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음악의 단위는 몇만 ‘장’에서 몇만 ‘뷰’가 되었다. 다종다양한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듣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고 썸네일이 좋아서 듣는 음악도 부지기수. 뮤직비디오 감독이 어떤 곡에 참여했는지도 척하면 척이다. 보기 좋은 음악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만든 뮤직비디오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음악의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데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중에서도 음악가와 영상감독의 무한한 상상력을 구현해내기 위해 애니메이션과 3D 작업방식을 선택한 뮤직비디오를 소개한다.

 

향니 ‘핫소스’ | 실리카겔 ‘Hibernation’

싸이키델릭, 록 장르를 자신들만의 색으로 재해석해 독보적인 분위기와 사운드를 선보이는 밴드 ‘향니’와 밈(MEME) 문화의 독보적 아이콘 ‘람다람’이 만났다. 다인조 밴드에서 듀오 체제로 재편 후 발매한 첫 앨범 <3>의 앨범커버와 공식 캐릭터, 타이틀곡인 ‘핫소스’의 뮤직비디오까지. 람다람의 다양한 작업물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Jack Stauber의 노래 ‘Two Time’ MEME 뮤직비디오가 단시간에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주얼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는 음악가들에게도 새로운 국내, 해외 팬들과 닿을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한다. 최근의 작업 중에선 밴드 실리카겔의 ‘Hibernation’ 뮤직비디오를 추천한다. 독보적인 스타일의 음악과 레트로한 영상미,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작업물을 감상해보자.

DIRECT | 람다람

 

공중그늘 ‘계절’

2016년 결성 후 꾸준한 활동을 펼쳐온 밴드 공중그늘은 2020년에 첫 정규앨범 <연가>를 발매했다. 이 앨범을 출사표로 던진 공중그늘은 한국대중음악상 록 음반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팀. 이들의 작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야기를 전하려는 시기와 방식을 선택하면서 주저 없이,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앨범커버와 뮤직비디오가 모두 그래픽,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역시 음악적 상상력을 무한히 구현해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연가>에서는 3D 아티스트 ‘김을지로’와 함께 타이틀곡 ‘계절’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자연과 생물의 움직임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감독은,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해파리를 활용했다. 몽롱한 분위기와 부유하는 듯한 사운드, 결심을 노래하는 공중그늘의 음악과 뜨거운 태양 아래 반짝이는 윤슬, 바다에 비친 하늘을 자유로이 유영하는 해파리의 모습이 조화롭다. 이 여름에 제격인 뮤직비디오를 감상해보자.

DIRECT | 김을지로

 

wave to earth ‘pueblo’

인디 팝과 록의 묘한 조화로 여름 플레이리스트의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떠오르고 있는 3인조 밴드 wave to earth. 무더워지는 날씨에 맞춰 지난해 발매했던 싱글 ‘pueblo’의 뮤직비디오를 새로이 선보였다. “Is there anywhere else I can go?”라는 짧고 굵은 한 줄의 앨범 소개처럼, 뮤직비디오 역시 노래의 메시지를 짧고 강렬한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냈다. 함께 작업한 감독은 영화제, 웹툰 등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온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Sasha Lee’. 감독의 시선을 통해 ‘pueblo’는 달나라에 가고 싶은 마음에 마을을 등지고 친구와 여행을 떠나는 펭귄소년의 이야기로 해석되었다. 노래의 가사에서 상상되는 다양한 서사 중,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 또 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DIRECT | Sasha Lee

 

onthedal ‘Lobster’

자전적인 고민을 담아내는 노랫말과 그에 상반되는 기분 좋은 멜로디, 이색적인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뮤지션 ‘onthedal’. 그의 데뷔곡이자 첫 EP의 더블 타이틀곡인 ‘Lobster’는 다리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던 뮤지션의 몇 년 전 경험으로부터 시작했다. 제약이 있는 시간 동안 생겼던 앞날에 대한 고민은 껍질에 갇힌 랍스터에게로 투영되었다. 뮤직비디오 역시 이 경험을 바탕으로, 네모난 수조에서 길러지는 랍스터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뮤직비디오 작업엔 AR필터/영상/그래픽/음악제작을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제작팀 BVLGAFFI가 참여했다. 다리를 다친 랍스터와 작은 방, 방을 떠난 길에서 마주하는 여러 장애물이 음악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음악이 담고 있는 이야기도, 이야기를 시각화한 영상도 이제까지와는 색다른 방식의 스토리텔링이다.

DIRECT | BVLGAFFI

 

Writer

Editor | 포크라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