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에도 어느 한 곳 마음껏 다니지 못하는 요즘. 방학이 되면 자연스럽게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가 에어컨 없이도 즐겁고 시원한 여름방학을 보냈던 추억이 떠오른다. 해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드넓은 평원, 알록달록한 자연과 거대한 개, 도시에서 볼 수 없던 수많은 별 반짝이는 밤하늘. 할아버지 농장 ‘Blieschow’에 찾아간 손주 ‘Tom’이 마주한 풍경이 낯설지 않게 눈에 들어오는 까닭이다.

<Blieschow>은 스스로 작고 작아서 주변을 둘러싼 것들이 유난히 더 커 보였던 그 시절의 감성을 애니메이션의 과장된 표현을 빌려 묘사한다. 작품에는 거대한 자연과 새로 마주하는 모든 것에 압도되는 어린 주인공의 심정이 잘 드러난다. 매사 능숙해서 마치 어른처럼 보이는 사촌에게 Tom이 내보이는 묘한 경쟁의식 또한 익숙한 광경이다.

<Blieschow>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Christoph Sarow가 어린 시절 뤼겐*에 있는 할아버지의 농장에서 보낸 여름날의 추억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그가 바덴-뷔르템부르크 영화 아카데미(Filmakademie Baden-Württemberg)에서 2019년 완성한 이 단편은 베를린 국제 영화제와 부쿠레슈티 단편 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뒀다. 독일의 애니메이션 디렉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감독 Sarow는 추억이 담긴 뤼겐에서 태어나 베를린과 미국의 방송국에서 활동하다가 2011년 애니메이션 공부를 처음 시작했다.

* 뤼겐(Rügen) : 베를린에서 북쪽으로 200km 떨어진 제주도 절반 크기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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