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는 17억 명이나 되는 무슬림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서남아시아는 낯선 곳이며 이슬람의 문화는 생소하다. 이곳은 민족과 종교의 차이에 따른 정치적 분쟁과 치열한 내전이 끊이질 않으며, 종교적 교리에 의해 억눌린 인권에 대한 뉴스가 전해지기도 한다. 서방에서 활동하는 서남아시아 출신 작가나 영화감독들이 고발하는 중동의 현실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그 중에서도 평단의 찬사를 받은 대표적인 영화 셋을 뽑아 보았다.

 

<천국을 향하여>(Paradise Now, 2005)

몸에 폭탄을 두르고 스스로 기폭장치를 눌러서 자살 폭발을 감행하는 두 명의 평범한 팔레스타인 청년의 관점에서 마지막 48시간을 그린 충격적인 영화. 이스라엘 출신의 팔레스타인 감독 ‘하니 아부아사드’(Hany Abu-Assad)가 5년 동안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제작하여,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의 제작과 배급에는 수많은 난관이 뒤따랐다. 감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 지역인 나블루스(Nablus)에서 촬영을 감행하다가 팔레스타인 민병대가 나타나 제작진을 납치하기도 했고, 이스라엘 군용헬기가 제작 현장 인근에 나타나 폭탄을 투하하여 제작진이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영화 <천국을 향하여>에서 왜 자살폭탄 테러에 지원했는지 말하는 주인공 ‘자이드’

아카데미에 출품된 후에는 국적에 팔레스타인을 표기하는 데 대해 이스라엘 측에서 강력히 반대를 표했고, 이스라엘의 자살 폭탄의 희생자 단체는 영화 상영을 멈추라며 집단 항의를 하기도 했다. 개봉 후에는 자살폭탄 테러의 정당성에 대한 극단적인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감독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영화를 위해 목숨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화 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배경의 영화를 계속 만들었고, 영화 <오마르>(Ohmar, 2013)를 다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렸다.

영화 <천국을 향하여> 예고편

 

<더 스토닝>(2008)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간혹 ‘명예살인’이라는 미명 하에 간통한 여인에 대한 잔혹한 투석형이 행해진다. 영화 <The Stoning of Soraya M>는 1986년 이란의 작은 마을에서 젊은 여인과 재혼하기 위해 부인과 이혼하려는 남편의 무고로 마을 사람들의 투석형으로 사망한 35세의 실존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이 영화는 아랍의 투석형에 관하여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심지어 두명의 어린 아들들에게도 돌을 던지게 해 분노와 충격을 던져 주었다. 하지만 이란 현지에서는 원작이 사건의 진실에 얼마나 근접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이러스 노라스테(Cyrus Nowrasteh) 감독과 쇼레 아그다쉬루, 모잔 마르노 등 이란계 미국 여성배우들이 이란의 억압받는 여권을 고발하여, 토론토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영화 <더 스토닝> 예고편

 

<그을린 사랑>(Incendies, 2010)

캐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출세작으로, 레바논 출신의 작가 와이디 무아와드(Wajdi Mouawad)의 동명 연극을 보고 감명을 받아 영화로 각색했다. 이 영화는 1975년부터 15년간 계속된 레바논 내전의 참상을 배경으로, 실제로 군부요인 암살을 실행하여 재판도 없이 10년의 잔혹한 수감 생활을 한 소하 베차라(Souha Bechara)을 부분적으로 모티브로 삼았다. 감독은 주인공 ‘나왈 마르완’의 1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40여 년의 타임라인을 연기할 배우를 찾는데 많은 공을 들였으며, 영화 <천국을 향하여>에 출연했던, 당시 30세의 모로코 출신의 벨기에 배우 루브나 아자발(Lubna Azabal)을 캐스팅하였다.

영화 <그을린 사랑> 예고편

드니 빌뇌브 감독이 직접 영화 음악으로 선정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You and Whose Army?’와 ‘Like Spinning Plates’ 역시 영화평론가들의 찬사에 함께 오르내렸다. 이 영화는 평론가들의 극찬과 함께 캐나다의 지니 어워드 8관왕과 주트라 어워드 9관왕을 차지하여 캐나다를 대표하는 영화로 남았다.

영화 <그을린 사랑>에 수록한 라디오헤드의 ‘You and Whose Ar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