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로 자이라’(Spyro Gyra)라는 독특한 이름의 재즈 밴드가 있다. 1974년 뉴욕 버팔로에서 탄생한 밴드인데, 처음 무대에 섰을 때 클럽 주인이 밴드 이름을 물어보자 대학에서 배운 녹조류 생물의 속명 ‘Spirogyra’가 갑자기 생각나 이를 불러준 것이다. 주인은 이를 듣고 두 단어로 된 ‘Spyro Gyra’라 잘못 적었는데, 곧 밴드의 정식 명칭으로 굳어졌다.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생소한 이름이지만, 영국의 1970년대 포크록 그룹 중에 ‘Spyrogyra’가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영국 아닌 미국 버팔로에서 결성된 5인조 퓨전 밴드는 4년 만에 데뷔 앨범 <Spyro Gyra>(1978)를 냈고, 이듬해 두 번째 앨범 <Morning Dance>(1979)가 플래티넘을 기록하면서 본 궤도에 올라섰다.

Early Hits Medley ‘Shaker Song’ ‘Catching the Sun’ ‘Morning Dance’, 스파이로 자이라의 홈 콘서트 중(2020년 6월)

스파이로 자이라는 1980년대 유행처럼 번졌던 스무스 재즈(Smooth Jazz)의 열풍을 타고 순항했다. 스무스 재즈의 산실이었던 MCA와 GRP, 이어서 헤즈업(Heads Up) 레이블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이제까지 30여 장의 앨범을 냈다. 포플레이(Fourplay), 옐로우재킷(Yellowjackets), 리핑톤스(The Rippingtons)와 함께 세련된 멜로디와 감각적인 그루브의 정상급 스무스 재즈 밴드로 자리를 잡았다. 40여 년을 훌쩍 넘어선 활동 기간 중 순회공연 횟수는 5,000회를 넘었다. 산술적으로 매일 공연을 해도 13.7년이 걸리니, 평균 3일에 한 번 공연을 한 셈이다. 음반 역시 1,000만 장이나 판매했지만, 아쉬운 점은 그래미에 13회 후보로 올라 매번 수상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O Tannenbaum’, 스파이로 자이라의 크리스마스 홈 콘서트 중(2020년 12월)

버팔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색소포니스트 제이 벡켄스타인(Jay Becknstein)은 밴드 이름을 떠올린 리더로 여전히 건재하다. 그와 함께 팀을 결성한 절친 베이시스트 제레미 월(Jeremy Wall)은 뮤지션 생활을 접고 음악 교수가 되었지만, 나이 열여섯 때부터 밴드 멤버로 합류한 키보디스트 톰 슈만(Tom Schuman)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지만, 순회공연을 재개했다. 밴드의 홈페이지에서 올해 11월 말까지 공연 스케줄이 빽빽이 들어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파이로 자이라의 자바 재즈 페스티벌 2013 공연 실황

 

스파이로 자이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