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두고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한 얘기가 있다. 노래 자체가 정말 좋다는 말. 덕분에 ‘다이너마이트’는 그룹에 첫 빌보드 핫 100 1위를 안겨주었고, 전 세계에 통하는 음악의 힘을 깨닫게 했다. ‘다이너마이트’의 성공에는 이전과 다른 공식들이 엿보였는데, 오늘은 이 변화를 이끈 인물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차트 성공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 ‘탑백귀’라는 게 팝 음악계에도 존재한다.

 

다이너마이트가 어떻게 빌보드 1위를 했을까?

숨은 주역 콜롬비아 레코드 회장 론 페리(Ron P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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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엔 그룹의 기존 음악 공식에서 벗어난 점이 몇 가지 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 가사로 쓰였다는 것과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이기도 한 힙합이 사라진 점. 대신에 디스코가 가미되어 무해한 느낌의 댄스 팝이 탄생했다. 그동안 멤버들이 작사는 물론이고 작곡에도 활발히 참여했지만, ‘다이너마이트’ 이후로는 외국 작곡가의 곡을 쓰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런 변화를 힘써 이끈 인물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다이너마이트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Butter’의 공동 작곡가이기도 한 론 페리(Ron Perry)에 대해 알아보자.

© PRNewsfoto/ Sony Music Entertainment

론 페리는 현재 미국의 거대 기획사인 콜롬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s)의 CEO다. 그는 콜롬비아 레코드에 3년 전 부임한 뒤로 매년 넘버원 히트곡을 배출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유명인이었던 릴 나스 엑스를 발굴해 직접 계약하고, 방탄소년단 역시 그가 미국 홍보를 위해 직접 계약한 아티스트 중 하나다. 그는 ‘다이너마이트’ 데모를 듣고 이 곡이 방탄소년단이 그렇게 바라왔던 첫 빌보드 1위 곡이 될 거란 걸 예감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빌보드 1위를 위해선 라디오에서 곡이 방송되는 횟수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다이너마이트’의 라디오 홍보를 위한 투어 버스를 운영한다. 실제로 ‘다이너마이트’는 아미가 이뤄낸 어마어마한 스트리밍 수와 함께 라디오에서 방송된 횟수도 높았기에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참고로 황금귀 론 페리가 콜롬비아 회장이 되기 전 성공시킨 가수로는 위켄드(The Weeknd), 로드(Lorde)와 디플로(Diplo)가 있다. 현재는 더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와 릴 나스 엑스에 주력하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 라나 델 레이, 로드에서 이젠 클레어로까지.

여성 음악가의 성공 치트키 잭 안토노프(Jack Antnonon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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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공연에 대한 우리의 갈증은 여전하지만, 올해 음악계만큼은 풍년이다. 위켄드, 빌리 아일리시, 앤 마리, 에드 시런, 실크소닉의 신보를 한 곡 한 곡 챙겨 들으며 기쁨을 느낀다. 그 중에서도 로드(Lorde), 인디 팝 밴드 블리처스(Bleachers), 그리고 인디 퀸 클레어로(Clairo)의 오랜만의 새 앨범에 유독 손이 많이 간다. 통하는 점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세 앨범의 중심엔 ‘잭 안토노프(Jack Antonoff)’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블리처스의 솔로 멤버자 ‘We Are Young’으로 유명한 그룹 fun의 멤버이기도 한데, 오히려 테일러 스위프트, 로드와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프로듀서로 더 유명한 편이다. 이 외에도 시아(Sia), 핑크(Pink), 칼리 레이 젭슨(Carly Rae Jepsen)같은 이들의 프로듀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여성 뮤지션의 성공 치트키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잭 안토노프가 이번엔 클레어로와 첫 인연을 맺었고, 로드와는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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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로는 잭 안토노프와의 작업을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한다.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스타와 작업한 그의 위상에 겁을 먹어서라는데, 그녀의 작고 조심스러운 모습이 그려진다. 클레어로는 살짝 싱거운 로파이 사운드에 내면의 얘기를 조곤조곤 풀어놓아 듣는 이와 두꺼운 내적 친밀감을 쌓는 음악을 해왔다. 전작에서도 프로듀싱의 도움으로 베드룸 팝의 단조로움을 탈피하는데 성공했다면, 잭 안토노프와의 협업을 통해 <Folklore>보다 실험적이고 그 아름다움은 그대로 간직한 깔끔한 70년대 포크 스타일을 선보인다. 로드에게는 큰 변화가 감지된다. 잭 안토노프트는 4년 전 <Melodrama> 속 로드의 격정적인 감정을 무거운 전자사운드로 거칠게 표현했다면, 이번 <Solar Power>에서는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음료수 같은 느낌을 표현한다. 전자음을 치운 자리에 기타, 키보드, 베이스, 드럼 등 실제 악기로 채웠다. 대부분의 악기 연주 역시 잭 안토노프의 솜씨다. 그러고 보니 두 앨범 모두 자연과 비슷한 소리라는 점에서 닮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로드의 ‘Solar Power’엔 클레어로의 목소리가, 클레어로의 ‘Blouse’란 곡엔 로드의 목소리가 숨어있다는 사실이다.

 

에드 시런의 새로운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다.

프레드 어게인(Fred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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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시런의 변화를 다들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을지 모르겠다. 시그니처와도 같은 어쿠스틱 기타를 버린 건 아니지만, 록도 해봤다가(Blow), 요즘엔 댄스 일렉트로닉(Bad Habits)도 하고 있다. 굳이 결정적인 순간을 찾자면, 지난 앨범 [No. 6 Collaborations Project]가 아닐까 싶다. 칼리드, 저스틴 비버 같은 팝 스타와 “Beautiful People”, “I Don’t Care” 같은 히트곡을 쓰기도, H.E.R, 엘라 마이와는 R&B를, 에미넴, 50 cent, 카디비와는 힙합을 다루기도 했다. 보통 에드 시런이 앨범을 만들 때 참여진 숫자가 많지는 않은 편이다. 에드 시런이 기타나 드럼을 치고 여기에 몇 명이 더 붙어서 완성하는 식이었다. 반면에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는 여러 장르를 다룬 만큼, 장르 스펙트럼이 넓고 전자 사운드도 다룰 수 있는 인력이 필요했다. 이때 에드 시런이 기용한 프로듀서가 있으니 바로 프레드 어게인(Fred aga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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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어게인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리믹서이기도 하다. 그는 음악 만드는 프로그램인 로직(Logic)을 너무 잘 다뤄서, 엠비언트 음악의 창시자 브라이언 이노가 그의 멘토가 돼주기도 했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의 ‘Make It Right’에서 인상적이었던 아련하면서도 공간감 있는 신시사이저 소리가 바로 프레드 어게인의 솜씨다. 작곡은 에드 시런과 함께했고, 프레드 어게인은 곡의 프로듀싱, 프로그래밍은 물론이고 키보드, 신시사이저 등 악기 연주를 맡았다. 위의 사실을 안 채로, 같은 해에 나온 에드 시런의 ‘Beautiful People’을 들어보면 방탄소년단의 곡과 신스 소리가 비슷하단 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에드 시런은 이번 ‘Bad Habits’에서도 프레드 어게인과 함께 한다. 게다가 프레드는 자신의 이름으로 음악도 발표하고 있으니 확인해보길 바란다. 일상에서 찍은 영상이나 녹음물에 반주를 얹고 프로그래밍해 만든 음악이 신선하다.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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