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탄의 정글>의 오리지널 포스터

중남미의 멕시코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에서 보듯이 기괴한 신화와 민담으로 가득 찬 나라다. 멕시코 동남부의 유카타 반도는 마야 문명의 발생지로, 마야인들의 신화가 창조되고 그들의 삶의 터전으로 전해 내려온 열대우림 지역이다. 최근 넷플릭스에 소개된 멕시코 영화 <비탄의 정글>(2020)은 마야 신화에 등장하는 악령 ‘이시타바이’(Xtabay)를 모티프로,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0년대의 정글을 배경으로 했다. 미스터리 혹은 호러 영화로 분류하지만,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무섭거나 놀라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열대 정글의 빽빽한 숲 속에서 대사 거의 없이 느리게 스토리가 전개되어 숨이 막힐 수도 있다. 이시타바이 신화를 알게 되면 감독의 스토리 전개나 의도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줄거리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비탄의 정글>(2020) 예고편

고대 이시타바이 신화에는 두 명의 마야 자매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생전 이웃을 잘 도우면서도 남자와의 향락에 탐닉한 언니(Xkeban)를 ‘죄인’(Sinner)으로 불렀고, 고고하고 차가우며 남자들을 경멸하는 동생(Utz-colel)을 좋은 여인(Good Woman)의 표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언니는 죽은 후 좋은 향기와 꽃에 둘러 쌓이지만, 동생은 생전에 순결을 지켰음에도 죽은 후에는 악취가 진동하는 선인장의 꽃이 된다. 이에 크게 실망한 동생은 이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이시타바이’라는 존재로 환생한다.

유카타 지역의 ‘이시바타이’을 형상화한 구조물

그는 흰 옷을 입고 밤에 나타나 남자를 유혹하고 성관계를 맺은 후 독사로 변하여 그들을 삼켜버리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이에 따라 영화 <비탄의 정글> 속 ‘아그네스’는 함께 도망치던 언니가 죽자 그의 간호사 복장을 대신 입게 되고, 정글에서 ‘치클’ 노동자 무리에게 구조된 후 ‘이시타바이’라는 존재로 현신하게 된다.

영화 <비탄의 정글> 메이킹 영상

<비탄읜 정글>은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 처음 상영되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바르샤바 영화제에서 자유정신상을 받는 등 호평을 받았다. 율레네 올라이졸라 감독과 소피아 오기오니 촬영감독은 모두 여성으로, 성과 관련된 신화적 존재를 여성의 관점에서 현대적인 모습으로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1920년대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벨리제(Belize)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사포딜라 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여 껌의 원료 치클(Chicle)을 만드는 원주민 노동자, 영국인 농장주와 그의 하수인들 간에 의문의 여성 ‘아그네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뤘다. 나무 위에서 홀로 일하다 떨어진 ‘라사로’가 재규어에게 희생되고, 개미에 의한 처형을 두려워하던 ‘캄펜치노’의 시신이 개미 떼에게 훼손되는 장면은 열대 정글의 비정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비탄의 정글> 공식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