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M.(Animals United Movement) 영화사를 설립한 킵 앤더슨(Kip Andersen)과 퍼스트 스파크 미디어(First Spark Media)의 키건 쿤(Keegan Kuhn). 함께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 Indiegogo에서 목표의 두 배가 넘는 11만 7,000만 달러를 조달하여, 축산업과 육류 소비를 다룬 다큐멘터리 <Cowspiracy>(2014)를 공동 제작하였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이를 본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충격을 받고, 이 영화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소개하였다. 디카프리오는 영화의 책임 프로듀서 역할을 자청하여 확장판을 제작하였고, 대뜸 넷플릭스에게 전화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추천하였다. 킵 앤더슨 감독은 후속편 격으로 <What the Health>(2017), <Seaspiracy>(2021)을 감독하거나 제작하여, 평소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환경 문제에 대해 하나씩 캐기 시작하였다.

 

<소에 관한 음모>(Cowspiracy)

‘소’(Cow)와 ‘음모론’(Conspiracy)이라는 두 단어가 합성한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축산업이 환경 문제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파헤친 다큐멘터리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컸던 것은, 2009년 월드워치(Worldwatch)의 보고서를 인용한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51%가 축산업에서 유래한다”라는 주장이다. 이전까지 온실가스의 주범이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라는 오랜 정설을 부정한 것이다. 감독은 이에 관해 그린피스, 시에나 클럽, 오세아나 같은 명성이 높은 환경 단체들조차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데 분노한다.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 환경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면서 서서히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결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이어져 넷플릭스를 통해 널리 소개되었다. 이에 따라 영화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일기 시작하였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축산업의 영향이 51%가 아니라 실제로는 15%가 맞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소에 관한 음모>(2014)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What the Health)

두 감독은 다시 힘을 합쳐 Indiegogo에서 23만 5,000달러를 조달, 또 다른 고발에 나섰다. 이번에는 오랜 채식주의자인 ‘조커’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책임 프로듀서로 나섰고, 동물성 식품업체와 제약업체, 그리고 미국당뇨협회와 같은 보건/의료 관련 전문가 단체 간의 유착관계를 고발하였다. 영화는 “의료나 보건 단체들이 당신이 보는 것을 원치 않는 건강에 관한 영화”를 모토로 하여, 이해 관계자들이 진실을 은폐한 채 잘못된 식습관을 유도하고 있으며, 동물성 식품이나 의약품을 과잉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에는 육류 소비를 줄이고 식물 위주의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해답을 제시한다. 하지만 의사나 학계, 그리고 업계는 사실의 왜곡이나 과장이 지나치며, “우유는 암을 유발한다”처럼 특정 음식과 질병을 연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류나 생선, 계란, 유제품 소비에 대한 논란을 촉발하였으며, 영화를 본 많은 시청자들이 채식주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2017) 예고편

 

<씨스피라시>(Seaspiracy)

킵 앤더슨은 이번에 영국의 알리 타브리지(Ali Tabrizi) 감독과 함께 해양 생태계 문제에 심층 접근하였다. 서핑을 즐기다가 해양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27세의 젊은 감독은 과다한 어획량에 따른 개체수 급감, 그물에 걸린 다른 어종의 부수어획(Bycatch),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원양어선 상의 강제 노역 등 해양 생태계와 산업의 다양하고 심각한 이슈들을 고발하여, 유럽 넷플릭스 차트의 상위권에 올렸다. 이를 본 시청자 중 브라이언 아담스 같은 록스타는 자신의 팔로워에게 소개하면서 다시는 생선을 먹지 말자고 종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이 비난했던 오세아나(Oceana)나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같은 민간 단체들은 진의가 왜곡되거나 맥락에서 벗어났다며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2021) 예고편

또한 영화에서 제기된 사실 과학적 정확성에 대해 환경단체, 해산물 산업, 학계 간에 논쟁이 벌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가 제기한 부수어획 비율의 경우 40%는 과장되었고 실제로는 10% 정도일 것이라는 주장되기도 했다. 이대로 갈 경우 2048년에 해양생물이 고갈될 것이라는 가설 역시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킵 앤더슨 감독은 앞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나 상어, 그리고 돌고래에 대한 문제를 다루겠다고 공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