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조(EJO)는 전방위 아티스트다. 프로듀서로, 디제이로, 래퍼로, 모델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운드 엔지니어링도 직접 해낸다. 그 외에도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한다. 이미 증거도 많다. 삼성 TV인 세로(THE SERO) 광고부터 기네스, 아디다스 등 여러 커머셜 컨텐츠에 얼굴을 드러내고는 했다. 모델 활동은 물론 전방위에서 활약하다 보니 매체의 관심도 조금씩 받고 있다. 첫 앨범 <Mind Web Wanderer>는 보그(Vogue)를 비롯한 몇몇 매체에 소개되었고, 데이즈드(DAZED)부터 하입비스트(HYPEBEAST) 등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평단에서도 조금씩 그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발표한 EP <Chameleon Man>은 이즘(IZM)을 비롯한 몇 매체의 리뷰를 받기도 했다.

첫 앨범인 <Mind Web Wanderer>는 “(전략) 목적지를 향한 길을 제시하는 지도가 아니라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거미줄과 같기 때문이다. 에조(Ejo)의 정규 1집 <Mind Web Wanderer>은 마인드 웹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에조의 내면을 담고 있다. 쉴 새 없이 떠오르는 즉흥적인 감성과 일반적이지 않은 레이드백 템포는 그의 무의식을 대변하는 듯하다”라는 앨범 소개글처럼 자신의 내면 깊이를 스스로 들여다보고 관찰하며 그것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듯한 모양새를 지니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인도 모두에서 거주했던 그의 다양한 경험과 생활은 힙합, 전자음악, 재즈, 록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음악과도 닮아 있다. 애써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함께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있는 복잡하면서도 유연한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첫 정규 앨범을 리믹스로 이어가며, 전작을 이해하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종의 지침서 역할을 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래퍼로는 넉살과 로한이 참여하였으며, 말립부터 샤이 웨이브까지 다양한 프로듀서가 리믹스에 임했다. 음악평론가 김도헌은 흐릿한 앨범 커버에서 좀 더 또렷해진 앨범의 이미지를 “내면에서 머물던 노래가 타인에 의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게 됐다는 안도이자 기쁨”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다소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졌던 첫 앨범보다 리믹스 앨범에서 뚜렷한 특징이나 메시지, 음악 포인트가 느껴진다.

경계 없이 자유로이 떠돌며 생각과 행동을 확장하는 에조는 철학적인 깊이를 지닌 동시에 그것을 자신의 내면에 잘 담아 놓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것을 비로소 표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EP <Chameleon Man>은 허비 행콕의 곡 ‘Chameleon’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실존을 고민하면서도 무난하게 존재하며 크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기도 하다. 앨범 내에는 그의 생각이 비로소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 안에는 아나키즘적인 입장도 있고, 고향이라는 존재에 관한 생각도 있으며 코로나-19 시국을 비롯해 지금의 현상에 관한 통찰도 있다. 그래서 그의 언어를 하나씩 관심 있게 들여다볼 때마다 흥미롭다.

에조 본인도 상당히 흥미로운 존재이지만, 에조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이들도 흥미롭다. 첫 앨범의 타이틀곡 ‘City of Deformumn’의 뮤직비디오는 닉 나이트가 수장으로 있는 쇼 스튜디오의 아트 디렉터 구윤지가 제작했으며, <Chameleon Man>의 앨범 커버는 포스트아카이브팩션, 선데 스쿨 등과 협업해온 아트 디렉터 필립 킴이 제작했다. 게다가 에조가 하는 다른 일도 관심을 가져보면 더 재미있다. 디제이로서는 그가 어떤 곡을 주로 트는지, 모델로는 어떤 비주얼을 선보이는지, 무엇보다 사운드 엔지니어로서 작품을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또 풀어내는지도 관찰해보면 좋을 요소다.

에조의 앨범은 4월 20일 발매되었다. 4월 20일은 ‘대마초의 날’이기도 하다. 에조는 최근 스모크 웨어(Smoke Wear)로 잘 알려진, 북미에서 큰 주목을 받은 ‘선데 스쿨’(Sundae School)과 인터뷰(링크)를 하기도 했으며, 대마초 비범죄화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꺼내기도 했다. 에조는 앞으로 음악을 통해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더 구체적으로,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라고 하니 이제 막 운을 떼기 시작한 그의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주목해보자.

 

에조 인스타그램

 

Writer

케이팝, 국악, 인디, 재즈 등 장르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 글을 씁니다. 재즈피플에 조금씩 글을 쓰고 있고, 힙합엘이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 몸담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가끔 기획도 하고, 진행도 하고 심사도 참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