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생애 열다섯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한 잭슨 브라운(Jackson Browne)은 여러모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십 대였던 어린 시절부터 다른 가수에게 곡을 써주다가 자신감이 붙게 되자, 1970년대 들어 직접 음반을 발표하면서 일찍 전성기를 맞았다. 이제까지 열네 장의 음반을 발표하여 미국에서 모두 1,800만 장을 판매한 스타로 대성했다. 그는 자선 사업가와 환경 운동가, 그리고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로도 유명하다. 2008년에는 공화당의 맥케인 선거캠프 광고에 자신의 노래를 허락 없이 사용하였다며 고소하여 정가의 화제로 떠올랐으며, 환경과 비핵화 단체, 그리고 민주당 대통령 선거캠프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활동가다.

그의 전성기 시절 발표한 다섯 번째 앨범 <Running on Empty>(1977)는 시그니처 앨범 중의 하나로, 빌보드 팝 앨범 차트 3위까지 올라갔으며 차트에서 연속 65주, 그러니까 1년 이상 머물렀다. 그래미 ‘올해의 앨범’ 수상을 아깝게 놓치긴 했지만, 앨범 판매는 수십 년 동안 지속할 만큼 사회적인 울림이 컸던 앨범이었다. 처음 발매했던 그해 골드로 시작하여 이듬 해 플래티넘 판매를 기록했고, 1997년에는 멀티 플래티넘, 현재는 7X 플래티넘에 도달하여, 잭슨 브라운의 앨범 중 최고의 누적 판매 실적을 올린 앨범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앨범에는 어떤 특별한 울림이 있길래 무려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판매되었을까?

앨범 <Running on Empty>의 타이틀곡 ‘Running on Empty’ 라이브 영상(1979)

이 앨범에 수록한 10곡은 모두 스튜디오 밖에서 녹음된 신곡들로 구성되었다. 당시 신곡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라이브 음반에는 과거의 히트곡 위주로 수록하던 업계 관행과는 달리, 전혀 새로운 기획이었다. 앨범 제목이 의미하듯이,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오랫동안 집을 떠나 돌아다니며 순회공연을 하는 뮤지션들의 애환을 다룬 곡으로 구성하였다. 무대 공연 중 녹음된 곡은 다섯 곡으로, 나머지는 이색적으로 버스 안이나 호텔 방 또는 공연장 대기실에서 녹음하였다. 잭슨 브라운 단독으로 만든 곡은 두 곡에 지나지 않았으며, 나머지 8곡은 동료들과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면서 즉흥적으로 만든 곡들이었다. 싱글로 발표된 타이틀곡은 빌보드 팝 싱글 11위에, 두 번째 ‘The Load-Out/Stay’는 팝 싱글 20위에 올랐다.

앨범 <Running on Empty>의 두 번째 싱글 ‘The Load-Out’/’Stay’(번역 가사 포함)

이 앨범이 발매하기 직전 해에 유명 배우이자 모델인 그의 첫 아내 필리스 메이저(Phyllis Major)가 30세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집에서 신경안정제를 과다 복용하였는데, 수년 동안 동거하며 아들을 하나 두었지만 결혼한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주변에 큰 충격을 주었다. 잭슨 브라운은 특히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개조하여 아내와 아들 ‘에단’과 함께 순회공연에 같이 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차였다. 아내의 사망은 그의 다음 앨범이었던 <Running on Empty>에 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공연 말미에 무대 가운데로 옮긴 피아노를 치면서 마지막 노래로 ‘The Load-Out’/’Stay’를 불렀다. 무대 화면에 가사가 표시되도록 하여 청중과의 싱어롱(떼창)을 하면서 공연을 마감하였다. 노래 가사에는 공연을 끝내고 다음 공연으로 이동하는 뮤지션의 심정이 자세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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