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무엇이길래 이토록 우리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이치이면서도 영영 모를 곳이기에, 혹은 공간으로 정의해도 될 지조차 의문인 미지의 영역으로서 그 한계를 알 수 없기에 더욱 많은 이야기를 허락해 주는 것 아닐까? 다큐멘터리에서 드라마 시리즈까지 우주를 힘껏 유영하는 이야기들이 여기 있다.

 

1. <챌린저: 마지막 비행>(Challenger: The Final Flight, 2020)

챌린저호는 1986년 1월 28일 민간인이 최초로 탑승한 우주 왕복선 2호였다. 달에 인류 최초의 발자국이 새겨진지도 17년이나 지난 후의 일. 우주 비행에 세간의 관심이 전과 같지 않자 NASA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우주 왕복선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흑인 남성, 일본계 미국인, 두 명의 여성을 포함하며 우주 여행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이었던 교사 크리스타는 우주 비행사가 아닌 최초의 민간인으로서 평범한 시민도 우주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비춰지며 사람들의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챌린저호는 현장관람과 생중계 속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사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한다. 현장에서 승무원 7명이 모두 전원 사망하는 사고였다. 민간인 우주 승무원을 뽑기 위한 자원 프로그램이 하나의 TV 쇼처럼 방영되어 높아진 관심도와 화제성만큼 사람들의 충격은 매우 컸다. 결정적인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된 고무링 문제는 NASA 내부에서 일어난 기계적 오류와 결함에 대한 안전 불감, 무리한 의사 결정 절차에 따른 결과였다.

승무원의 가족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의 솔직한 인터뷰는 우리가 무조건적인 슬픔에 젖기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안한다. 슬픔보다 더 오래 안고 가야 하는 것은 분명 챌린저호가 주는 교훈이어야 했다. 우주가 하나의 비행 코스가 되기까지 많은 실험과 적지 않은 희생을 겪어야 했던 것도 사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사를 마주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아가야 하는 인류의 도전들에 경각심과 믿음을 함께 보내야 하는 건 아닐까.

 

2. <아폴로 13>(Apollo 13, 1995)

"Successful Failure(성공적인 실패)"

미국 닉슨 전 대통령이 아폴로 13호의 무사귀환을 축하하며 한 말이었다. 이미 닐 암스트롱의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 달 착륙을 이뤄낸 뒤, 이어진 12호의 성공 다음의 프로젝트였던 아폴로 13호. 아폴로 13호는 말 그대로 실패했지만 성공한 프로젝트였다. 공존하기 어려운 두 단어는 우주 한가운데에서 실제 상황으로 일어났고 이 극적인 사건은 영화 〈아폴로 13〉(1995)으로 제작되었다.

아폴로 13 프로젝트는 6개월 남짓 한 시간을 남겨두고 기존에 준비 중이었던 팀원 중 일부의 건강 이상이 문제가 되어 14호로 대기 중이었던 팀원들로 교체된다. 그렇게 제임스 러벨(James Lovell) 사령관을 필두로 사령선 조종사 캔 매팅리(Ken Mattingly)와 달 착륙선 조종사 프레드 헤이스(Fred Haise)가 아폴로 13호 프로젝트에 투입되는데, 이번에는 켄 매팅리가 홍역에 걸린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홍역 감염 가능성 문제가 제기되어 백업 조종사였던 잭 스위 거트(Jack Swigert)로 교체된다. 최종적으로 선발된 이 세명은 1970년 4월 11일, 세 번째 달 착륙 프로젝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주로 나간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우주 한가운데에서 비행선의 산소탱크 일부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달에 닿기는커녕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희박한 상황이었다.

"It's not a miracle.We Just decided to go."(기적은 아니야. 단지 (달에)가기로 결심한 것뿐이지.)

극 중에서 러벨은 아내와 달을 보며 이야기한다. 달을 밟아보는 것이 오랜 소원이었지만 동료들의 착륙을 돕거나 달 주변만 선회하고 와야 했던 그의 상황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이미 이뤄낸 성공을 전제에 두고 출발한 프로젝트였기에 당시 대중의 분위기 또한 ‘두 번이나 달에 다녀왔는데 또 못 갈 이유가 뭐 있어?’와 같은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달에 가는 것에 흥미가 떨어진 대중의 무미건조한 반응은 영화 속에서 이륙 당일 실시간 중계도 해주지 않던 언론이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자 과열되는 모습으로 잘 보여주었다.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인 실화 기반의 영화지만 긴박했던 상황을 실감 나게 재현하여 높은 긴장감을 유지한다. 1995년 개봉작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아도 군더더기 없는 연출과 실제 인물 같은 배우들의 연기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톰 행크스가 맡은 제임스 러벨 역의 실제 인물은 구조를 돕는 USS 이오지마 함의 커크 모 대령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자신을 연기하는 톰 행크스의 눈을 보며 뜨거운 악수를 나누는 장면 또한 놓칠 수 없는 명장면이다.

희박했던 생존 확률을 눈앞에 두고 아폴로 13호의 팀원들과 NASA 관제센터의 전문가들의 노력이 그려진 〈아폴로 13〉은 결국 우주의 이야기가 아닌 우주를 겪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우리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곳이지만, 우주를 향한 인간의 열망은 무엇보다 크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3. <미션 컨트롤: 역사를 바꾼 아폴로의 숨은 영웅들>(Mission Control: The Unsung Heroes of Apollo, 2017)

대형 스크린을 마주하고 계단식 컴퓨터 책상이 줄지어 있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장소. 우주로 비행선을 보내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기까지 모든 과정을 관활하고 책임지는 NASA 관제센터의 역사적인 기록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에는 역대 진행되었던 아폴로 프로그램들이 나온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실제 상황들이다. 승무원들과 통신을 주고받으며 지구 밖 상황을 살피는 관제 센터의 모습은 흡사 영화의 비하인드 장면처럼 보인다. 막중한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진 젊은 전문가들의 얼굴엔 긴장감과 분명한 목표의식이 뒤섞여 있다.

엔지니어, 운항 책임자, 전원 생명 유지 장치 담당자, 비행 책임자, 데이터, 음성, 비디오 담당자, 달 착륙선 관제 담당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했던 창시자들은 처음부터 완벽한 조건에서 시작할 수 없었음을 인터뷰를 통해 설명해 준다. 무엇이 필요한지조차 몰라서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챙겨서 완성된 곳이었다. 그 곳에서 그들은 매 순간이 고비인 상황들을 초단위로 확인하며 위기를 넘기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했다. 모두 노인이 되어 다시 일했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은 이 다큐멘터리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다.

©NASA

미국 유명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토마토 지수가 100%인 만큼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와 생생한 과거 자료 화면의 흐름은 ‘숨은 영웅들’이라고 수식하는 이유와 빼놓을 수 없는 역사의 주인공들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유명한 타이틀과 이름들 뒤에서 수백 명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을 되짚어주는 멋진 회고록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4. <로스트 인 스페이스>(Lost in space)

1965년부터 1968년까지 미국 CBS에서 방영되었던 TV 시리즈 <Lost in space>는 1812년의 원작 소설 <Swiss Family Robinson>에 기반한 우주 모험기이다. 이후 1998년 각색을 거쳐 영화화되었고, 2018년 넷플릭스 시리즈를 통해 다시 리메이크 되었다.

‘크리스마스 별’이라는 정체불명의 천체 물질이 지구에 떨어지고 이상 현상으로 더 이상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자 인간들은 생존 조건에 적합한 행성 ‘알파 센터 우리’를 찾아낸다. 행성 이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이 주어지며 로빈슨 가족은 후발대로 ‘주피터 2호’에 몸을 싣는다. 수많은 우주선 주피터가 모여있는 ‘레졸루트’는 알파 센터 우리에 가기까지 하나의 마을 또는 국가 역할을 하는 정거장으로 이주를 돕고 있었지만 정체 모를 외계 로봇의 공격을 받아 사람들이 각자의 주피터를 타고 뿔뿔이 흩어진다. 로빈슨 가족도 이 사고로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하게 되는데, 알파 센터 우리는커녕 레졸루트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로빈슨 가족은 매 순간 예상치 못한 위험들을 맞닥뜨린다.

천체물리학 박사이며 이주 프로젝트에서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엄마 ‘모린’,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네이비 씰 출신의 아빠 ‘존’, 18살이지만 의사의 역할을 하며 책임감이 강한 첫째 ‘주디’, 솔직하고 융통성이 있으며 실행력이 강한 둘째 ‘페니’,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외계 로봇과 교감하는 능력을 가진 막내 ‘윌’까지 로빈슨 가족은 개성이 뚜렷하고, 뚜렷한 만큼 문제를 대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가족의 생존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은 똑같으며 상하 관계가 아닌 서로를 의지하는 한 명의 이주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동행자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고군분투한다.

시리즈에서 최악의 악역으로 묘사되는 불법 이주자 ‘스미스’ 박사와 로빈슨 가족을 도우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엔지니어 ‘돈’, 레졸루트에서 함께 이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또한 계속해서 이 시리즈를 지켜보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인간의 과학으로는 입증하기 어려운 외계 로봇 생명체를 만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의 배타성과 이타성은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치와 이해는 환경이 바뀌어도 인간이 존재하는 한 성립되고 계속해서 부딪힌다는 것을 보여주는 로스트 인 스페이스. 현재 시즌 2까지 나왔으며 2021년에 시즌 3가 확정되었다. 무참히 쏟아지는 위기들과 극한의 여정에서 인간이 어떤 판단과 기지를 발휘하는지 지켜보는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