ‘폭주하는 눈썰매의 고민’(Burning Sled). 한해 동안 무언가를 꾸준하게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뚜렷하게 떠오르는 무언가가 없는, 매해 반복되는 반성의 마음으로 만든 캐롤의 탈을 쓴 송년 곡이다. 뮤직비디오는 앨범 아트워크를 제작한 디자이너 김에테르와 황지수 감독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뮤직비디오는 현재까지 모두 세 편이 공개되어 있다. 첫 번째 캐롤 ‘크리스마스 저녁에 티비를 보다가’, 두 번째 캐롤 ‘폭주하는 눈썰매의 고민’, 세 번째 캐롤 ‘울어도 돼’에서까지 모두 울다 웃다 폭주하는 귀여운 쥐(?) 캐릭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람또사람 인스타그램

 

Writer

Editor | 포크라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