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플레밍이 창조한 영국 첩보원 007 ‘제임스 본드’(James Bond) 영화가 올해 25번째 영화 <노 타임 투 다이>을 선보였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초반 <닥터 노>(1962)를 시작으로 이제까지 25편의 영화를 개봉하여 박스오피스에서 68억 달러를 벌어들인 초대형 영화 프랜차이즈로 발전한 시리즈다. 매력적인 첩보원 제임스 본드가 인기리에 성공 가도를 달리자 이를 패러디한 코미디 첩보물들이 속속 등장했고, 그 중에는 원작 뺨칠 정도로 성공한 시리즈가 생기기도 했다. 007 제임스 본드 이면의 패러디 영화 시리즈 세 편에 대해 알아보았다.

 

<Our Man Flint>(1966)

경쟁 영화사 유나이티드 아티스트(UA)가 <닥터 노>(1962)를 시작으로 제임스 본드 영화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자, 경쟁사인 20세기폭스는 액션 스타 제임스 코번(James Coburn)을 내세워 스파이 데렉 플린트(Derek Flint)로 맞불을 놓았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격 후린트 고고작전>란 제목으로 내세운 영화 <Our Man Flint>(1966)에 이어 후속작 <In Like Flint>(전격 후린트 특공작전, 1967)도 흥행에서 성공하였다. 제임스 코번은 영화에서 무술 실력을 선보이는데, 그는 이소룡으로부터 절권도를 배운 할리우드 제자 중 한명이다.

 

<오스틴 파워>(1997~2002)

코미디언 마이크 마이어스(Mike Myers)가 제임스 본드 영화와 1960년 중반의 ‘성적인 자유주의’을 표방한 스윙잉 런던(Swinging London) 풍조를 패러디해, ‘오스틴 파워’라는 코미디 첩보원 캐릭터를 창조했다. 그의 영화는 마이어스가 첩보원 ‘오스틴 파워’와 세계 정복을 꿈꾸는 숙적 ‘닥터 이블’ 등 1인다역을 맡아 마치 원맨쇼를 보는 것 같다. B급 저질유머 코드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영화는 각각 3억 달러에 필적하는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두는 대단한 실적을 기록했다. 2005년부터 후속 영화를 기획한다는 소문이 떠돌았으나, 구체적인 결과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쟈니 잉글리시>(2003~2018)

영국의 ‘미스터 빈’과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섞어 탄생한 첩보원 캐릭터 ‘쟈니 잉글리쉬’의 영화 시리즈로, 세 편 모두 로튼토마토 30% 대의 낮은 평가를 받았으나 미스터 빈 배우 ‘로완 앳킨슨(Rowan Atkinson)의 인기에 힘입어 각 1억 6,000만 달러에 필적하는 호성적을 올렸다. 쟈니 잉글리쉬 캐릭터는 원래 영국 바클레이카드의 1990년대 광고에 나온 MI7(영국 첩보국) 요원 ‘리처드 레이섬’이 원조다. 잘난 척하지만 갖은 실수를 저지르며 허당으로 밝혀져 망신당하는 첩보원 캐릭터로, 로완 앳킨슨 외에도 여러 명이 그를 연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