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28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이리(Erie)시에서 피자를 배달하던 47세의 브라이언 웰스가 돌연 수제 총을 가지고 은행을 털고 나서 경찰에 체포된 후 목에 고정된 폭탄이 폭발하면서 즉사한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TV 뉴스에 생중계되었던 그의 폭사 장면은 미국 전역에 대단한 충격을 주었으며, ‘Collar Bomb’(목깃 폭탄) 또는 ‘피자 폭파범’이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하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가 피해자인지 공범인지조차 오리무중이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다른 살인사건과 연루되어 사건의 전모와 범인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고, 2015년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지루한 재판이 진행되었다. 네 편으로 구성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이블 지니어스: 누가 피자배달부를 죽였나?>는 미증유의 이 사건을 심층 조명하였다.

<이블 지니어스: 누가 피자배달부를 죽였나?> 예고편

 

이블 지니어스 ‘마저리’

마저리를 연쇄 살인마로 표현한 서적 표지

많은 언론에서 ‘이블 지니어스’라 칭하며 이 사건의 주모자로 단정한 인물이 바로 ‘마저리’ 딜-암스트롱(Marjorie Diehl-Armstrong)이다. 그는 어린 시절 단정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로 주변 남자들로부터 구애의 대상이 되었고, 교육학 석사 학위까지 땄으나 정신병력으로 인해 정상적인 인생을 살 수 없었다. 그는 면전 또는 전화로 서너 시간동안 끊임없이 말을 이어가 주위 사람들을 질리게 했으며, 다수의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당국의 수사와 관찰 대상이 되었다. 십여 년에 걸친 재판 끝에 결국 유죄 평결을 받고 종신형이 선고되었으며, 수감 중이던 2017년 유방암으로 68세의 나이에 사망하였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Trey Borzillieri 인터뷰. 그는 10여 년 동안 마저리와 통화 및 서신을 교환하며 자료를 축적하였다.

 

‘마저리’의 남자들

피자맨 폭파사건에 연루된 마저리와 주변 인물들

마저리가 남편을 살해하여 냉동고에 시신을 보관 중이라며 경찰에 신고한 빌 로스틴 역시 그의 남자 중 하나였다. 마저리의 첫 남편 역시 총격으로 살해했으나 남편의 학대로 인한 정당방위라 주장하여 무죄 방면된 전력이 있었다. 수사관들은 빌 로스틴과 마저리가 피자맨 폭파사건의 주범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수사에 들어갔으며, 켄 반스, 플로이드 스톡턴 등 사건에 연루된 공모자가 있음을 밝혔다. 범행을 설계하고 폭탄을 조립했던 주모자 빌 로스틴은 사건 이듬 해인 2004년 말기 암으로 사망했으나, 경찰은 가담자 중의 하나인 켄 반스와의 유죄 협상 끝에 마저리를 사건 주모자로 재판에 회부할 수 있었다.

마저리와 빌 로스틴을 주범으로 지목한 최근 뉴스(2020)

피자맨 폭파사건에서 브라이언 웰스의 목에 채워진 목깃 폭탄은 사건 이듬 해 제작된 호러 영화 <쏘우> 시리즈에 영감을 주었을 정도로 섬뜩한 충격을 주었다. 빌 로스틴과 마저리 사이에 분란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았을 지도 모른다. 직접적인 증거는 거의 남지 않은 채 수사관들의 심증과 관련자들의 자백에 의해 마저리가 주범으로 지목되어 정의가 구현되었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많은 사건으로 남았다. 네 편의 <이블 지니어스> 역시 속시원한 해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이야기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