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앞에 앉은 말년의 제임스 P. 존슨(1948)

제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제조업이 발달하고 사회적, 문화적으로 융성했던 시기였던 ‘광란의 1920년대’(Roaring Twenties). 이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곡이 ‘The Charleston’이었고 이 음악에 맞춰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댄스를 ‘The Charleston Dance’라 불렀다. 브로드웨이 쇼 <Runnin’ Wild>(1923)에서 첫선을 보인 후 유행처럼 퍼졌고, 그 후 미국 출신으로 프랑스로 입양한 배우 겸 댄서로 활동했던 조세핀 베이커(Josephine Baker)에 의해 유럽에도 널리 퍼졌다. 100여 년이 지난 요즘에도 찰스턴 댄스는 대표적인 사교댄스로 대중화되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친근한 곡이다.

조세핀 베이커가 할렘 쇼에서 선보인 찰스턴 댄스(1925)

1920년대를 대표하는 인기곡 ‘The Charleston’을 작곡한 제임스 P. 존슨(James P. Johnson)은 젤리 롤 모턴과 쌍벽을 이룬 랙타임(Ragtime) 시대 피아니스트로, 랙타임에서 재즈 시대로 이어주는 가교 구실을 했다고 평가된다. 그는 할렘의 전성기에 할렘 스트라이드 피아노(Harlem Stride Piano) 연주를 개척한 선구자였고, 재즈 초창기의 카운트 베이시, 듀크 엘링턴이나 아트 테이텀에게 영향을 준 피아니스트였다. 대공황 시절 피아노 일거리가 줄어들자, 작곡에 더욱 전념해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나 할리우드 영화에 자신의 음악을 공급하였다. 그의 업적에 비해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그를 두고 ‘보이지 않는 피아니스트’(Invisible Pianist)라 일컫기도 했다.

제임스 P. 존슨의 오리지널 피아노 연주 ‘The Charleston’(1923)

그는 1894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스콧 조플린의 랙타임 대표곡 ‘Maple Leaf Rag’을 따라 치며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웠다. 열여덟 나이부터 피아노 연주자로 나서 동료 스트라이드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투어에 나섰고, 베시 스미스 같은 블루스 가수들의 반주자로서 따라다녔다. 1920년대 축음기가 일상화되자 자신의 자작곡들을 녹음하여 음반으로 발매했다. ‘Harlem Strut’, ‘Carolina Shout’, ‘Worried and Lonesome Blues’ 등의 히트곡은 이때 만들어진 곡이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도 자신의 곡을 제공했는데, ‘The Charleston’, ‘If I Could Be With You’, ‘You’ve Got to Be Modernistic’가 대표적인 곡이다.

제임스 P 존슨이 1921년 작곡한 ‘Carolina Shout’. 이 곡은 2020년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그의 작곡 범주는 왈츠, 발레, 심포니, 그리고 오페라까지 확장되었다. 그의 작업이 모두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작업 결과물은 현재 럿거스 대학의 재즈 연구협회에 보관되어 있다. 그는 인기 작곡가로 인정을 받아 1926년부터 ASCAP 회원으로 등록되어 저작권 수입이 꾸준히 들어왔고, 이 때문에 노년에 건강이 악화된 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병세가 악화하여 1955년 61세의 나이로 사망하였을 때, 팬으로서 그를 꾸준히 지원하고 보살폈던 유명 재즈 프로듀서 존 하몬드(John Hammond)는 다운비트(Downbeat) 잡지에 <Talent of James P. Johnson Went Unappreciated>의 제목으로 기사를 실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였다.

그의 음반은 현재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1940년대 초 자신이 직접 20여 곡을 선곡한 솔로 음반 <The Original James P. Johnson 1942~1945: Piano Solos>에서 그의 피아노 연주를 지금도 들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1910년대 피아노 연주자로 작곡한 오리지널, 1920년대 브로드웨이에 공급한 곡, 그 외 당시 유행하던 피아노 레퍼토리까지 다양하게 선곡되었다. 1996년에는 CD로 발매되면서 그동안 미발매했던 곡과 다양한 자료를 포함하여 재즈 컬렉터의 필수 수집 대상에 올랐다.

1940년대 그의 솔로 연주를 담은 <The Original James P. John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