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스톤스 멤버(맨위 좌측부터 시계 방향으로 믹 재거, 키스 리처드, 찰리 와츠, 론 우드)

영국의 레전드 밴드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의 붙박이 드러머 찰리 와츠(Charlie Watts)가 지난해 8월 24일 런던의 한 병원에서 80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1962년 영국에서 결성되어 비틀즈에 이은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선봉으로 등장하여, 이제까지 2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슈퍼 밴드의 드러머였다. 화려하고 과격한 무대 매너와 악동 이미지의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영국 신사처럼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이었던 그는 롤링 스톤스의 견고한 리듬 섹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래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미술가였고 재즈 음악의 열성 팬이었던 그는, “나는 로큰롤을 좋아하지 않았다. 재즈를 좋아했다. 하지만 스톤스와 함께 로큰롤을 연주하는 것은 좋아했다.”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글래스톤베리(2013)에서 최고 히트곡 ‘Satisfaction’을 연주하는 롤링 스톤스

찰리 와츠는 롤링 스톤스 원년 멤버들보다 일년 늦은 1963년 1월부터 정식 멤버로 참여했지만, 60여 년동안 이어진 밴드 활동 중 모든 앨범 녹음에 참여했고 단 한 차례도 공연에 빠진 적이 없던 진성 멤버였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던 음악 장르는 롤링 스톤스가 추구했던 록이 아니라 재즈였다. 그는 롤링 스톤스의 멤버로 활동하면서도, 틈날 때마다 자신의 재즈 취향을 숨기지 않고 과외 활동에 나섰다. 가장 먼저 자신의 영웅이었던 재즈 색소포니스트 찰리 파커(Charlie Parker)에게 헌정하는 어린이 만화책 <Ode to High Flying Bird>(1964)를 출판했다. 이는 본격적으로 밴드 생활을 하기 전, 광고회사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직접 그린 것으로, 찰리 파커의 별명 ‘새’을 캐릭터로 한 그림과 문장으로 찰리 파커의 일대기를 다룬 것이다.

찰리 와츠의 <Ode to High Flying Bird> 일부

1970년대 후반에는 ‘Rocket 88’이란 이름의 부기우기(Boogie Oogie) 밴드에 참여했고, 1980년대에는 빅밴드 ‘찰리 와츠 오케스트라’을 구성하여 세계 순회공연을 함께 다니기도 했다. 199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재즈 콤보 ‘찰리 와츠 퀸텟’을 구성하여 <Warm and Tender>(1993)와 <Long Ago and Far Away>(1996) 같은 재즈 앨범을 출반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롤링 스톤스의 오랜 백 보컬리스트 활동으로 유명한 버나드 파울러(Bernard Fowler)가 보컬리스트로 참여하였다. 최근에는 ‘찰리 와츠 텐텟’을 구성하여 런던의 재즈 명소 로니 스코츠(Ronnie Scott’s)에 고정 출연하면서 재즈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잃지 않았다.

TV 쇼에 출연하여 찰리 파커의 인기곡 ‘Lover Man’을 연주한 찰리 와츠 퀸텟(1992)

머디 워터스(Muddy Waters)나 척 베리(Chuck Berry) 같은 블루스 스타들에게 심취했던 롤링 스톤스 멤버들과는 달리, 그는 찰리 파커와 치코 해밀턴 같은 재즈 스타들에 열광했다. 무대 밖에서도 활발한 쇼맨십을 보이던 동료들과는 달리, 그는 언제나 조용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나는 쇼비즈니스가 무엇인지 모르며 MTV를 본 적도 없다. 그냥 악기를 연주하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그 중 한명이라는 사실이 기쁘다.”라는 그의 말이 많은 것을 얘기해준다. 사망 후 많은 동료 뮤지션들이 SNS에 애도의 변을 남겼는데, 폴 웰러는 단 세 단어로 그를 추모하였다. “Top drummer, dresser, gentle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