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투’(Duel)는 18세기 중반까지 서양에서 실제로 빈번하게 벌어졌던 관습이다. ‘장갑을 던지다’(throw a gauntlet)라는 관용어처럼 장갑을 던져서 결투를 신청하고 상대방과 목숨을 걸고 싸워 명예를 지키는 일은 귀족 사회에서 흔한 일이었다. 지난주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The Last Duel)은 14세기 프랑스의 노르망디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인 두 남자의 실화를 근거로 했다. 명감독 리들리 스콧 작품이라는 점 외에도, 절친인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함께 시나리오를 썼고, 맷 데이먼, 조디 코머와 아담 드라이버가 삼각 관계로 캐스팅되었다는 점 등 여러 방면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다.

<라스트 듀얼> 예고편

 

에릭 야거의 논픽션 원작

UCLA에서 중세문학을 강의하는 에릭 야거(Eric Jager) 교수가 2004년에 출간한 <The Last Dual: A True Story of Trial by Combat in Medieval France>는 지금으로부터 635년 전인 1386년 12월 29일에 중세 프랑스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룬 논픽션 소설이다. 백년전쟁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기사 장 드 카르주(Jean de Carrouges)가 아내 마르그리트(Marguerite)를 모욕한 자크 르 그리스(Jacques Le Gris)를 고발하였고, 결국 이를 입증할 수 없게 되자 왕에게 탄원하여 목숨을 건 결투로 누가 옳은지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BBC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고, 많은 제작자가 원작에 관심을 가지면서 영화로 제작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라스트 듀얼> 메이킹 영상

 

목숨을 건 ‘결투 재판’

이 사건은 단순한 결투가 아니라 결투 재판(Trial by Combat)이었다. 증인이나 증거가 부족한 고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두 당사자가 결투를 통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게르만법에서 유래하여 중세 유럽으로 널리 퍼졌다. 무기를 들고 한쪽 당사자가 사망할 때까지 싸우는 잔혹성 때문에 근세로 들어오면서 대부분의 국가가 이를 금지하였지만, 사적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9세기까지 관습적으로 행해졌다. 영화의 배경이 된 결투는 프랑스 왕을 포함하여 수많은 관중 앞에서 벌어지면서 많은 문헌에 기록으로 남아 후세에 전해졌지만, 프랑스에서 공식적으로 인가된 마지막 결투가 되었다. 서양에서는 그 전통이 전해 내려와 최근에도 법원에 ‘결투 재판’을 허용해 달라는 공식 청원이 등장하곤 한다.

<라스트 듀얼> 추가 공개 영상

 

관점에 따른 세가지 해석

영화는 세 챕터로 나누어져,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세 사람의 관점에서 과거를 회상한다. 성적 불평등이 난무하던 중세의 가부장 사회에서, 한때 친했던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사투를 벌이는 원수지간이 된다. 어떻게 각색을 하는지에 따라 성범죄에 대한 복수극이 될 수도 있고, 삼각관계에 따른 스릴러로 바뀔 수도 있다. 처음에는 영화 <굿 윌 헌팅>(1997)에서 함께 오스카 각색상을 받은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 두 사람이 시나리오를 썼지만,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 니콜 홀로프세너(Nicole Holofcener) 감독이 함께 각색에 참여했다. 하지만 영화가 자칫 여성혐오(misogyny)로 흐르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데는 감독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세 명의 작가(맷 데이먼, 니콜 홀로프세너, 벤 애플렉)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