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에 관한 스포일러가 다소 있습니다.

‘발람’은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하위 중 하위에 속하는 인물로 가족은 차를 따르는 일을 한다. 결핵으로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집안의 어른인 할머니는 발람의 형과 발람에게 가업을 따르게 한다. 장남인 형은 그나마 차 만드는 일을 하지만 발람은 차를 끓이기 위해 석탄을 잘게 쪼개는 허드렛일을 맡는다. 하지만 잠깐 다녔던 학교에서도 증명했듯이 총명하고 야망이 있던 발람은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대화를 허투루 듣지 않다가 부유한 집안 자제의 운전기사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된다. 발람이 모시는 아들은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와 그래도 하인들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편이나 나머지 사람들은 때리고 모욕주기 일쑤다. 그런데도 나름 적응하며 잘 살아가던 발람이 결정적으로 이들에게 적대감을 갖게 되는 사건이 생기게 된다. 그는 결국 운전기사 일을 벗어나 인도의 ‘실리콘 밸리’인 ‘벵갈루루’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된다.

인도 카스트의 아래에 분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의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려는 마음을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 위치를 순응하고 받아들이며 그것에 반하는 어떤 외부의 자극이나 조언에 휘둘리지 않는다. 심지어 그러한 시도를 하는 사람에게 분노하기까지 한다. 그건 아마도 너무나 고착된 카스트 제도의 틀 안에서 변화하기 어려웠던 오랜 역사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행동이리라. 그러한 인도의 사회에 약간의 변화의 물결이 생긴걸까? 화이트 타이거의 발람은 자신의 주어진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시도한다. 그동안 ‘인도영화’하면 떠오르는 노래와 춤으로 가득한 화려한 영상이 핵심인 발리우드 스타일에 익숙해 있던 터에 인도의 속살을 내보인 듯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의 원작을 쓴 아라빈드 아디가는 이 책으로 2008년 맨부커상을 받게 되며, 작품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이름을 올린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그 자신이 호주에 사는 인도인으로서 미국 콜럼비아 대학과 옥스포드 대학에서 공부한 인텔리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선택받은 인도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그가 카스트의 밑단에 있는 자들의 아픔과 좌절 그리고 희망에 관해 아주 리얼하게 쓴 것이 특이하다. 또한 뇌물과 뒷거래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인도의 정치, 공무원 사회와 돈 있는 자들의 결탁을 그대로 보여준 그의 리얼리즘이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이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인도 곳곳을 누비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밑바닥 인생에 대해 이해를 높인 그의 경력에서 오는 산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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