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황금기를 뽑으라고 하면 저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1970년대는 유독 좋은 영화가 많이 등장한 때다. 1970년대에 발표된 작품 중 걸작을 뽑으라고 하면 <대부>(1972), <컨버세이션>(1974), <대부2>(1974), <지옥의 묵시록>(1979)을 떠올리는 관객들이 많을 거다. 놀랍게도 이 네 편의 영화는 모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작품. 평생 한 편 만들기도 힘든 걸작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1970년대에 연달아서 네 편 만들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말하자면, 1970년대 영화계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해였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거다. 1970년대 영화계를 수놓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1970년대 작품들을 살펴보자. 

영화 <대부> 시리즈 출연 배우들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가운데), 이미지 출처 – hypebeast

 

<대부>

미국 마피아 두목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란도)는 ‘대부’로 불린다. 비토 클레오네의 딸 ‘코니’(탈리아 샤이어)의 결혼식에 맏아들 ‘소니’(제임스 칸)부터 셋째 ‘마이클’(알 파치노)까지 가족들이 모인다. 결혼식이 끝난 뒤 비토와 소니, 콜레오네 가문의 변호사 ‘톰’(로버트 듀발)은 다른 마피아의 마약 사업 제안을 받고 고민한다. 콜레오네 가문은 마약 사업과 관련해서 내린 선택으로 인해 다른 마피아들과 대립하게 된다.

<대부>는 마리오 푸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마피오 푸조는 직접 각색을 맡아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았다. <대부>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뿐만 아니라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말론 브란도)도 차지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알 파치노를 과감하게 캐스팅했고, 결론적으로 이 선택은 <대부> 시리즈를 걸작으로 만들었다.

<대부> 트레일러 

<대부>는 마피아가 등장하지만 크게 본다면 성장 영화에 가깝다. <대부>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은 알 파치노가 연기한 마이클이다. 마이클은 자신이 속한 콜레오네 가문의 마피아 사업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위기를 겪은 후로는 전략적으로 냉정하게 콜레오네 가문의 일에 참여한다. 마이클은 콜라오네 가문의 일 대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살기를 바랐던 인물이다. 만약 마이클이 자신만의 길을 갔다면, 그것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 시리즈 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컨버세이션>

‘해리 콜’(진 핵크만)은 도청 전문가다. 해리는 의뢰를 받고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앤’(신디 윌리암스)과 ‘마크’(프레드릭 포레스트)의 대화를 도청한다. 앤과 마크는 광장의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를 나누지만, 해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도청을 시도한다. 애인에게조차 자신의 정보를 주지 않을 만큼 철두철미한 해리는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앤과 마크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컨버세이션>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에게 처음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1974년에 <컨버세이션>과 <대부2> 두 편의 영화를 개봉시켰고, 두 작품 모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컨버세이션>은 도청에 대한 영화이지만, 단순히 도청 기술에 대한 묘사뿐만 아니라 늘 도청의 위험과 함께 사는 현대인의 심리를 밀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컨버세이션> 트레일러 

도청의 위험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이는 도청을 직접 하는 사람일 거다. 해리는 도청 전문가로서 타인의 비밀스러운 대화를 엿듣는 데 성공하는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곳을 찾지 못한다. 나의 대화를 누군가 엿듣고 있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진심 가득한 대화도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거다. 겉핥기식의 대화만 가득한 세상에서는 그 어떤 말을 해도 끝은 공허함일 거다. <컨버세이션>은 진실한 대화를 몰래 듣느라 진실한 대화를 하는 법을 잊어가는 이의 이야기다.

 

<대부2>

<대부2>는 현재와 과거가 교차로 진행된다. 패밀리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는 어느 날 습격을 당하게 되고, 자신이 직접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나선다. 마이클 콜레오네의 아버지 ‘비토 콜로오네’(로버트 드니로)는 어릴 적 고향 시칠리아에서 지역 마피아 두목에게 부모와 형을 모두 잃고 도망치듯 미국으로 온다. 비토는 자신만의 세력을 키우며 복수를 꿈꾼다.

<대부2>는 속편이 전편보다 좋기 힘들다는 속설을 깨버린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전편보다도 좋은 평을 받은 영화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었으며, 특히 로버트 드니로가 받은 남우조연상 부문에서는 <대부2>에 나온 세 명의 배우가 동시에 후보에 올랐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대부 시리즈 두 편으로 70년대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두 번 받은 감독이 되었다.

<대부2> 트레일러

마이클과 비토는 가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둘은 같은 말을 강조하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진심과 기질의 차이 때문인지, 둘이 만들어낸 결과는 다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강해지기로 결심한 두 사람이지만, 한 사람은 가족과 단단해지고 다른 한 사람은 가족과 소원해진다. 마이클과 비토는 동일하게 양손에 권력과 가족을 올려 두었지만, 무엇에 더 무게를 두었는지는 그들이 각각 만들어낸 결과에서 알 수 있다.

 

<지옥의 묵시록>

‘윌라드’ 대위(마틴 쉰)는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다. 윌라드는 ‘클린’(로렌스 피시번), ‘셰프’(프레드릭 포레스트), ‘랜스’(샘 바톰즈) 등 부하들과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이동한다. 윌라드는 커츠의 흔적들을 살펴보면서, 암살 명령을 받았지만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지옥의 묵시록>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으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70년대에 <대부>와 <대부2>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두 번, <컨버세이션>과 <지옥의 묵시록>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는 압도적인 수상 기록을 달성한다.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을 각색한 작품으로, 제작에만 3년 가까운 시간이 든 작품이다.

<지옥의 묵시록> 트레일러 

<지옥의 묵시록>은 전쟁이 그 자체로 얼마나 지옥 같은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윌라드와 커츠는 둘 다 전쟁으로 인해 미쳐가는 인물이고, 전쟁은 이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이들을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파괴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잘 만든 전쟁영화가 보여주는 결론은 하나다. 전쟁은 지옥이라는 것.

 

Writer

에세이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달리다 보면> 저자. 좋아하는 건 영화, 여행, 음악, 문학, 음식. 특기는 편식. 꾸준한 편식의 결과물을 취향이라고 부르는 중. 취향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김승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