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에 출간된 동화책 <Kurosuke> 표지

그의 이름은 야스케(弥助 또는 弥介). 아프리카 출신의 그는 이탈리아 예수회 선교사 알레산드로 발리냐노(마카오의 세인트폴대성당 유적지 지하 예배당에 그의 무덤이 있다)의 시종 중 한 명으로 인디아를 거쳐 1579년 2월 일본에 들어왔다. 일본의 실력자였던 다이묘 오다 노부나가를 알현하는데 동행하였다가 그의 가신으로 눌러 앉았다. 노부나가의 관심과 신임을 받게 된 그는 전쟁에도 참여하며 최초의 흑인 사무라이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야스케의 행적을 조명한 동화책 <Kurosuke>(くろ助, 1968)이 출간되어 일본인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지금도 그에 대한 영감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 등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아프로 사무라이>

만화 시리즈(1998~2002)를 기반으로 2007년에 제작된 B급 감성의 잔혹한 사무라이 퓨전 애니메이션이다. 일본보다 서양에서 더 인기를 끌어 영어로 제작된 후속 영화 <Afro Samurai: Resurrection>(2009)에서 배우 사뮤엘 잭슨이 목소리 연기를 맡기도 했다.

영화 <Afro Samurai: Resurrection> 예고편

실존인물 야스케는 신장 188센치의 건장한 체격으로, 당시 선교사를 따라온 흑인 시종들 중에서도 키가 제일 컸고 가장 짙은 검은 피부였다. 그에게 관심을 가진 오다 노부나가는 시종을 시켜 몇 번이나 목욕을 시켰지만, 원래부터 검은 피부라는 점을 알고 신기하게 생각했다. 오다 노부나가는 그에게 ‘야스케’라는 이름과 가택을 하사하고 측근에 두지만, 전국 통일을 눈 앞에 둔 1582년의 <혼노지의 변>(本能寺の変)에서 측근의 배반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그 후 야스케는 적군에 사로잡혔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여 교토의 서양 교회로 보내졌고, 역사에서 그에 관한 언급은 사라졌다.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애니메이션 <야스케>는 ‘혼노지의 변’ 이후 20년 동안 은신하던 그의 행적에서 출발하였다.

 

<야스케>(Yasuke, 2021)

넷플릭스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손잡고 제작한 여섯 편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오다 노부나가 사망 이후 은둔하던 그가 일어나 어둠의 군단과 맞서 싸운다는 설정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비주얼 관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로봇이나 마법이 난무하는 설정으로 역사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래 할리우드의 <야스케> 프로젝트는 영화사 라이온스게이트(Lionsgate)의 실사판 영화로 시작되었다. 약 2년의 기획 끝에 2019년 초 배우 채드윅 보스만을 주연으로 확정하며 시동을 걸었으나, 그의 사망으로 인해 대체 배우를 선정하지 않고 영원히 취소하였다. 그 대신 비슷한 시기에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르션 토마스(LeSean Thomas)가 <캐논 버스터즈>의 차기작으로 넷플릭스에 제안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먼저 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중세 일본의 흑인 사무라이’라는 소재의 매력 때문에, 앞으로 할리우드판 실사 영화의 출현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야스케’로 추정되는 외국인의 일본 입성 행렬을 묘사한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