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동네 가게,
염리동의 젊은 흐름 ‘초원서점’ 인터뷰 (2)

지난 인터뷰에선 초원서점에 대한 소개와 서점의 가치에 대한 물음, 유의미한 움직임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초원서점에서 추천하는 책과 음악, 영화들을 소개할 차례다. 인터뷰 하는 동안 한 권의 책, 한 명의 음악가를 꼽기가 너무 힘들다며 난처한 기색을 보이던 서점 주인 ‘혜진’ 씨의 태도에선 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묻어나왔다.

오늘 오픈하면서 들었던 음악은 뭐예요?
ARNO CLAUSS의 앨범 <Tante Gertie>와 Roger Davidson의 앨범 <Pensando en ti>예요. 오전에는 주로 발랄하면서도 평화롭고 목가적인 음악을 들어요. 이런 음악을 틀어 놓고 창 밖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Roger Davidson은 피아니스트인데 유투브 영상도 꽤 있어요.
▶ Roger Davidson, 'Adios Dolor' 노래 듣기

인디음악이 낯선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나요?
인디음악 전반을 알 수 있는 책이 많지는 않아요. 몇 권 소개하자면, 먼저 <골든 인디 컬렉션>(최규성, 안나푸르나, 2015)은 다수의 한국 인디밴드를 인터뷰했어요. 해당 뮤지션의 탄생 비화나 음악을 대하는 자세,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있죠. <우리들의 황금시대>(재미공작소, 2013)는 당시 앨범을 발매한 뮤지션들을 심층 인터뷰한 책인데, 구성이 좀 빽빽해 보이지만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어요. <한국의 인디 레이블>(박준흠, 출판사 선, 2011)은 한국 인디음악의 흐름을 알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입니다. <홍대 앞 새벽 세시>(성기완, 사문난적, 2009)는 에세이에요. 저자가 그 생활(편집자 주- 성기완은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이자 시인이다.) 안에 있으니까, 홍대 인디씬의 풍경들을 사실적으로 볼 수 있어 읽을만할 거예요.

주목하는 한국 인디뮤지션이 있나요?
저를 사로잡는 뮤지션은 정말 새롭거나, 기가 막히게 잘하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실리카겔’은 이 두 지점에 고루 발을 담그고 있어요. 인디음악의 세대교체에 대해 종종 생각하곤 하는데 이들을 보면 그 윤곽이 뚜렷해져요. ‘로다운30’은 나 들으라고 만든 음악도 아닌데 들을 때마다 '아, 이 사람들이 음악 해줘서 고맙다' 생각해요. 음악 그 자체에 평화가 깃들어 있고, 20여 년이라는 세월만큼 앞으로도 오래 그 자리를 지켜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어요. 그리고 저는 무대 위에서 ‘미친’ 사람을 좋아해요. ‘미친 척’ 말고 제대로요. 인디씬, 그 중에서도 포크나 모던락 밴드 외에 여성 프론트맨을 보는 건 드문 일인데 ‘빌리카터’의 두 여성멤버는 그 시발점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잘 만나기 힘든 컨트리, 로커빌리, 블루스를 제법 멋지게 소화해냈고, 지금은 드럼을 영입해 밴드셋을 꾸려서 펑크, 사이키델릭 음악을 들려주며 본격적으로 뻗어 나가고 있어요.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이 세 사람의 합은 관객들이 자기 안에 접어 놨던 에너지를 깨워요. 이로운 미친 사람들이죠. (웃음) 세 밴드 모두 음원보다는 공연장에서 직접 보는 걸 권해요.

근처에 위치한 서점 ‘퇴근길 책 한잔’에선 금요일마다 영화를 상영한다고 들었어요. ‘초원서점’에서 영화 상영회가 열린다면, 어떤 영화를 틀고 싶어요?
<8월의 크리스마스>(1998)랑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이요. 특히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엄청 좋아해서, 가게 이름도 영화 속 한석규가 운영하는 ‘초원사진관’에서 따온 거예요. 어릴 때 두 영화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아, <다방의 푸른 꿈>(2015)은 옛 가수 ‘김 씨스터즈’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좋아하는 옛날 노래 제목이기도 해요. 전주만 들었을 땐 샹송인 줄 알았는데 한국말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작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했는데 아쉽게도 못 봤어요. 여기서 꼭 한번 상영하고 싶어요.
▶ 이난영, ‘다방의 푸른 꿈’(1939) 노래 듣기
▶ 영화 [다방의 푸른 꿈] 소개 영상

마지막으로, 가장 사랑해 마지 않는 음악가와 음악 서적을 하나씩 꼽는다면?
음악가는 김현식이요. 요즘에 그렇게 노래하는 사람이 없어요. 보컬리스트이자 프론트맨으로서 무대를 끌고 가는 자기만의 색깔이 엄청 좋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는데, 혼자 초코파이 먹으면서 김현식 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랬어요. 음악도 음악인데, 어릴 때 정서적으로 지배를 많이 했던 사람이죠. 또 80년대 당시 음악 풍경이 그립기도 하고요. 서적은 워낙 많아서 한 권을 꼽기 힘들어요. <대중가요 LP 가이드북>(최규성, 안나푸르나, 2014)은 ‘인생의 책’이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 시절 음악과 음반 이야기,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역사적인 사실들이 나와요. 컬러 사진이 많아서 앨범 디자인 보는 것도 되게 재미있고요.


[초원서점 인터뷰 (1) 바로가기]



▶ 초원서점: 서울 마포구 염리동 488-15 1층
인스타그램: @pampaspaspas
페이스북: [초원서점 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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