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주요 무대로 하는 틴에이지 음악영화 중 잭 블랙이 출연한 <스쿨 오브 락>(2003)은 상당히 알려졌지만, 비슷한 장르의 영화 <피치 퍼펙트>은 모르는 사람들이 꽤 된다. 여성들로 이루어진 대학 아카펠라 그룹이 경쟁 관계의 남자 그룹을 물리치고 우승한다는 상투적인 스토리의 음악 영화로, 영화계 대부분 사람들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예상을 깨고 입소문을 타면서 대박을 터트린 '슬리퍼 히트'(Sleeper Hit)*가 되었다. <피치 퍼펙트>는 두 편 더 제작되어 3부작 시리즈로 이어졌고, 특히 <피치 퍼펙트 2>는 그때까지 최고로 군림했던 <스쿨 오브 락>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제치고 최고의 음악 영화로 등극했다.

* 흥행에 대한 기대가 없었는데도 큰 흥행을 거둔 영화나 연극 작품

 

3부작으로 완성된 슬리퍼 히트

2012년 첫 을 보인 <피치 퍼펙트>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아카펠라 그룹이 등장하는 뻔한 이야기의 음악영화라, 적은 수의 상영관에서 개봉되어 조금 지나면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탄 영화는 점차 상영관을 늘려나가기 시작하여, 소규모 제작비의 6배를 뛰어넘어 1억 달러를 돌파하는 흥행작이 되었다. 출연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제작된 <피치 퍼펙트 2>(2015) 역시 대박을 터트리며 제작비의 10배인 2억 8,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최고의 음악영화 기록을 가지고 있던 <스쿨 오브 락>(2003)을 두 배를 넘어선 수치였다. 세 번째 영화 <피치 퍼펙트 3>(2017) 역시 1억 8,0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며, 3부작 통틀어 5억 8,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흥행 기록을 세워, 슬리퍼 히트(Sleeper Hit) 영화의 대명사로 부각되었다.

 

소수집단에 대한 편견 논란

<피치 퍼펙트>에는 두 명의 아시아계 배우가 등장한다. 영화의 주역 바든 벨라스 팀의 일원인 '릴리'(Hana Mae Lee)는 일본계, 주인공의 룸메이트인 '키미 진'(정진희)은 한국계를 상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모두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맡았다. 릴리는 노래를 부를 때 외에는 모기 같은 작은 목소리를 말하고, 키미 진은 퉁명스럽고 친화력이 부족하며 같은 아시아계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두 사람 모두 아시안의 스테레오타입을 연기한 것. <피치 퍼펙트 2>에서 라이벌로 나오는 독일 아카펠라 팀에 대해서도 조롱 섞인 대사가 나오며, 여성들의 영화인데도 여성을 향한 비하 발언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물론 코미디 영화로서 이같은 요소가 조소와 풍자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예민함은 분명 뒤떨어진다.

 

로맨스가 사라진 여성 영화

여성으로만 주요 인물을 구성한 영화는 이전에도 심심찮게 있어 왔다. 치어 리더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주인공들을 그린 3부작 <브링 잇 온>(Bring It On, 2000~2006)으로 시작해,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Bridesmaids, 2011)는 이 분야 최고로 2억 8,000만 달러 극장 수입을 거두었다. 이중에 특별히 <피치 퍼펙트>에는 로맨스 장면이 거의 없거나 비중이 낮다는 점에서, 기존 영화와 다른 측면의 지지를 여성들로부터 이끌어냈다. 주인공들은 이성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 대신에 자신들의 일과 미래에 진지한 관심을 보여, 기존 영화에서 정형화되었거나 왜곡된 여성 이미지를 벗어난다. <피치 퍼펙트>의 관객 구성을 보면 80% 이상이 여성이며, 50% 이상이 30대 미만이라는 점에서, 30대 미만의 젊은 여성층에 어필한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피치 퍼펙트>의 최대 매력 중 하나로 꼽히는 리프오프(Riff-Off) 대결 장면  

 

<피치 퍼펙트>의 출연진 ‘Love on Top’(2020)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판데믹 상황에서 '바든 벨라스'의 멤버들이 온라인에 모여 비욘세의 'Love on Top'을 열창했다. 애나 켄드릭(Anna Kendrick), 레벨 윌슨(Rebel Wilson), 애나 캠프(Anna Camp) 등 <피치 퍼펙트>의 주역들이 오랜만에 다시 모인 것이다. 이 음악과 영상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레바논의 아동들을 위한 유니세프 활동에 기증하기로 했다. <피치 퍼펙트>의 네 번째 영화가 나올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Pitch Perfect casts 'Love on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