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의 중간 지점, 가파르게 비탈진 굴곡 지점에 아슬아슬하게 홀로 고립된 채 눈을 뜬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소스라치게 놀라서 극강의 공포에 몸을 떤다.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그 깊이조차 알 수 없는 절벽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단편 영화를 보게 되는 관객들은 10분 동안 주인공과 함께 공포와 절망에 휩싸일 정도로 몰입도가 뛰어난 영화다. 2016년 호주의 신예 팀 이건(Tim Egan) 감독의 작품으로, 오스틴 판타스틱 페스트, 시체스 영화제, 녹스빌 호러 영화제 등에서 수상하였다. 인터넷에서 영화 유튜버들이 앞다투어 소개하면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단편 영화 <Curve>(2016)

감독은 두 가지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8시간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하였다. 그 하나는,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튕겨 나가 다른 차에 의해 죽을 수 있었던 본인의 아찔한 경험이었다. 찰나의 순간 수많은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다른 하나는 심한 우울증을 앓던 친구의 고백이었다. 그 친구에 의하면 잠에서 깨어난 후 단 몇 초 동안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고, 나머지 시간은 마치 지구가 발밑에서 거대한 입을 벌린 채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단편 <Curve>의 주인공처럼, 온종일 절벽 밑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아찔한 상황을 떠올린 것이다. 감독은 이 기묘한 상황극을 장편으로 제작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단편 영화 <Curve>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