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이나 사고로 인해 어린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외상에 시달리게 된다. 뒤에 남겨진 부모들은 장시간 또는 평생 트라우마를 안게 되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쉽지 않다. 이 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영화 세 편을 뽑아 보았다. 니콜 키드먼, 케이시 애플렉, 바네사 커비와 같은 배우들의 세밀한 심리 연기가 돋보이며, 슬픔을 대하고 극복하는 방식에 개인차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래빗 홀>(Rabbit Hole, 2010)

데이비드 린지-어베이르(David Linsay-Abaire)가 자신의 동명 퓰리처 수상 희곡을 영화로 각색했다. 니콜 키드먼과 아론 에크하트가 네 살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실의에 빠진 부부를 연기했다. 니콜 키드먼은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먼저 들어온 우디 앨런의 캐스팅 요청을 거절한 후 이 영화에 출연했고, 아이를 잃은 엄마의 격정적인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후일 <위플래쉬>에서 스타로 발돋움한 마일스 텔러의 장편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며, 니콜 키드먼이 후보 중 그를 직접 낙점했다고 한다. 로튼토마토 87%의 호평을 받았으나, 연극에서의 호성적과는 달리 박스오피스 성적은 500만 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며, 연극에서 보여준 유머 코드와 희망의 메시지가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영화 <래빗 홀> 예고편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

영화계의 절친 맷 데이먼, 존 크러진스키와 케네스 로너건 세 사람이 모여 “극도의 절망과 슬픔에 빠진 남자”을 모티브로 하는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뉴 잉글랜드 북단의 척박한 어촌 마을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기 위해,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어촌마을인 ‘맨체스터-바이-더-씨(Manchester-by-the-Sea)을 제목과 촬영지로 선택했다. 케네스 로너건 감독이 이 아이디어를 기본으로 3년 동안 시나리오를 썼고, 멧 데이먼 본인이 출연하는 대신 추천한 케이시 애플렉(Casey Affleck)이 주연을 맡아 자신의 실수로 화마에 아이들을 잃은 아버지의 절망을 연기했다.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각본과 케이시 애플렉의 연기가 극찬을 받으며 아카데미상을 각각 수상했고, 박스오피스에서 7,9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당해 최고의 영화로 떠올랐다.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 예고편

 

<그녀의 조각들>(2020)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헝가리의 실력파 코르넬 문드럭초(Kornel Mundruczo) 감독이 자신의 동명 연극을 영화로 각색하였다. 가정 분만을 시도하다가 갓 태어난 딸을 잃게 되는 엄마 역을 바네사 커비(Vanessa Kirby)가 연기하여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올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크라운>(2016~2017)에서 마가렛 공주를 연기하여 영국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그는, 이 영화에서 24분 동안 이어진 가정분만 신을 연기하여 찬사를 받았다. 감독이 최고의 공을 들인 분만 신을 완성하기 위해 이틀 동안 무려 여섯 번이나 촬영을 반복하였다. 올해 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첫 3일 동안 가장 많이 시청한 영화로 기록된 수작이다.

영화 <그녀의 조각들>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