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에 세비니(Chloe Sevigny)와 크리스틴 스튜어트(Kristen Stewart)가 연인으로 출연한 영화 <리지>(2018)는 지금으로부터130여년 전 미국 매사추세츠주 폴 리버(Fall River)에서 일어난 엽기적 살인사건을 소재로 각색했다. 당시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도끼로 십여 차례 내리쳐 잔혹하게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된 둘째 딸 리지 보든(Lizzie Borden)은 32세의 미혼 여성이었다. 그는 미국 전역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 부족으로 무죄로 석방되었고,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지역 유지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세간의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 소설, 뮤지컬 등의 소재로 전해진다.
사건 이후 리지 보든의 여생

1892년 8월 4일 검소한 삶을 살았던 자산가 보든 부부가 자택에서 도끼로 머리에 십여 차례 가격당하여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당시 집에 있던 둘째 딸 ‘리지’가 의붓어머니에 이어 친아버지까지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되었지만, 정황 증거 외에 결정적인 물적 증거나 증인이 없었다. 당시 사회적 관념 상 연약한 여성, 특히 독실한 기독교인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열띤 재판 결과 결국 무죄로 방면되었다.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그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고 풍족한 여생을 살았다. 사건 발생 35년이 지난 후 67세의 나이로 폐렴으로 사망했을 때, 그는 여전히 현재 가치로 약 60억 원의 자산가였다. 평생을 미혼으로 살았던 그는 애견협회와 주위 친지들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었고, 살인 사건은 영원히 미제로 남았다.
대중적인 관심으로 남은 미제 사건

“리지 보든이 도끼를 들어, 엄마를 40번 내리쳤어. 자기가 한 짓을 본 리지, 이번에는 아빠를 41번 내리쳤어.” 이는 당시 아이들에게 유행하던 동요였을 만큼, 대중적인 관심과 파장이 컸다. 대중적인 관심의 소재로 남은 이 사건은 발레 <Fall River Legend>(1954)를 시작으로, 오페라 <Lizzie Borden>(1965), 영화 <The Legend of Lizzie Borden)(1975) 등으로 제작되었다. 최근에는 라이프타임이 TV영화 <Lizzie Borden Took an Axe>(2014)와 후속 미니시리즈 <The Lizzie Borden Chronicles>(2015)을 연속 방영하였고, 사건 당시 집에 있던 두 여인 ‘리지’와 하녀 ‘매기’을 연인과 공범으로 묘사한 영화 <Lizzie>(2018)가 다시 대중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사건 당시 인근에 살던 작가 에드윈 H. 포터의 저서 <The Fall River Tragedy>(1893)는 우리나라에서 번역본으로 출간되었고, 최근 <The Trial of Lizzie Borden>(2019)은 뉴잉글랜드 소사이어티 북어워드를 수상했다. 헤비메탈 밴드 중에는 ‘리지 보든’을 밴드명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숙박 영업 중인 당시 살인현장

130여년 전 처참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보든 저택은 몇 번 소유주가 바뀐 후 현재 박물관 겸 B&B(Bed & Breakfast) 영업을 하고 있다. 최근 200만 달러 상당의 매물로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당시 가구와 유품이 그대로 전시된 채 여전히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진품인지 알 수 없지만, 부검 탁자나 해골 복제품 같은 오싹한 물건들도 전시하고 있어, 아마추어 탐정이나 크라임 매니아, 또는 심령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가봐야 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보든 부부가 사망했던 그 장소에서 같은 자세로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하며, 어떤 이들은 야밤에 심령 체험을 하면서 오싹한 영상을 남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