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이미지 출처 - IMDB

<추격자>(2008)와 <곡성>(2016)의 나홍진이 제작하고 직접 홍보에 참여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랑종>이 오늘 개봉했다. 연출을 맡은 반종 피산다나쿤(Banjong Pisanthanakun)의 경우 대표작 <셔터>(2004)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 이름이 낯설고 어려운 것이 사실. <셔터> 역시 벌써 15년이나 지난 작품이다. <랑종>을 보기에 앞서 피산다나쿤의 공포영화 전작들을 돌아봤다.

 

<셔터>(2004)

반종 피산다나쿤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그에게 ‘천재 감독’이라는 별명을 안긴 작품. 태국 수도 방콕의 공립대학인 쭐랄롱꼰 대학교(Chulalongkorn University)에서 영화를 전공한 피산다나쿤은 졸업 후 이듬해 ‘Click Radio 희극 단편영화제’에 <플라에 카오>(Plae Kao)를 출품해 곧바로 Final Best Picture & Best Screen Play로 선정되며 일찍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후 단편영화를 계속 연출, 제작하거나 광고 조감독,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다가 2004년에 바로 이 작품, 장편 데뷔작 <셔터>를 내놓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셔터>는 그해 태국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두었고, 피산다나쿤은 당시 단 25세에 불과했으니 ‘천재’라는 수식은 어쩌면 과하지 않은 일. 이후 홍콩, 싱가포르 제작진이 합작한 <디 아이>(2008)도 글로벌 흥행에 동참해 ‘태국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우리에게 각인했다.

사실 이 영화는 피산다나쿤의 단독 작품이 아닌 또래 감독 팍품 웡품(Parkpoom Wongpoom)과의 공동 연출작이며, 태국에 공포영화 장르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 보기에 <셔터>의 스토리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젊은 사진작가인 주인공 ‘턴’(아난다 에버링엄)과 여자친구 ‘제인’(아치타 시카마나)가 뺑소니를 저질렀다가 이후 카메라에 이상한 형체가 찍히면서 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 하지만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몰입도 높은 화면, 사운드 연출이 영화의 재미와 스릴, 공포 요소를 한껏 끌어올린다.

 

<샴>(2007)

‘샴쌍둥이’(Siamese Twin)는 일란성 쌍둥이인 두 사람이 신체의 일부를 공유한 채 태어나는 결합 쌍생아(Conjoined Twins)를 일컫는 단어다. 고양이 ‘샴’(Siamese Cat)과 마찬가지로 ‘태국’의 옛 이름 ‘시암’(Siam)에서 유래했다. 19세기, 미국의 서커스 단장 테일러 바넘(Taylor Barnum)에게 발견되어 전 세계를 떠돌아다닌 태국 출신의 결합 쌍생아 형제 창(Chang Bunker)과 앵 벙커(Eng Bunker)에 의해 존재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샴>은 샴쌍둥이로 태어나 분리 수술을 받은 ‘핌’과 ‘플로이’(마샤 왓타나파니크)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화의 배경으로 한국이 등장한다는 것. 주인공 핌과 위 부부는 한국에 이민 와서 살고 있었으며, 이후 투병 중인 핌의 어머니를 의술이 좋은 한국에 모시자는 대화까지 등장한다. <셔터>를 공동 연출한 피산다나쿤과 팍품 웡품이 다시 호흡을 맞췄다. 영어 제목은 <Alone>. 한편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은 실제로도 행해지는데 현대 의학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그나마 어린 나이일 때 시도를 한다고 한다. 성인 샴쌍둥이 수술은 공식적으로 2003년에 이란 자매를 대상으로 단 1건 이루어졌고, 두 사람 모두 사망해 실패했다. 한국의 샴쌍둥이 역시 엉덩이 부분이 붙은 채로 태어나 분리 수술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쌍둥이 1인 2역을 소화한 마샤 왓타나파니크는 뉴욕 호러 필름 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피막>(2013)

반종 피산다나쿤이 매번 공포영화만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단편 <플라에 카오>와 <색맹>(2002) 모두 드라마이며, <랑종> 직전 최근 작품 <원 데이>(2016)는 로맨스, < 헬로 스트레인저>(2010)는 코미디와 로맨스를 결합했다. 주인공 이름 ‘피막’(마리오 마우러)을 앞세운 이 영화는 코믹 호러 작품. 당시 인구 약 6,000만에 달하는 태국 인구 중 1,000만 명이 관람해 태국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천만 영화가 즐비한 한국 영화 시장을 생각하면 별것 아니라고 느낄 수 있지만, 한국 공포영화 중 최다 관람객을 기록한 <장화, 홍련>(2003)의 누적 관람객이 약 315만 명, 미스터리/스릴러로 분류하는 <곡성> 역시 700만 명가량 동원한 걸 감안할 때 대단한 기록이다. 같은 해에 개봉한 국내 코미디/공포 영화 대표작 <시실리 2km>, <귀신이 산다>(2004) 역시 30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아름다운 아내와 뱃속 아이를 두고 불가피하게 전쟁터에 나간 주인공 피막. 그는 가까스로 살아 돌아오지만, 어딘가 무섭고 수상해진 아내 ‘낙’(다위까 호네)에 관해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친구들은 그를 아내로부터 떼어놓으려 한다. 아무래도 <피막>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설정이다. 귀신이나 수상한 존재가 등장하는 코미디/공포 영화의 경우 흔히 그 대상이 주인공이나 소수 인물에게만 모습을 비춰 정보 비대칭으로부터 발생하는 상황들을 주된 에피소드로 활용하는 데 반해 <피막>에서는 주변 인물 역시 동등한 목격자로서 등장해 미스터리를 더욱더 강화한다. 현재 왓챠플레이에 상영 중이다.

반종 피산다나쿤이 연출한 ZEN Restaurant 광고(2017)

 

반종 피산다나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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