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올해 8월 20일에 공개된 드라마 <더 체어>는 30분 분량의 에피소드 여섯 편으로, 단번에 다 볼 수 있어 몰아 보기에 좋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 영문학과를 배경으로 하는 코미디로, 해가 갈수록 학과 인기가 떨어지고 노교수들로 가득 찬 학과에 40대의 한국계 ‘김지윤’(산드라 오) 교수가 사상 첫 여성 학과장으로 임명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입양아를 기르는 싱글 맘으로 살림에 익숙하지 않고, 위상과 인기가 떨어진 학과를 되살려야 하고, 사고를 친 동료 교수의 뒷수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찌 보면 어둡고 무거운 주제들을 코미디 형식으로 고발하여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으며,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은 근래 최고의 드라마로 평가하였다.

드라마 <더 체어>(2021) 예고편

 

인문학의 위기

<엑스파일>의 명배우 데이비드 두코브니는 실제 네 편의 소설을 집필한 작가다.

과거 학생들의 인기를 끌었던 영문학 강의는 이제 통폐합과 폐강의 위기에 처했다. 순수학문 과목들은 취업난에 휩싸인 학생들의 이력서에 별 도움을 주지 않아, 학생들의 수강 신청을 유도하기 위해 <섹스와 소설>, <죽음과 모더니즘> 같은 과목으로 변신해서 살아남는다. 종신 재직권(Tenure)에 고액 연봉을 받지만 신세대의 관심과 인기에서 멀어진 노교수들은 학교 측의 구조조정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대신에 1990년대 드라마 <엑스 파일>의 멀더 요원으로 출연한 인기 배우 데이비드 두코브니(David Duchovny)가 임시 강의를 맡을 인물로 추천되어 교수들을 화나게 한다.

넷플릭스 편집 영상 <Inside Netflix’ The Chair>

 

캔슬 컬처

드라마 <더 체어> 중 학생들의 집단 항의를 받는 빌 돕슨 교수

이 드라마의 리뷰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캔슬 컬처’(Cancel Culture)다. 2019년에 공식 단어로 등재된 캔슬 컬처는 SNS에서 자신이 팔로우하고 있는 누군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발언을 할 경우 공개적으로 모욕하거나 집단적으로 팔로우를 취소하는 등 온라인에서 왕따를 시키는 행동을 말한다. <더 체어>에서는 돕슨 교수가 수업에서 ‘파시즘’을 인용하면서 나치의 ‘하이 히틀러’ 동작을 따라 했다가, 동영상이 유포되어 직무 정지와 학교 출입 금지 처분을 받게 된다. 실제로 수년 전 미국의 한 교수가 온라인 단체 대화에서 동료 교수에게 같은 동작을 취한 것이 문제가 커져 조기 은퇴를 당하기도 했다.

 

소수자 관점의 공정

영문학과 회의 모습. <더 체어>의 이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 <더 체어>는 코미디 장르지만 곳곳에서 미국 대학 사회의 소수자와 관련된 공정 문제를 제기한다. 주인공은 백인 남성 교수들이 주류인 대학에서 최초로 여성 학과장이 된 사례이며, 같은 과의 흑인 교수 ‘야즈’는 백인 교수들이 주로 심사하는 종신 재직권을 받지 못할 까봐 노심초사다.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70대 노교수들은 젊은 학생들과 여전히 소통하지 못하며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비교적 변화를 늦게 받아들이는 대학 사회에서 나이와 인종, 그리고 젠더에 따른 인식과 관점 차이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