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그래미 어워드가 예년보다 한 달 미뤄져 지난 14일 열렸다. 많은 음악가들이 그래미 어워드 수상을 두고 꿈이자 영예로운 일이라고 한다. 후보에만 올라도 ‘그래미 후보’라는 수식어를 자랑스럽게 사용한다. 과연 이번 그래미 어워드 수상작 중 눈여겨볼 아티스트와 음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의미 있는 후보작과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같은 상을 무려 3번이나
테일러 스위프트, 제이콥 콜리어

테일러 스위프트, 이미지 출처 © Jay L Clendenin, <Los Angeles Times> - Shutterstock

그래미를 한 번 타는 것도 경사인데, 같은 부문에서 벌써 세 번째 수상한 아티스트가 두 명이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Album Of The Year’만 세 번째다. 52회 시상식에서 <Fearless>로, 58회 시상식에선 <1989>로 수상한 뒤 5년만이다. 격리 기간에 만든 음악으로 야무지게 그래미상까지 받은 일은 그에게도 최고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Album Of The Year’는 아티스트, 작곡가, 프로듀서, 엔지니어, 믹서, 마스터링 엔지니어 모두에게 주어지기에, <Folklore>를 함께 작업한 더 내셔널의 아론 데즈너와 유명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도 트로피를 하나씩 챙겼다. 게다가 테일러 스위프트는 프랭크 시나트라, 스티비 원더, 폴 사이먼과 함께 ‘Album Of The Year’를 세 번 수상한 아티스트 리스트에 오르게 됐다. 여자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처음이다.

제이콥 콜리어, 이미지 출처 – 링크

이로써 제이콥 콜리어는 27세에 5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보유하게 됐다. 분명 눈에 띄는 성과지만 다른 부문에서의 수상이 이뤄지지 못한 건 다소 아쉽다. 그는 데뷔와 동시에 ‘Best Arrangement, Instruments And Vocals’와 ‘Best Arrangement, Instrumental Or A Cappella’을 수상한 뒤로 세 번이나 ‘Best Arrangement, Instruments And Vocals’ 후보에 오르고, 또 모두 수상한 재능의 소유자다. 세 번째 <Djesse>시리즈에선 알앤비를 기반으로 혼자 아카펠라와 수십 개의 악기 연주, 어레인징 능력을 뽐냈다. 처음 후보로 오른 ‘Best R&B Performance’와 ‘Album Of The Year’ 부문에서 수상하게 될지 기대했지만, 또 한 번 같은 상을 받는데 그쳤다. 하지만 아직 20대인 제이콥 콜리어가 앞으로 어떤 그래미 타이틀을 또 얻게 될지 지켜보자.

 

N년차 뮤지션의 그래미 데뷔
케이트라나다, 하임

케이트라나다, 이미지 출처 – 링크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에 대한 불안과 회의는 음악가들에게도 찾아온다.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결과 인정받은 두 아티스트가 있다. 케이트라나다는 아이티계 캐나다 출신 DJ다. 2010년대 초반부터 사운드클라우드에 수많은 싱글과 믹스테잎을 발표해왔다. 유튜브에 이름을 검색해보면 ‘케이트라나다 타입의 비트’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로 그만의 세련되고 엣지있는 하우스 비트는 인상적이다. 두 번째 정규 앨범인 <Bubba>로 그래미 어워드 3개 부문에 처음 후보로 오르자마자, 2개 부문인 ‘Best Dance/Electronic Album’, ‘Best Dance Recording’에서 수상했다. 오늘도 방 안에서 혼자 음악을 만들고 있을 DJ에게 케이트라나다는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하임, 이미지 출처 © Photo by Kevin Mazur - Getty Images for The Recording Academy

하임은 미국의 팝 록 자매 밴드다. 데뷔 10년이 훌쩍 넘었고, 막내인 알라나 하임이 올해로 만 29세인 진짜 N년차 그룹이다. 오랫동안 벰파이어 위켄드, 킬러스, 리아나 등 다른 뮤지션의 투어 오프닝 무대에 서 왔다. 마지막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 투어’였다.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약하지만 앨범 <Women In Music Part. III>는 미국에서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4년 그래미 어워드 ‘Best New Artist’ 후보에 오른 이후, 6년만에 ‘Best Rock Performance’와 그래미 주요 부문인 ‘Album Of The Year’에 후보로 올랐다. 비록 수상은 못 했지만, 하임의 그래미 어워드에서의 첫 공연을 올해 최고의 공연 중 하나로 꼽고 싶다.

화이트 그래미란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그래미 어워드
미키 가이턴, 앤더스 팍

미키 가이턴 – 그래미 어워드 라이브 영상

한동안 그래미 어워드는 화이트 그래미라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백인 음악에 치우친 선정 결과 때문에 뮤지션들의 보이콧도 종종 벌어졌다. 이런 여론과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의식한 것인지 이번 그래미 어워드는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미키 가이턴은 흑인이지만 컨트리 음악을 한다. 이젠 그래미 어워드 최초로 ‘Best Country Solo performance’ 부문에 후보에 오른 흑인이기도 하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그가 ‘Black Like Me’를 부르는 걸 듣고 보물을 발견한 것 같았다. 곡 자체만으로도 귀를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가창력도 대단하다. 이 곡은 존 하워드 그리핀의 소설 <Black Like Me>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목을 그대로 따왔다. “작은 마을 어린아이였던 나는 잘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 그런데 놀이터에서 놀다가 상처 입었지. 그들이 난 자기들과 다르다고 했거든.” 흑인이 겪는 고충은 나처럼 흑인으로 살아보면 알 거라는 담담한 고백과도 같은 멋진 곡이다.

앤더슨 팍, 이미지 출처 © Jordan Strauss - Shutterstock

앤더스 팍은 이번 그래미 시상식을 제대로 누렸다. 브루노 마스와 함께한 ‘실크소닉’으로도 두 번의 무대를 선보였고, ‘Lockdown’이란 곡으로 트로피까지 챙겼다. 그래미 어워드는 시상자로 세우고, 무대에 서는 기회를 준 뒤에야 상을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다음 그래미에서 앤더슨 팍은 더 큰 상을 노려볼만하다. 그가 한국인 어머니와 부인을 뒀다는 사실을 알면 국내에서의 응원 소리도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카니예 웨스트가 CCM 상을? 의외의 수상작
카니예 웨스트, 빌리 아이리쉬

카니예 웨스트, 이미지 출처 © Rich Fury - Getty Images for Coachella

이 외에도 다소 의외인 수상작도 있다. 카니예 웨스트가 <Jesus Is King>으로 ‘Best Contemporary Christian Music Album’을 수상했다. 지난해 그래미 시상식을 독식한 빌리 아이리쉬 역시 새로운 분야에서 상을 추가했다. 개봉 예정인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주제곡 ‘No Time To Die’로 ‘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를 수상했다. 그가 그래미 어워드에 데뷔한 이후 벌써 7번째 트로피다.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