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하고 <요로나의 저주>(2019)의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감독을 맡은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2021)가 코로나로 인한 극장가 한파에도 프랜차이즈 성공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 <컨저링>(2013)이 제작비 2,000만 달러의 16배인 3억 2,000만 달러를, <컨저링 2>(2016)가 제작비 4,000만 달러의 8배 박스오피스 수입을 벌어들인데 이어,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차례 연기 후 개봉한 세 번째 영화는 HBO Max와 동시에 6월 초 극장 개봉하여 단기간 내에 제작비를 넘어섰다. 이번 영화 역시 실존 인물인 워렌 부부의 엑소시즘 경험을 담았고, 1981년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일어난 ‘어니 샤이엔 존슨 재판’(Trial of Arne Cheyenne Johnson) 사건을 배경으로 하였다.

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예고편

1981년 11월 24일 미국 코네티컷 주의 작은 마을 브룩필드에 살던 ‘어니 존슨’이 이웃에 살던 개사육장 주인을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의 재판에서 피고의 변호사는 전례 없이 그가 악령에 빙의 된 상태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약혼녀의 동생인 11세 소년 ‘데이비드 글라첼’(David Glatzel)에 들었던 악령을 쫓아내는 엑소시즘 의식을 돕다가 악령이 그에게 옮겼다는 것이었다. 당시 악마 연구가로 유명한 워렌 부부가 그 지역 카톨릭 신부와 함께 엑소시즘 의식을 도왔고, 이들과 데이비드의 가족들이 불가사의한 악마 현상을 법정과 방송에서 자세하게 증언했다. 하지만 재판관은 비과학적인 주장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급 살인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20년형을 선고받은 어니는 형기를 5년만 채우고 출소하였다.

당시 TV에 출연해 데이비드 글라첼 사건에 대해 밝히는 워렌 부부

이 사건을 대서특필한 언론들은 ‘악마가 시켰다’(Devil Made Me Do It)라는 이색적인 사건 명칭으로 불렀고, 세계 최초의 공식적인 빙의 재판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워렌 부부의 도움을 받아 이 사건을 정밀 취재한 서적 <The Devils in Connecticut>(1983)가 출간되어 논쟁에 불을 붙였다.

당시 대서특필된 어니 존슨 재판의 신문 기사

고대부터 현재까지 세계 각지에서 행해진 ‘악마 빙의’(Demonic Possession)와 ‘구마 의식’(Exorcism)이 공식적인 논쟁 주제로 표출된 사건이었다. 1990년에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엑소시스트인 가브리엘 아모르(Gabriele Amorth) 신부 등 여섯 명의 사제를 중심으로 국제 엑소시스트 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Exorcists)가 창립되었고, 2014년에는 로마 카톨릭 교회가 이를 산하 단체로 공식 편입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는 50여 명의 엑소시스트가 활동 중인데, 한 주에 20여 건의 엑소시즘 요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메이킹 영상

당시 11세의 소년 데이비드가 보았다고 증언한 검은 피부의 노인이 악령일까? 그가 데이비드에서 어니로 옮겨가 살인을 저지르게 했을까? 워렌 부부의 엑소시즘 경험담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엑소시즘은 과학의 영역일까, 종교의 영역일까?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국내 극장가에서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관객수 40만 명을 돌파했다. 오는 7월에는 나홍진 감독이 제작을 맡은 태국 다큐멘터리 영화 <랑종>(무당)이 개봉된다고 하니, 초자연적인 엑소시즘 영화가 침체된 극장가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The Conjuring Universe: A Life in Demonology>에서 인터뷰한 로레인 워렌. 남편 에드 워렌은 2006년 병으로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