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 내내 대수롭지 않던 마음이, 신기하게도 찬 바람 불어옴과 동시에 뒤숭숭하게 흔들린다. 아직 4분의 1이나 남은 한 해가 벌써 다 간 것만 같고, 늘 외롭던 마음이 유난히 더 공허해지는 계절이다. 다행히 차츰 고개를 드는 행사와 공연 덕에 지난해보다는 풍성한 가을을 내심 기대하게 된다. 시월이 가기 전 주목할 만한 음악 이벤트 셋을 소개한다. 모두 음악과 조금 특별한 이야깃거리,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만났다.

 

동심 X 자연 X 일렉트로닉 <RAAI Beautiful Little Stone>

라아이(RAAI)는 가족으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닉 그룹 텐거(TENGGER)의 최연소 멤버다. 굳이 나이를 따져보면 이제 고작 10세의 어린이. 그러나 그 생각과 감성의 깊이는 절대 어리지 않다. 그동안 텐거의 어엿한 일원으로 활동하며 예술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과 영감을 발전시켜온 그는 앞서 올해 데뷔 EP <Beautiful Moment>를 내놓으며 빛, 바람, 산 등의 자연과 세계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고백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라아이의 단독 라이브 무대. 텐거의 일원이자 개인 데뷔 20년 차에 이른 라아이의 어머니 있다(itta)가 공연 파트너로 나선다. 10월 1일에 막 공개한 ‘Little Stone’ 뮤직비디오 영상에는 라아이의 일부 모습과 그가 뛰어논 자연 풍경, 귀여운 애니메이션이 교차하고, 라아이가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바다에서 돌을 주워 올리는 모습이 함께 담겨 있어 공연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이번 이벤트에는 라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바닷가에서 소중하게 골라 주워 담은 돌 100개를 작은 병에 담아 선물용 굿즈로 제작하고, 직접 전시에 설치해 선보이며, Extra Noir와 Y2K92가 DJ 무대로 이들을 지원한다. Extra Noir는 텐거를 비롯해 에어리 텍스타일(Airy Textile), 예츠비(Yetsuby) 등 동료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발매하고, 직접 테크노, 앰비언트 등 실험적인 음악을 내놓았으며, Y2K92는 지난해 일민미술관 프로젝트 <도래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노래>에 인상적인 싱글 ‘Bi-elijah’를 공개하고, 이번 라아이 EP에 리믹스로 참여한 바 있다.

라아이 ‘Little Stone’ 뮤직비디오

<RAAI Beautiful Little Stone>

일시 10월 24일 일요일 오후 5시
장소 이태원 서율커뮤니티라디오 스튜디오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0나길 22 1층)
문의 txnxgxr@gmail.com 

라아이 밴드캠프

텐거 인스타그램

 

 

뮤지션 X 쇼 X 마켓 <제4회 오픈레코드>

<오픈레코드>는 인디 뮤지션들과 아티스트 팬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 소통하는 기회다. 2019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벌써 제4회를 맞이한 이 축제는 ‘3년 차에 4회’라는 그 횟수가 증명하듯 지금까지 총 100여 팀에 가까운 뮤지션들이 참여해 인디 신의 대표적인 레코드 마켓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비록 이번 오픈레코드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행사 없이 비대면 유튜브 송출로만 진행하지만, 행사 당일 오직 온라인을 통해서만 음반 구매가 가능하고, 공연과 마켓 외 다양한 코너도 준비해 오픈레코드 특유의 현장감을 이어간다.

카페 언플러그드와 생기 스튜디오 무대를 꾸미는 참여 아티스트는 총 6팀. 데뷔와 동시에 한국대중음악상 2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에도 어김없이 좋은 앨범을 내놓은 천용성, 지난 9월 새 앨범 <술과 꽃>으로 가을과 잘 어우러진 깊은 감성과 음악을 선보인 Room306, 일본에서 정규앨범을 내놓으며 그 세계와 무대를 더욱더 확장한 매스록 밴드 코토바, 각기 부산과 대구의 로컬 신에서 활발하게 활약 중인 ‘플랫폼 스테레오’와 ‘나의 노랑말들’, ‘폴립’ 등이 출격 준비 중이다.

앞서 말했듯 제4회 오픈레코드에는 뮤지션 부스 외에 특별히 두 가지 코너가 별도 공개된다. 이전 행사에 셀러로 참여한 적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 레이블 영기획의 대표 하박국과 2016년 인디포스트가 소개한 바 있는 머쉬룸 레코딩의 대표 천학주 엔지니어가 ‘하박국의 전자음악상가’와 ‘머쉬룸 레코딩의 D.I.Y 음악 상점’을 통해 다양한 음반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오소리웍스의 대표이자 뮤지션, 프로듀서인 단편선과 밴드 후하의 보컬 및 기타로서 새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성진영이 MC로 나서 8시간의 행사를 이끌어 간다.

Room306 ‘보존’ 뮤직비디오
폴립 ‘DAWN808’ 뮤직비디오

<제4회 오픈레코드>

일시 10월 30일 토요일 오후 1시~9시
공연 온라인 유튜브 튜나레이블 채널
문의 카카토옥 ‘튜나레이블’ 링크

튜나레이블 홈페이지

튜나레이블 인스타그램

 

 

국악 X 힙합 X 여성 <당곰 이야기>

음악극 <당곰이야기>는 최근 음악계에 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민요와 판소리 등 전통음악을 소재로 힙합과 여성 서사까지 아우른 판소리극이다. 그 동안 분명 여성의 이야기임에도 막상 그 신화는 남성 중심으로 써내려 온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 전통 속 출산의 신인 ‘삼신할매’ 이야기와 ‘여성 국극’이라는 형식을 빌어 재해석하고 있다.

이야기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창작집단 ‘빨간수염’의 단원들은 런던 인터내셔널 씨어터 페스티벌 측으로부터 안내 메일을 받는다. 올해 페스티벌 주제가 ‘신화’이며 주최측에서 아시아 전통 연극 양식, 특히 한국에서는 판소리를 활용한 응모작을 기대한다는 것. 빨간 수염 단원들은 런던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페스티벌 지원을 위한 데모 테이프를 만들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삼신할매로 알려진 출산의 신 ‘당곰’의 이야기를 마음대로 고쳐서 아마추어 판소리로 얼기설기 데모 테이프로 완성한 것. 그런데 그때 이들에게 실제 당곰 신이 찾아오며 이야기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서울남산국악당은 2007년 전통공연예술의 진흥과 국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건립된 국악 전문 공연장으로, 지난6월 인디포스트가 소개한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 프로젝트의 원형이 된 혜원, 민희의 <남창가곡> 무대를 지난해 ‘남산초이스’ 공연으로 진행한 바 있다. 이번 <당곰이야기>는 2021년 남산초이스 첫 번째 작품으로 창작집단 푸른수염에 의해 선보인다.

<당곰 이야기> 티저 영상

<당곰 이야기>

일시 10월 26일 (화) ~ 30일 (토) | 평일 저녁 8시 |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티켓 3만 원
문의 02-2261-0500

예매 페이지

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홈페이지

창작집단 푸른수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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