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음악 지형을 영원히 바꿔 놓았다는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가 44년의 생을 마감한 지60여 년이 지났지만, 그의 인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스크린과 서점을 누빈다. 근래에 제작된 장편 다큐멘터리 <Billie>(2019)나 전기 영화 <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2011)는 영상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과거의 흑백 이미지보다 훨씬 선명한 컬러 이미지로 더욱더 가깝게 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Billie>는 로튼토마토 평점 97%의 호평을 받으며, 영화의 토대를 제공한 예술 저널리스트 린다 리프낵 쿠엘(Linda Lipnack Kuehl)이 다시 조명을 받았다. 그는 이미 고인이 된 빌리 홀리데이에 푹 빠져 10여 년 동안 그의 발자취를 좇아 다녔지만, 전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워싱턴 DC의 길거리에서 38세의 이른 나이에 사망한 채 발견된 인물이다.
린다 리프낵 쿠엘의 미완성 작업
뉴욕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프리랜서로 예술에 관한 글을 쓰던 린다 리프낵 쿠엘은, 사망한 지 10여 년이 지난 빌리 홀리데이와 그의 음악에 푹 빠졌다. 나이 서른 하나에 접어든 1971년부터 빌리 홀리데이의 전기를 쓰기 위해 그의 친구, 동료, 음악 관계자, 심지어 그의 마약 행적을 탐문하던 수사 담당자 등을 찾아다니며 광범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8년 동안 이어진 기나긴 작업을 통해 200여 건의 인터뷰를 진행하여 녹음테이프는 125개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1978년 2월의 어느 날, 카운트 베이시의 공연을 보고 돌아와서 그가 머물던 워싱턴 DC의 호텔 부근 한적한 길거리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기 때문. 경찰은 투신자살이라 판단하고 사건을 종료했으나, 그의 언니는 다큐멘터리의 출판을 원치 않는 누군가가 호텔 옥상에서 그를 밀었다고 믿었다.
계속 이어진 빌리 홀리데이 전기
린다 리프낵 쿠엘 사망 후 그의 작업실에 쌓아 둔 수많은 구두 박스 안에서 발견된 빌리 홀리데이 관련 자료들은 놀랄 만큼 방대했다. 주위 친구, 가족, 밴드 동료, 정신과 의사들의 증언뿐만 아니라 로열티 정산서, 쇼핑 리스트, 법정 기록, 병원 진단서, 사적인 편지, 마약국의 수사 자료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전기 형식으로 발간하기 위해 챕터 별로 정리된 방대한 기록은 후일 개인 수집가에게 인수되었다가, 빌리 홀리데이 전기물이나 재즈 역사에 인용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출판된 약 25편에 이르는 빌리 홀리데이 전기물 중, 로버트 오밀리(Robert O’Meally)의 <Lady Day: The Many Faces of Billie Holiday>(1991)와 도널드 클락의 <Wishing on the Moon>(1994), 그리고 최근에는 줄리아 블랙번의 <Billie: a New Look at the Unforgettable Lady Day>(2005)는 린다의 자료를 자주 인용한 작품이다.
최근에 소개된 빌리 홀리데이 영화들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수상한 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제임스 어스킨(James Erskine)은 린다 리프낵 쿠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의 미완성 전기를 자신이 완성하고 싶었다. 그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그의 자료를 모두 사들였다. 그는 린다의 챕터 구성을 충실히 재현하고 테이프에 남겨진 그의 목소리를 내레이션 형식으로 구성하여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Billie>(2019)를 제작하여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어서 올해에는 인종 갈등과 마약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정부와 빌리 홀리데이의 갈등을 소재로 한 전기 영화 <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가 나오기도 했다. 두 영화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극장에서 개봉되지 못하고 아마존과 훌루(Hulu)에서 온라인 상영 중이다.
- 감독
- 리 다니엘스
- 출연
- 트래반트 로즈, 가렛 헤드룬드, 나타샤 리온, 앤드라 데이
- 개봉
-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