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에 강행한 2020 도쿄 올림픽이 끝이 났다. 돌이켜 보건대 올림픽의 취지는 국가별 경쟁이나 결과에 목 매는 것이 아닌 함께 어우러지는 과정 속에서 국제 친선을 도모하는 데에 있는 법이다. 그러한 올림픽 정신을 이어 받아 ‘위 아 더 월드’ ‘위 아 더 원’을 실천하는 작은 두 축제를 소개한다. 각기 광주와 서울에서 한국과 세계의 국경, 홍대와 부산의 경계를 넘어선 뮤지션 간 교류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지겨운 여름과 코로나의 끝자락, 우리가 고대하던 무대가 속속 돌아오리라는 좋은 신호가 될 것이다.

 

1. 2021 ACC WORLD MUSIC FESTIVAL

‘월드 뮤직’(World music)은 사실 대체어가 시급한 표현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서양 외 국가 및 문화권의 민속음악 혹은 대중음악을 뜻하는 말로, 서구음악, 특히 영미음악 중심으로 그 역사가 이어져 온 음악사의 편향된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시점 다른 용어가 없는 것도, 영미권 이외 지역의 음악이 여전히 소외의 역사를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펼쳐지는 ‘ACC 월드뮤직 페스티벌’은 올해 12회째를 맞이했다. 여느 때처럼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 15개 단체가 출연해 국악, 재즈, 탱고, 파두, 포크 등 평소 한자리에서 듣고 즐기기 힘든 음악을 고루 선보인다. 전체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은 지난 2016년, 국악 아티스트이자 그룹으로서 최초로 재즈 레이블 ACT와 계약을 하며 화제를 모은 블랙스트링의 리더,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이 맡았다. 그는 이번 무대가 아시아와 지역성, 기술 융합, 대면과 비대면의 공존 등 네 가지의 주제를 아우르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류와 인디 무대를 넘나드는 국내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먼저 눈에 띈다. 각각 재즈와 R&B, 그리고 포크 신에서 뚜렷한 자기만의 색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선보인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와 정밀아가 ACC스테이지와 월드스테이지의 저녁 무대를 꾸민다. 밴드로는 베테랑 팝록 밴드 데이브레이크와 매번 새로운 음악과 비주얼을 선보이는 도전적인 밴드 실리카겔이 대기 중이다. 그밖에 협업으로는 소리꾼 김준수와 포크 뮤지션 최고은, 앞서 대중음악과 국악 간 다양한 크로스오버 작업에 참여했던 재즈 베이시스트 서영도와 소리꾼 김율희, 국악기 타악 연주자 한솔잎과 크로스오버 그룹 경기남부재즈, 재간둥이 듀오 미미 시스터즈와 3호선버터플라이 출신의 성기완이 이끄는 크로스오버 그룹 트레봉봉이 함께 꾸미는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그밖에 광주와 전라남도에서 활동하는 신인 밴드 아트포앙상블, 더브로스캄보밴드, 슬로우진, 새날, 밴드 녹터널, 노야 등 6개 팀도 공연을 펼친다. 

국내 아티스트와 해외 아티스트의 협업은 코로나 시국에 발 맞춰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 포르투갈의 국민 가수이자 파두 아티스트 마리자(Mariza)가 실험적인 온라인 무대를 통해 국내 팬들과 만나고, ‘WMF 텔레마틱 콘서트’에서는 미국과 국내 연주자들이 온라인으로 음향과 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으며 협연을 펼칠 예정이다. 대만의 전통음악 아티스트 사울얄루이(Sauljaljui)와 국내 가야금 연주자 그룹 헤이스트링의 비대면 협연 무대도 많은 기대를 갖게 된다. 

 

이희문 오방神과

메인 무대인 ACC스테이지의 첫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건 이희문 오방神과다. 본래 경기민요 소리꾼으로서 앞서 다양한 프로젝트는 물론 밴드 씽씽이나 ‘이희문&프렐류드’ 등을 통해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선도적인 크로스오버 행보를 속속 보이고 있는 이희문의 현재 진행형 프로젝트다. 밴드 허송세월과 민요 듀오 놈놈과 함께 우리 노래 속 이른 바 ‘뽕끼’를 더욱 강조한 음악을 들고 나왔다. 1980년대 영미 팝의 댄스 그루브와 우리 민요의 사운드가 어우러져 전에 없던 소리로 마치 태초부터 하나였던 어우러짐을 완성한다.

 

사울얄루이

‘사울얄루이(Sauljaljui)’로 알려진 젊은 대만 아티스트 타이 시아오춘(Tai Siao-chun)은 대만 남부 핑퉁(Pingtung)에서 태어난  파이완(Paiwan) 부족의 원주민 음악가이자 작곡가다. 대중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뜻밖에 헤비메탈에 끌렸던 그는 이후 R&B, 포크, 레게, 팝과 록에 이르기까지 그 관심을 광범위하게 뻗어 나갔다. 현재는 민속음악의 전통으로 돌아가 대만 고유의 악기로 샤머니즘 음악을 연주하거나, 다채로운 음역과 음색으로 라틴 아메리카 음악의 리듬을 곁들인 영미팝 음악을 소화하기도 한다. 사울얄루이와 무대를 함께 꾸미는 헤이스트링은 가야금 연주자 3인으로 구성된 팀으로 2017년 결성 이후 1년 만에 각종 대회 수상과 선정을 휩쓴 후 런던에서 데뷔 무대를 지낸 떠오르는 퓨전 그룹이다.

 

<2021 ACC WORLD MUSIC FESTIVAL>

일시 2021년 8월 20일 (금) ~ 8월 22일 (일)
장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어린이 극장(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8)
티켓 전석 무료
문의 1899-5566
홈페이지
예매 페이지

 

참여아티스트

8/20 김일구, 안숙선, 김준수, 최고은, 이희문 오방神과
8/21 미미시스터즈, 트레봉봉, 데이브레이크, 헤이스트링, 정밀아, 아트포앙상블, 더브로스캄보밴드, 슬로우진
8/22 실리카겔, 선우정아, 한솔잎, 경기남부재즈, 서영도, 김율희, 새날, 밴드 녹터널, 노야

 

 

 

2. MAPONARU SURFING CLUB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국내 인디 음악의 중심은 서울 마포구 ‘홍대’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해 역사와 전통을 지닌 수많은 공연장이 사라지는 지금 이 순간도 다르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홍대 이외의 지역, 서울이 아닌 다른 무대에 ‘대한민국 인디’를 대표하는 이름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좁은 국내 무대 너머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온 부산의 세이수미, 대구의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등이 이 순간 가장 먼저 머리를 스친다. 그중에서도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라는 대형 페스티벌과 싱어송라이터 김일두와 김태춘, 밴드 세이수미와 언체인드 등 걸출한 이름을 무수히 내놓은 바 있다. 재작년 2019년에는 보수동쿨러, 2020년에는 낯선 무화과 같은 팀들이 반짝이며 나타나기도 했다.

2008년 처음 문을 열어 <네이버 온스테이지>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홍대 벨로주에서는 바로 지금 ‘마포’를 대변하는 밴드와 ‘부산’을 대표하는 밴드가 조인트 공연을 펼친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작년과 올해, 유난히 왕래가 어려웠던 두 지역의 아티스트가 각기 상대 지역의 팀을 직접 선택하고, 접촉하여 마련하게 된 무대다. 공연을 기획한 튜나레이블은 이번 공연이 마포와 부산을 연결하고, 마포 뮤지션과 부산 뮤지션이 교류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 예고했다. 무엇보다 본 무대가 그저 가벼운 기획의 산물이 아니라 각자의 음악적 스타일을 고려하고, 함께 공연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만나게 된 이들이기에 그 시너지가 더욱더 기대를 모은다. 부산 인디밴드를 마포에 초대하는 입장에서 부산 팀들의 마포 도착부터 식사, 공연장 도착과 백스테이지 등 다양한 모습을 담은 브이로그도 제작, 배포될 예정이다.

서울 밴드는 앞서 인디포스트가 두 차례 만나고 온 공중그늘(인터뷰1, 인터뷰2)과 진한 소울을 연주하는 슈퍼밴드 까데호, 부산 밴드는 지난해 가을과 이번 여름 연이어 3개 트랙을 수록한 EP를 내놓은 신예 밴드 해서웨이(hathaw9y)와 세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몽환적 분위기와 댄스 그루브를 동시에 주조하는 플랫폼 스테레오(Platform Stereo)다. 아래 부산에서 온 두 팀이 있다.

 

해서웨이

해서웨이(hathaw9y)는 ‘키위’(기타)와 ‘특민’(베이스), ‘세요’(드럼)라는 단순하지만 독특한 이름을 지닌 세 멤버로 구성된 3인조 밴드. 밴드의 이름은 1970년대 활동하다가 34세에 요절한 소울, R&B 가수 도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로부터 따왔다. 도니 해서웨이의 완연한 소울과 또 다른 이들의 인디팝 속 마치 파도에 떠내려갈 것처럼 나른하게 일렁이는 그루브와 늦은 밤의 편지 같은 가사의 감수성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키위와 특민이 맡은 혼성 보컬의 나긋나긋하고 단출한 어우러짐은 마치 사랑에 빠진, 혹은 그 사랑에 때때로 주저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두 사람의 대화처럼 노래의 차분한 매력에 깊이와 낭만을 더한다.

 

플랫폼 스테레오

헤서웨이가 현실과 꿈의 경계를 느슨하게 오간다면, 플랫폼 스테레오는 꿈의 이면을 더욱더 깊숙이 파고든다. 4인조 밴드 플랫폼 스테레오는 리더 김진섭이 이전 활동 팀의 해체 후 2018년 부산에서 홍동현(베이스), 임정훈(기타), 최승한(드럼)과 새롭게 결성한 그룹. 결성 당해 데뷔 EP <Taillight>를 내놓은 것에 이어 연이어 싱글, 정규앨범 등을 꾸준히 발표하며 지난 3년을 달음박질했다. 무척 부지런한 행보지만 내실 역시 꽉 차 있다. 일렉트로닉 장치들과 밴드 연주를 적절히 교차하는 이들의 음악은 특정 장르라는 목적지 없이 쉼 없이 신선하고 환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낸다. 때때로 과격하고 거친 로파이 사운드로, 때때로 유순한 드림팝 사운드로. 연주와 노래 못지않은 몽환적 눈빛과 몸짓으로 밴드의 색깔과 보는 맛을 더하는 김진섭의 퍼포먼스도 놓치지 말자.

 

<MAPONARU SURFING CLUB>

일시 2021년 8월 27일 (금) 오후 7시30분, 8월 28일 (토) 오후 6시
장소 벨로주 홍대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 46, 스튜디오 빌딩 지하)
티켓 예매 40,000원, 현매 45,000원, 양일권 70,000원
문의 튜나레이블 카카오톡, 02-2039-0151
예매 페이지
* 양일권 8월 11일 (수) 오후 8시, 1일권 8월 13일 (금) 오후 8시 오픈

 

참여아티스트

8/27 공중그늘, 해서웨이
8/28 까데호, 플랫폼 스테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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