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섯 살부터 뮤지션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클럽에서 노래하고 춤췄다.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운 그는 아홉 살에 필라델피아 라디오에서 주최한 부기우기 피아노 대회에서 입상한 수재였다. 음악학교 졸업 후에는 하몬드 오르간(Hammond Organ)에 푹 빠져서 재즈에 오르간 연주를 접목한 개척자였고, 일생 동안 100여 장의 음반을 낼 정도로 바빴다. 그는 공연 중에도 청중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신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쇼비즈니스계의 엔터테이너라 여겼다. 그의 이름 앞에는 ‘놀라운’(Incredible)이란 수식어를 붙인 지미 스미스(Jimmy Smith)을 상징하는 키워드 셋을 살펴보았다.

 

재즈 오르간의 개척자

지미 스미스가 즐겨 연주한 하몬드 B-3 오르간

하몬드 오르간은 1934년 로렌스 하몬드(Laurens Hammond)가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 방식을 응용하여 발명한 전자 오르간이다. 초기에는 주로 규모가 작은 교회나 순회 목사들의 예배나 마술 공연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였지만, 지미 스미스가 기타를 포함한 오르간 트리오 형식으로 인기를 끌며, 재즈나 블루스, 그리고 록 음악에서도 널리 확대되어 사용되었다. 원래 피아노로 시작했던 그는 와일드 빌 데이비스(Wild Bill Davis)의 오르간 연주를 듣고 푹 빠져서 1954년부터 하몬드 B-3 오르간을 연주하게 되었다. 클럽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재즈 빅밴드보다 오르간 트리오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여 점차 퍼져 나갔다.

지미 스미스 트리오 ‘Midnight Special’

 

블루노트, 버브 레이블의 기반

그의 트리오는 상당한 분량의 레코딩으로 신흥 재즈 레이블의 사업 기반을 세웠다. 1956년 당시 신흥 레이블 블루노트의 대표 알프레드 라이언이 그의 오르간 공연을 보고는 바로 계약을 맺고 음반을 내기 시작했다. 그후 8년 동안 40여 레코딩 세션을 가졌으며, 무려 20여 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그의 데뷔 음반 <A New Sound, A New Star>(1956)을 시작으로, 명반으로 평가받는 <The Sermon!>(1958) 등 괜찮은 판매고를 올리며 블루노트의 사업적 성공에 기여했다. 1962년에는 또 다른 신흥 재즈 레이블 버브(Verve)와 계약을 맺었고, 20여장의 앨범을 출반했다. 버브와의 첫 앨범 <Bashin’>(1962) 역시 인기를 끌었으며, 여기에 수록한 ‘Walk on the Wild Side’는 올리버 넬슨 빅밴드가 함께 연주한 명곡이다.

앨범 <The Sermon!>에 수록한 ‘The Sermon’

 

재즈와 소울, 힙합을 잇는 크로스오버

그는 재즈 뮤지션으로 시작하였지만, 그의 음악은 자주 빌보드 차트에 오를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는 재즈의 범주를 벗어나 다른 장르로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했으며, 음반 <Root Down>(1972)은 소울 음악에 영향을 주어 ‘애시드 재즈의 아버지’로 불리는 곡이다. 타이틀곡 ‘Root Down’은 비스티 보이즈(Beastie)가 샘플링한 곡으로 유명하다. 그의 마지막 버브 앨범 <Dot Com Blues>(2001)은 재즈와 완전히 결별한 음반으로 평가되며, 그의 협업 대상은 퀸시 존스, 프랭크 시나트라, B.B. 킹, 마이클 잭슨 등 광범위하였다. 그는 애제자 조이 드프란체스코(Joey De Francesco)와 마지막 앨범 <Legacy>(2005)를 냈는데 그는 발매를 보지 못한 채 취침 중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였다.

지미 스미스 'Root Down (And Get It)'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 ‘Root Down’(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