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돌피의 마지막 앨범 <Last Date>(1964)

1964년은 그에게 무척 바쁜 해였다. 블루노트 레코드와 계약 체결 후인 2월 25일 첫 블루노트 앨범 <Out to Lunch!>를 녹음했고, 3월 21일에는 피아니스트 앤드류 힐(Andrew Hill)의 <Point of Departure> 녹음에도 참여했다. 두 장의 음반 모두 <펭귄 가이드 오브 재즈>가 ‘Core Collection’으로 분류한 명반들이다. 특히 <Out to Lunch!>는 오넷 콜맨의 <Free Jazz>와 함께 프리 재즈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두 앨범 모두 에릭 돌피가 사망한 후 출반된 유작이 되었다. 그 해 6월 29일 에릭 돌피는 독일 베를린에서의 공연에서 몸이 좋지 않았고, 그 날밤 호텔 방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인슐린 쇼크로 36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에릭 돌피와 찰스 밍구스 섹스텟 (노르웨이 오슬로, 1964년 4월 12일)

에릭 돌피는 블루노트와의 녹음 일정을 마무리한 후, 찰스 밍거스 섹스텟(Charles Mingus Sextet)과 함께 유럽 공연을 떠나면서 그 곳에 정착할 생각이었다. 뉴욕을 떠날 때 모든 짐을 꾸렸고 가져가지 못한 물건들은 친구들에게 맡기거나 나누어 주었다. 그의 약혼녀 조이스 모데카이(Joyce Mordecai)가 프랑스 파리에서 발레리나로 활동 중이기도 했지만, 그의 아방가르드 음악이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더 잘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밍거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고 이를 아쉬워한 밍거스는 새로 만든 블루스 곡에 ‘So Long Eric’(안녕 에릭)이란 곡명을 붙여주었다. 밍거스와 헤어진 후 파리에 거주하면서 파리의 재즈 뮤지션들과 다양한 녹음을 남겼다. 이 때 출반된 앨범 <Last Date>(1964)는 역시 그의 유작이자 마지막 앨범이 되었다.

에릭 돌피와 찰스 밍구스 섹스텟 (스웨덴 스톡홀름, 1964년 4월 13일)

파리에서 약혼녀와 함께 머물던 그는 6월 27일 독일의 베를린으로 연주 여행을 떠났다. 새로 오픈한 재즈 클럽 ‘The Tangent’에서 현지 피아노 트리오와 협연을 했다. 그는 무대 위에서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 가까스로 연주를 마쳤고, 호텔 방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는 당뇨병 혼수상태에 빠졌고 6월 29일 현지 병원에서 3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그가 너무 갑작스럽게 사망하여 그의 사망 원인이나 현지 병원의 의료사고 가능성 등 언론의 심층 취재대상으로 남았다. 그의 마지막 무대였던 ‘The Tangent’는 그 후 재즈 뮤지션들의 기피 대상이 되어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가 그토록 거주하고 싶었던 프랑스 파리에서 단 3개월도 살지 못하고, 그의 유해는 미국으로 돌아와 로스앤젤레스에 안장되었다.

에릭 돌피와 찰스 밍구스 섹스텟 (벨기에, 1964년 4월 19일)

에릭 돌피의 마지막 연주가 담긴 찰스 밍거스 섹스텟 유럽 공연 영상이 최근에 컬러로 보정되어 유튜브에 올라왔다. 이 영상들은 TV에서 방송하기 위해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북유럽에서 흑백으로 촬영한 영상으로, 그가 동료들과 함께 버스로 이동하거나 알토 색소폰, 베이스 클라리넷, 플루트를 연주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토록 활발하고 열정적이었던 그가 2개월 후 갑자기 사망했다고 하니, 팬 뿐만 아니라 동료들 역시 그의 부고 기사를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2014년에는 그의 사후 50주년을 맞아 독일과 미국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