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음악의 단위는 몇만 ‘장’에서 몇만 ‘뷰’가 되었다. 다종다양한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듣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고 썸네일이 좋아서 듣는 음악도 부지기수, 뮤직비디오 감독이 어떤 곡에 참여했는지도 척하면 척이다. 보기 좋은 음악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만든 뮤직비디오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우리는 음악에 맞춰 흥얼거릴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있다. 춤과 음악, 같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각기 다른 방식이 더해져 한층 풍성해진 즐길 거리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한다.

 

정수민 ‘빚’

재즈 베이시스트 정수민의 3집 <Lament>. 소외되고 억압받는 현장을 음악으로 담아내는 정수민은, 이번 앨범을 통해 상실되어가는 기억들과 남은 부채의식을 연주했다. 그 의미가 한 글자로 응축된 듯한 타이틀곡 ‘빚’은 베이시스트 정수민과 기타리스트 이시문이 연주, 뮤직비디오는 두 사람의 춤으로 기록되었다. 음악을 춤으로 전달하고 있는 두 사람은 무용단체 ‘초록고래’의 멤버 양병현과 임유정. 초록고래는 언제부턴가 사회적 이슈만 이야기하게 된 춤이 아닌,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과 정서를 춤추고자 시작되었다고 한다. 먼지 쌓인 방 안에서부터 창을 넘어, 하늘이 트인 옥상까지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털어내짐을 당한 먼지로서 추는 춤일지 털어냄을 시도한 이로서 추는 춤일지 모호해지는 순간도 찾아온다. 보는 이들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하는 재미도 있겠다.

DIRECT | 박세영
CAST | 초록고래 (양병현, 임유정)

 

Echo And The Machine ‘Moon Shower’

을지로에 있는 작은 카페이자 갤러리이며, 창작자 5명의 작업공간인 ‘작은물’이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표했다. 2019년에 공간을 잃을 뻔한 시간을 보낸 후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앨범으로, 공간을 사랑하는 스물세팀의 뮤지션과 함께했다. 이중 Echo and The Machine(에코 앤 더 머신)의 ‘Moon Shower’(2019)는 작은 물에서의 술과 노래, 대화와 공간을 선율로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뮤직비디오 역시 그 대화와 공간에 함께 존재했던 창작자들이 다수 출연, 그들의 춤을 담아내고 있다. 공간에서 느꼈을 편안함과 따뜻함이 그대로 녹아 있는 춤사위를 감상해보자.

DIRECT | Echo and The Machine
CAST | 한받, 토네이도 (보물, 착), 지현, 축축, 윤새한, 베키, 임성찬

 

서사무엘 ‘Playaplayaplaya’

R&B, 솔 아티스트 서사무엘(Samuel Seo)이 3년 만에 발표한 정규 3집 <The Misfit>(2019). 현재 스타일에 구속되지 않는 서사무엘만의 색을 오롯이 담아낸 앨범으로 또 한 번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이 가득한 앨범이다. 타이틀곡인 ‘Playaplayaplaya’의 뮤직비디오는 스튜디오 네버마인드의 디렉터 성휘, 국내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함께 했다. 원테이크 방식으로 작업한 뮤직비디오가 불과 세 테이크 만에 완성되었다고 하니, 각 분야의 내공이 쌓인 이들의 만남에 또 한 번 감탄할 뿐이다. 서사무엘의 음악과 유진규의 움직임은 20대에 느꼈던 불안과 앞으로는 평화를 찾길 바라는 마음을 곡의 흐름에 따라 마임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어떤 기대감과 희망이 순식간에 잿빛 같은 절망감이 되었던, 너무 다급하고 뭘 원하는지 몰라서 화려한 것만 쫓기 바빴던 지난날과, 결국 그날들을 승화시켜낸 이들의 음악과 춤을 보며 앞으로의 우리의 평화도 빌어보자.

DIRECT | sunghwi @nvrmndstudio
CAST | 유진규

 

오헬렌 & 최솔 ‘Dying for’

2020년 3월, 홀연히 등장해 온스테이지와 잔다리페스타 등 단번에 평단을 사로잡은 듀오 오헬렌&최솔. 앨범 <Pause>는 그로부터 1년 후 발매된 두 번째 EP이다. 가사를 보면서도 ‘어느 나라 언어지?’ 재차 확인하게 되는 오헬렌의 흥얼거림은 낯설지만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미니멀한 사운드와 또렷하지 않은 가창이 함께 존재하는 곳에, 비로소 춤추기 좋은 장소가 마련되었다. 타이틀곡 ‘Dying for’의 뮤직비디오는 멤버 오헬렌이 직접 기획하고 출연했다. 컴컴한 밤바다 위에서 그저 흥얼거리고 흔들거린다. 춤의 목적은 의미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정서를 표현해내는 데 있다고 한다. 오헬렌&최솔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가사를 정확히 듣고 의미를 파악하는 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DIRECT | Ohelen
FILM | iiieung
CAST | Ohelen

 

오도일 (O’doyle) ‘바보처럼 널 사랑해’

마지막으로 음악과 춤, 그리고 고양이가 있다. 춤추는 고양이. 그저 듣고 흥얼거리고 춤추자.

 

Writer

Editor | 포크라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