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퀴어 로맨스 영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브로크백 마운틴>(2005), <문라이트>(2017),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과 같이 오스카를 수상하며 걸작 반열에 오른 남성 퀴어 로맨스 영화에 비해, 여성의 로맨스를 묘사한 영화는 예상 외로 마지막 수상 문턱에서 아깝게 기회를 놓친 적이 많다. 지난 10년 동안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주류 명작 대열에 이름을 올린 영화 다섯 편을 돌아본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브로크백 마운틴>과 비교할 만큼, 여성 퀴어 로맨스를 하나의 장르로 촉발시킨 영화로 평가받는다. 2013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발간된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바탕으로 하여,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압델라티프 케시시(Abdellatif Kechiche) 감독이 6개월 동안 800시간의 방대한 분량을 촬영하여 3시간의 러닝타임으로 편집하였다. 교사를 꿈꾸는 15세의 고등학생 ‘아델’이 예술대학에 다니는 화가 ‘엠마’를 게이바에서 우연히 만나 자신의 성지향성을 찾으며 사랑에 빠진다는 성장 스토리다. 하지만 배우와 제작 스태프에 대한 열악한 처우나 작업 환경, 그리고 과다한 성적 묘사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남성 감독의 관능적 시각에서 섹스신이 촬영되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캐롤>(2015)

미스터리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의 유일한 로맨스 소설 <The Price of Salt>(1952)를 바탕으로,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일하던 아마추어 사진가와 이혼 소송 중인 부유한 여성 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당시 백화점 완구 파트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던 작가가 모피 코트를 입은 매력적인 여성 고객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연기파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상대 연기로 극찬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최고의 LGBTQ 영화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칸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일 당시에 관객들이 10분 동안 기립박수를 했고 국제 무대에서 60여 회 이상의 수상 실적을 올렸지만, 정작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등 주요 영화제에서는 무관왕에 그쳐 차별적인 결과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아가씨>(2016)

영국 소설가 세라 워터스(Sarah Waters)의 빅토리아 3부작의 마지막 소설 <Fingersmith>(2002)을 바탕으로, 박찬욱 감독이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로 옮겼다. 원작소설의 구성과 마찬가지로 하녀 ‘숙희’의 관점과 아가씨 ‘히데꼬’의 관점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로튼토마토 97%의 극찬과 함께 BAFTA(영국 아카데미) 비영어영화상 등 60여 차례 이상 수상 실적을 기록했다. 상업적으로도 성공하여 제작비 4배 이상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거둬들였으며, 국내에서 428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하지만 과다한 노출신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숙희’ 역 공개 캐스팅 공고에 “노출 수위 최고 수준, 합의 불가”라는 조건이 붙었고, 당시 무명이던 김태리가 1,500대 1의 경쟁을 뚫고 감독의 낙점을 받아 스타 배우로 부상했다.

 

<디서비디언스>(Disobedience, 2017)

유대교 율법을 엄격하게 지키는 전통적인 유대인 사회에서 사랑에 빠진 두 여인 ‘로닛’과 ‘에스티’가 억압적인 종교 관습에 불복종하고 자유의지를 추구한다는 이야기다. 작가 나오미 앨더만(Naomi Alderman)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칠레 감독 세바스찬 렐리오(Sebastian Lelio)가 영화로 각색했다. 공교롭게 같은 이름을 가진 ‘로닛’ 역의 레이첼 와이즈와 ‘에스티’ 역의 레이첼 맥아담스 두 사람 모두 뛰어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영국 독립영화제 다섯 부문의 후보로 올랐으나, 두 여인 사이에서 고민하는 ‘도비드’ 역의 알레산드로 니볼라(Alessandro Nivola)가 남우조연상을 받는 데 그쳤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초상화가 ‘마리안느’와 그의 초상화 모델이 된 귀족 여성 ‘엘로이즈’ 간의 사랑을 담았다. 영화 <워터 릴리스>(2007)로 주목받은 여성 감독 셀린 시아마(Celine Sciama)의 작품으로, 그와 한때 연인이었던 아델 에넬(Adele Haenel)이 엘로이즈 역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로튼토마토 98%의 호평을 받았으며, 화가와 뮤즈 간에 사랑에 빠지는 잔잔한 연출로 시아마 감독은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역 셍-삐에흐-끼베홍(Saint-Pierre-Quiberon)의 아치 절벽 등 아름다운 경치를 담아 다수의 촬영상을 수상했으며, ‘마리안느’역의 노에미 메를랑(Noemie Merlant)은 뤼미에르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