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적인 음악 애호가였던 영화감독 조나단 드미

2017년에 73세의 생을 마감한 영화감독 조나단 드미(Jonathan Demme)는 로큰롤을 포함한 모든 장르의 음악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아카데미 5관왕의 <양들의 침묵>(1991)과 아카데미 2관왕 <필라델피아>(1994) 감독이었을 뿐만 아니라, <Stop Making Sense>(1984), <Neil Young: Heart of Gold>(2006) 같은 음악영화도 여러 차례 제작했다. 그의 영화에서 사운드트랙은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한 요소였고, 록, 팝, 클래식 등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그의 음악 사랑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바로 미스터리 가수 ‘Q 라자루스’(Q Lazzarus)다.

Q Lazzarus ‘Goodbye Horses’(1987) 뮤직비디오

‘Q 라자루스’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계기는, 영화 <양들의 침묵>(1991)의 후반부에서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의 배경음악 ‘Goodbye Horses’ 때문이다. 이 장면을 본 관객들은 누구나 이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처음 들어본 ‘Q 라자루스’란 뮤지션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무명이던 그를 발굴한 사람은 다름아닌 조나단 드미 감독이었고, 그를 발굴한 장소는 뉴욕의 택시 안이었다. 낮에 택시운전사로 일하던 그가 택시 안에서 자신의 데모 테이프를 듣고 있었는데, 택시에 승차한 조나단 드미 감독의 귀를 사로잡은 것이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할 수 없는 저음의 허스키 목소리와 밴드 ‘토킹헤즈’(Talking Heads) 같은 얼터너티브 사운드가 기가 막히게 좋았던 것이다.

영화 <양들의 침묵> 중 버팔로 빌이 화장하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하는 명장면

조나단 드미 감독은 ‘Q 라자루스’와 그의 밴드 ‘레저렉션’(Resurrection)을 음반사에 소개해 주었으나, “그의 음악은 좋으나 그를 마케팅하기가 어렵다”는 시큰둥한 반응이 이어졌다. 감독은 그를 음반사 대신 할리우드로 데려와 영화음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아담 홀랜더 감독의 <Twisted>(1986)나 조나단 드미 감독의 <Something Wild>(1986), <Married to the Mob>(1988), <양들의 침묵>(1991), 그리고 <필라델피아>(1993)에 연이어 수록하면서 ‘Q 라자루스’는 컬트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욕 SOHO의 갤러리 파티나 클럽에서 연주하던 밴드 ‘레저렉션’은 1990년대 중반 활동을 멈추었고 Q 라자루스는 대중에게서 잠적했다.

영화 <필라델피아>(1993)에서 파티 가수로 출연하여 ‘Heaven’를 부른 ‘Q 라자루스’

‘Q 라자루스’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그의 본명은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았고, 그의 사진이나 영상은 구글에서 잘 검색되지 않는다. 뉴저지 출신으로, 폭력적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뉴욕으로 건너와 보모와 밴드의 보컬리스트로 일했다는 사실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그가 밴드를 해산하고 자취를 감춘 후, 밴드의 한 멤버에 의해 원초적인 록 음악을 찾아 영국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후 10여 년 넘게 음악 로열티를 받아 가지도 않자, 마약에 중독되었거나 어디선가 사망했을 것이라 추측하는 사람도 있었다.

싱글로 발매된 ‘Goodbye Horses’(1988)

그러다 한 열성 팬이 그의 행적을 찾아낸 것은 지난 2018년, 그는 뉴욕 스테튼 아일랜드(Staten Island)에서 버스 운전사를 하고 있었다. 음악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으며 단순한 인생을 살고 싶다며 인터뷰도 거절하였다. 이제 그와 함께 ‘Goodbye Horses’는 다른 가수들이 리바이벌하는 컬트로 남았다. ‘레저렉션’의 멤버로 이 곡을 작곡한 윌리엄 가비(William Garvey)는 2009년에 사망했고, 조나단 드미 감독 역시 2017년에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