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제작한 2부작 <메이플라워의 개척자들>(Saints and Strangers)은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 신대륙에서 일어났던 문화적 충돌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보여준다. 1620년 9월 영국 플리머스에서 출항한 상선 메이플라워호에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나선 청교도 분리주의자를 주축으로 모두 102명의 이민자가 타고 있었다. 하지만 중도에 폭풍을 만나 66일 만에 미국 동부 케이프곳(Cape Cod)에 도착하였고, 선상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면서 괴혈병이 돌아 거의 절반이 목숨을 잃었다. 남은 이들은 이듬해 신대륙에 상륙하여 집을 짓고 토지를 경작하여 아메리카 개척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오늘 날 이들을 ‘필그림 파더스’(The Pilgrim Fathers)라 부르며, 이들이 상륙한 ‘뉴 플리머스’(New Plymouth)는 ‘미국의 고향’으로 불리며 인기 관광지로 변모했다.

미니시리즈 2부작 <메이플라워의 개척자들>(Saints and Strangers) 예고편

비교적 역사에 충실하게 제작된 네 시간 분량의 미니시리즈에는 이주민과 원주민 간 이질적인 문화의 충돌이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듯이, 유럽인과 원주민 간의 첫 만남에는 반목과 전쟁보다 상호 간의 이해와 평화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들 간에 불신이 싹트기 시작한 데에는 언어의 벽이 높게 작용한다. 지금은 사라져 없어졌으나 당시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웨스턴 아베나키(Western Abenaki) 언어를 미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사용하였고, 이를 영어로 자막 처리하여 이색적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 드라마 내에서 이질적인 문화 간의 화해와 반목의 중심을 이루는 역사적인 인물 세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윌리엄 브래드포드(William Bradford)

메이플라워 이주민들이 처음 상륙하여 정착한 플리머스 식민지(Plymouth Colony)의 초대 지사 존 카버가 들판에서 일하다가 쓰러져 갑자기 사망하자, 그의 후임으로 36년 동안 차기 지사의 직을 수행한 인물. 드라마 <매드맨>에서 피트 캠벨 역을 맡았던 빈센트 카세이저(Vincent Kartheiser)가 맡은 중심 배역이다. 그는 메이플라워 선상에서 아내를 잃었지만, 이주민의 리더로 나서 ‘스콴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원주민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였다. 후일 그가 쓴 일기 형식의 <플리머스 플랜테이션에 대해>(Of Plymouth Plantation)는 1621년부터 1646년까지 개척민의 삶을 기록한 상세한 미국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

 

마사소이트(Massasoit) 추장

이주민들이 정착한 플리머스 콜로니 인근 왐파노아그(Wampanoag) 부족의 대추장으로, 영어를 할 줄 아는 부하 ‘사모셋’을 특사로 보내 이주민들과 적극적으로 화친을 맺었다. 이주민들이 도착한 이듬해인 1621년 3월 22일에 맺은 화친 조약에 따라, 이주민들과 원주민들은 50여 년 동안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이주민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던 중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가 죽은 후, 그의 지위를 이어받은 아들 중 하나는 식민지의 영국인이 점차 늘어나자 영국인에 맞서 ‘필립왕 전쟁’을 일으켰다가 패하여 살해되었다.

마사소이트 추장과 존 카버 지사가 화친을 맺는 장면

 

스콴토(Squanto)

하와이 배우 칼라니 퀘이포(Kalani Queypo)가 연기한 ‘스콴토’는 가장 신비스럽고 파란만장한 생의 인물이다. 플리머스 인근 원주민이었던 그는 메이플라워가 미 대륙에 닿기 15년 전 영국 탐험대에 잡혀 영국으로 끌려갔다. 영국은 스콴토를 통역으로 쓰기 위해 영어를 가르쳤고, 탐험대와 함께 신대륙으로 들어가나 또 다시 스페인으로 잡혀가 노예로 팔렸다. 이후 스페인 수도사의 도움을 받아 영국으로 들어가게 되고, 천신만고 끝에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가 속한 파두셋 부족은 역병으로 전멸하였으며, 인근의 마사소이트 추장에게 의탁하고 있었다. 스콴토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문화와 언어에 모두 능통하여 이들의 화친을 중개하였고, 플리머스 콜로니에 머물면서 이주민들에게 옥수수 경작법을 가르쳐 주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와 윌리엄 브래드포드 지사 간에 쌓인 깊은 신뢰와 우정은 드라마의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메이킹 영상(스콴토 역의 배우 칼라니 퀘이포 인터뷰 포함)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겨울을 무사히 넘긴 플리머스 식민지의 이주민들이 왐파노아그 부족을 초청하여 옥수수, 칠면조 등을 함께 먹으면서 기쁨과 감사를 표한데서 기인했다. 메이플라워 호가 도착한 3년 후인 1623년, 추수감사절이 미국의 공식 명절로 선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